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st Java편] 11 - Pulau Pari (쁠라우세리부)
스테레오타입 그대로의 열대해변은 지상 낙원의 비주얼인 동시에 솔직히 돈 없는자들, 아싸에게는 조금 쓸쓸하고 민망한 곳이기도 하다.
실제 태국 피피섬과 멕시코 칸쿤에서 경험했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까지 갔는데 바다를 안보는건 좀 말이 안되는것같았다.
적도에 걸쳐진 1만 3천개의 섬이 있는 나라인데...
자카르타에서 쁠라우세리부로 가는 배는 오전7시 또는 8시에 있고 / 자카르타로 돌아오는 배는 오후3시에 있었다. 당일치기 vs 1박하기 중에 고민하다가,
ⓐ 다다음날날 새벽 5시 비행기로 인도네시아 뜨는데 목요일 늦은 오후에 돌아와서 자카르타 일정이 사실상 0이 되는 건 좀 그렇고
ⓑ 좀더 깊이 들어간 섬에는 리조트가 있지만, 자카르타에서 가까운 섬들의 숙박시설은 홈스테이뿐인데.. 후기 찾아보니 대부분의 홈스테이가 변기 쪼그려쏴인것이 마음에 걸려서....
당일치기하기로 했다.
확신의 아름다움이 있을 일출과 석양은 포기하지만 ... 원래 이런건 인천앞바다에서 봐도 멋있는거 아닌가
이번엔 무슨 섬을 갈지를 고를 차례
- 당일치기니까 크고 가까운 섬 둘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조금더 가까운 파리섬 (Pulau Pari)을 선택했다. Pari 는 가오리라는 뜻.
쾌속정으로 자카르타마리나포트-파리섬까지 가는데는 35분, 16만루피아인데,
검색해보니 표가 없어서 슬로우보트가 가는 Muara Anke Port 로 그랩바이크를 타고 달려감.
Muara Angke Port
Jl. Pendaratan Udang No.10, Pluit, Kec. Penjaringan, Jkt Utara, Daerah Khusus Ibukota Jakarta, 인도네시아
근처에 수산시장이 형성되어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한번 구경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배를 타러 갔다.
편도 가격은 7만2천루피아. 2시간 걸림 외국인한테 돈을 더 뜯어가진 않고, 섬 주민할인만 있다.
티켓부스에서 출발시간은 7시 40분으로 안내했다.
돌아가는 배표는 팔지 않고 현지에서 2시에 구입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프라무카라는 세리부의 수도 쯤 되는 섬에서 사는 주민이 영어로 말 걸면서 내가 탈 배를 안내해줬다.
저런 식으로 정박해 있는 배 중 바다 쪽에 있는 배가 내가 탈 배였는데,
배에서 배로 건너가는 거 도와준 뒤 본인 탈 배로 돌아가주었다.
그분의 배가 먼저 떠나고...
나는 나대로 갑판에 자리잡았다. 어째 밀항하는 기분이 든다.
이런 배는 흔들리면 백프로 배멀미할 각인데 바다가 다행히 매우 잔잔하였다.
자카르타 앞바다는 인천앞바다처럼 좀 지저분하지만....
배타고 한시간정도 가면 바닷물이 깨끗하고 푸르러진다.
워낙 가까운 곳이라서, 배타고 가는 내내 데이터가 터졌다.
파리섬 도착. 그래 이런 색깔 바다가 보고싶었어....
Pari Island
Pari Island, South Kepulauan Seribu, 스리부 섬 자카르타 인도네시아
내가 배에서 내리자 마자 호객이 붙으며 숙소찾니? 투어할래? 말 붙일줄 알았는데 ..
긴 연휴 끝에 온 평일이고 + 혼자 와서 그런지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파리섬은 끝에서 끝까지 가는데도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작은 곳이니 밥먹기 전 산책을 하기로 했다.
우선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경찰 아저씨들을 따라 가봤다.
파리섬의 집은 저렇게 오래된 단독주택들이다. 일부는 홈스테이로 쓰이고 있다.
자카르타에서 이만큼 가까운곳에 이만큼의 포텐을 가진 바다가 있으면 당연히 재개발이 땡길만 할 것 같은데 실제로도 섬 땅주인 [임대인] vs 섬주민 [임차인] 간의 갈등이 있는 상황이라고 들었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은 Star beach / 인니어로는 Pantai Bintang.
내외국인 평등하게 작고 귀여운 입장료 2500루피아를 받는다.
