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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시티투어와 강렬한 엔딩

[West Java편] 12 - Jakarta

by 뺙뺙의모험

자카르타에서 내가 숙박했던 곳은 약간 토요코인같은

감성의 작은 싱글룸이었다. 규모는 꽤 큰 곳.


가격은 1박에 2만원이 안되고 조식은 주지 않는다.



별다른 소셜공간은 없지만, 주차장 앞에 의자가 조금 있어서 여기서 흡연을 했었다.

주차장을 차지한 길냥이들하고 놀고, 주차관리인아저씨들하고 스몰톡하기도 했다.


각자의 나라에서 1$로 살 수 있는것?
우리나라는 500ml 음료수 한병, 인도네시아에서는 사떼(고기꼬치) 10개


이런 대화를 나눴다.

튀김에 질렸기때문에 숙소 근처 소고기국으로 저녁을 먹었다.



살코기 뿐 아니라 도가니같은것까지 야무지게 들어간 보양식 느낌이었다.


Kwetiau Sapi Akhiang79 Gajah Mada

Jl. Gajah Mada No.202 203, RT.15/RW.1, Glodok, Taman Sari, West Jakarta City, Jakarta 11120 인도네시아


외국음식 못먹는 사람들은 인도네시아에서 소고기 수프+밥을 드시면 되는듯하다.

소고기 무국 감성이라 한국인이 싫어할 수 없는 맛이 난다.

인니어로는 Soto Sapi (소또 사피)


물론 밥 (Nasi Putih : 나시 푸띠) 는 안남미인건 감안해야


인도네시아 1회차때는 없었는데, 전철이 생겼다!

주차장아저씨한테 저녁에 가보는게 사람 없어서 더 낫다고 들은 Kota Tua 로 갔다.

네덜란드식민지 시절 건물이 남아있는 곳이다.



이런 거 취향 아니지만 꽤 예쁜 거리이긴 했다.

보통 여기서 사람들이 카페 바타비아 라는 곳에는 꼭 가는데...


나는 스킵했다. 뭐 로마에서 바티칸 스킵했는데



다음날 아침. 익일 새벽 5시 비행기로 인도네시아를 떠나니까 사실상 이 날이 마지막 날이다.

현실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쇼핑하고 마사지받고 머리하고...


소고기 쌀국수 아침 (그런데 메추리알꼬치와 템페튀김을 곁들인) 그리고 밥보다 더 비싼 토스트 디저트를 먹고 ..

그랩바이크를 타고 자카르타의 그 교통체증을 뚫고



반둥 NuArtCenter 를 보긴 했지만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싶어서 현대미술관에 다녀왔다.


생각 이상으로 발리가 인도네시아 문화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큰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고, 튀르키예 현대미술관에도 없는 누드화가 전시되었다는데 좀 놀라기도 했다.


2층을 폐쇄하고 세븐틴 특별전 하고있는것도 좀 놀라웠고... 흥미롭게 잘 보긴 했지만 Must Visit 까지는 아닌것같았다.



해외 나가면 평범한 옷, 양말 쇼핑을 좀 하는 편이다.

평소에 입고다니면서 그때를 기억할 수 있도록.


회사에 갖다놓을 것들로는 인도네시아 믹스커피랑 밀크티를 대용량으로 사갔다.

그리고 위층의 향료코너를 흥미롭게 보고있었는데, 주인장이 말을 걸어서 한동안 대화를 나눴다.


원래 향수,보석,카펫 같은 고가품을 취급하는 상인들은 배낭여행자의 친구.

꼬라지를 보면 자기 손님이 아닐 걸 뻔히 알면서 이들이 말붙이는 이유는 심심해서....


저 향료에 나 시향해보라고 피워주는 향은 그 비싼 <유향> 이라는 거고 1kg에 무려 40만원정도 한다고 해서 경악했다. 향은 엄청 좋았다.


주인장은 예멘 출신이었다.

아랍 상인들이 으레 그러하듯 이들도 가족경영으로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폴에서 향목, 향수, 향유 무역을 하고 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양쪽에서 살아봤다고 해서, 어디가 살기 좋으냐고 물어봤는데 ...


말레이시아 인들 못돼처먹었고 인도네시아인들은 나이스하다


라고 대답했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보는 말레이시아가 친절하고 깔끔한것과 좀 다르게 실제 살아보면 꽤 제노포비아가 있는 곳이라고 듣긴 했는데, 그런 경향이 없진 않은 모양이었다.


마사지도 받고, 머리도 했다.

단발커트 12만9천루피아로 그렇게까지 싼 가격은 아니지만 잘 하는 곳이었다.


스탭도 미용사분(왠지 커트 잘해줄것같은 관상의 깡마르고 푸들머리한 남자분) 도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지만 무척 친절했고, 스몰톡 나누면서 기분좋게 머리했다.

그리고 자카르타에서 가장 큰 모스크를 보러 갔다.

모스크 맞은편에는 성당이 있다.

뭔가 종교적 다양성을 상징하는 느낌이라 양쪽으로 샷을 잡아보고싶었는데

모스크가 워낙 커서 안 들어간다.

모스크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이교도들은 내부까지는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만 관람해야 하는데,

흡연도 자유롭고(?) 나름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그리고 모스크를 맞은편 성당으로 가려고 천천히 길을 건너는데...


베트남에서 동남아 길건너기 국룰을 Never Stop Never Run 이라고 배워서 그렇게 천천히 건너가고 있었건만 ....


살짝 운전 미숙이던 오토바이에 치였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엄청 어려보이던 여자분 (20대 초반 내지 10대 후반같았음)이었고,

날 치면서 본인 운전하던 오토바이에서 떨어졌기때문에 나보다 더 다쳤을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이 몰려왔다.

둘다 일어나고 어디 부러진 데 없어보이니까,


사람들이 서로 화해하고 갈길 가라는 식으로 분위기를 만들었다.

뭐 나도 이나라 교통법규가 어떤지도 잘 모르겠고 뭐 당장 몇시간 뒤에 비행기를 타야 하는 상황이라서 그냥 서로 화해(?) 했고,
사람들의 안내를 받아 성당으로 가서 상처를 우선 물로 씻었다.


원래 여행자보험 깜빡하고 잘 안드는데 이번 여행에는 들었더니 사고가 난..
여러분 보험드세요 꼭드세요


그리고 그랩바이크 불러서 숙소로 가서 야간에 하는 병원을 추천받았고,

또 다시 그랩바이크 타고 병원으로 갔다.


늦은 밤에 팔에 멍들어서 혼자 들어온 외국인 ㅋㅋ

응급실 내원한 사람들과 짧은 인니어로 만담의 장을 가졌다.


의사는 젊은 여성분이셨고 의사분을 제외한 다른 병원스탭분들은 영어를 못했었다.

여기저기 만져보고 움직여보라고 한 뒤 ㅇㅋ 부러진건 없고 드레싱하고 연고랑 약 처방해줬다.


보험처리하는데 필요한 문서가 필요하다고 하니까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한참 서로 얘기하더니 서류를 발급해 줬는데...


치료비가 9만8천루피아 나왔다.
(한국돈 8천원정도)


의료보험없이 야간응급실행이라서 돈 겁나 깨질줄 알았는데 나도 당황했다.


그래도 여행자보험은 들고 여행합시다.


원래는 마지막에는 바같은데서 칵테일 한잔 마시고 비행기타려고 했는데...

그래도 병원다녀왔더니 멘탈이 깨져서 그냥 숙소에 누워있었다.
그러다가 짜계치 게시글을 보고나니 짜계치가 땡겼고



인도네시아 라볶이를 먹으러 갔다.

indomi (인도미 : 인니 라면브랜드) + goreng (고렝 : 튀김) + lagi (라기 : again)

계란과 치즈 들어간 걸로 주문했다. 마실건 눈꽃치즈가 토핑으로 올라간 마일로(초코우유)


이제 동남아 길건너는데 트라우마 생길까? 싶었는데 이미 저거 먹으러 갈 때 길 건넘.


야무지게 먹고 쪽잠자다 일어나서 그랩카 불러서 공항으로 갔다.


공항 직원들이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뭐냐고 물어본다. 또 이공항에 올 일 있겠지?


말레이시아에선 환승시간이 3시간 밖에 안 되므로 밖에 나가진 않고 쿠알라룸푸르공항2터미널 내에서 아침밥을 사먹었다. 이곳의 푸드코트 가격은 그래도 꽤 양심적이다.

짠 감자전같은 맛의 로띠에 세가지 커리를 찍어먹는 메뉴.


주로 밤비행기를 타고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도착/출발하는데 오랜만에 아침에 이륙한다.

에어아시아 인천-KL 을 잇는 D7 506/507편의 뒷자리는 3-3-3 이 아니라 2-3-2인데,

나는 창측좌석이었고,
통로쪽에 한국인 여성분이 앉아있길래 선생님 잠시만요 라고 말한 뒤 자리에 앉았다.


근데 이 여성분 내가 한국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잠시 후 나한테 영어로 말걸어서..

"저 한국인인데요." 하니까 매우 당황하셨다.


어쨌건, 이분하고 간간히 얘기하면서 가게 되었는데 친구들과 여행하는거였고..


에어아시아 서울쿠알라룸푸르 항공권을 왕복15만원에 구입하셨다고 한다.


아니 대체 어떻게 이 가격이 나와

충청권에 산다고 하니까, 평택까지는 태워주실 수 있다고 제안하셨는데.. 혹했으나 거절했다.


그리고,



인천앞바다의 석양을 보면서 여행을 마무리했다.


80일간 언어를 배우는 미친짓을 하고, 한국어정보 없는 곳을 구글맵 뒤져가며 루트짜서 했었던 꽤 정성들인 여행이었는데 그 정성 들인 보람 그 이상으로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감상을 남들과 공유할 수는 없는거 잘 알지만


그리고 2024년 8월 다시 나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로 떠났다.



이후의 여행은 브런치북 시즌 2에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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