보고싶었던 그 이미지 그대로의 열대바다. 아아 겁나예뻐
사실 더운 나라라고 해변이 다 저런 비주얼인거 아니고
동해바다같은 베트남 다낭이라던가 나트랑이라던가
저런 비주얼의 해변은 대체로 아주아주 자본주의적인데
멕시코 칸쿤이라던가 칸쿤이라던가
인프라는 부족하지만 대신 바다 그 자체이고, 혼자 놀기도 좋았다.
저런식으로 곳곳에 설치된 해먹에 발라당 누워있으니까 ㄹㅇ 천국이 따로 없음.
더울까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날씨가 그리 흉악하게 덥지 않고 그늘도 많아서 괜찮았다.
그늘에서 산들바람을 맞고있으니까 졸렸다.
경찰아저씨들이 저만큼 모여있으니 치안 걱정도 없을 것 같아 정신 놓고 한숨 잘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아직 가볼 곳이 많으니 이동하기로 했다.
걸어가는데 뒤에서 주알아낙아낙 (Jual anak anak : 아이들 팔아요) 라는 소리가 들려서 귀를 의심했는데, 애기 넷을 태우고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아저씨의 조크였다.
두번째 해변 Pasir Perawan Beach (Pantai Pasir Perawan)
여기도 물색깔이 아주 정말 우와아아아아 - 여기도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문 연 식당에서 먹을거 주문. 새우튀김 & 나시고렝+계란후라이+코코넛 다 합쳐서 7만5천루피아.
해변앞 식당인데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았다.
여기도 입장료가 있는 곳인데, 식당음식을 주문해서 그런지 입장료 내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먹을걸 기다리면서, 사람없는 평일이라 일 접고 그늘에서 쉬고있는 섬 주민들과 말을 붙이게 되었다.
우선 할아버지부터 시작해서, 동네 아저씨, 언니 등등....
섬의 위치 특성상 주말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도 엄청나게 온다고 한다.
그래서 반둥이나 가루트에서보다 내가 인도네시아어 약간 할줄 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좀더 신기해 하는 눈치였다.
그러다가 27살, 아피라는 이름의 친구랑 같이 다니게 되었다. - 고향은 자바섬 중부. 식당에서 일하는데 오늘은 쉬는 날.
영어 거의 못하는 친구라서 인니어+번역기로 대화했다.
얘 이름도 아피였는데...
인터넷에 올릴 생각은 전혀 없지만 저 그네에서 찍은 사진도 있다.
맹그로브 숲을 작은 보트로 다닐 수 있어서 아피가 해보겠냐고 했는데... 보트 주인이 오늘은 일 안할거라고 해서 못했다. 시무룩...
그리고고 파리섬의 해변 중 세번째의 해변으로 걸어갔다.
땡볕이지만 걸어가는 길이 너무 아름다웠다. 나무가 독특한데, 이름은 아피도 모른다.
좀더 생태친화적인 세번째 해변. 물고기도 엄청 많이 보였다. 여기는 선셋포인트라고 한다.
아피가 1박하고, 선셋 & 선라이즈 보고 가라고 꼬시는데 ...
진짜 석양 대박일것같은 느낌이다. 특히 날씨도 짱짱하고...
밤에는 주민들과 관광객이 모여 가라오케 분위기로(?) 논다고 하고 영상도 보여주는데,
진짜 재밌어보였다.
하지만 당일치기 할 생각으로 세면도구등등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달랑 왔고, 1회용 렌즈도 끼고있었기 때문에 .... ㅠㅠ
열대해변 생태계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맹그로브. 플라우세리부에서 전반적으로 맹그로브숲 복원 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이 썽태우는 물건 들어주고 내려주는걸 댓가로 공짜로 타고...
두시 가까이 되어서, 돌아갈 표를 구하려고 하는데... 표가 다 팔렸다고 했다.
섬에 갇혔어 ㄷㄷㄷㄷㄷ
자카르타 매표소에서 왕복표를 팔지 않았을 때 부터 이상함을 느꼈어야했다.
아까 만났었던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한시간 뒤에 풀리는 취소표 대기자 리스트에 내 이름을 올렸음.
내일 밤에는 한국 가는 비행기 타야 해서, 나는 오늘 자카르타로 돌아가야한다 등등의 설명을 힘겹게 인도네시아어로 하고있으니까
누가 괜찮아요 천천히 라고 한국말로 말해서 놀랐다.
자카르타 안촐 근처(부촌임)에 사는 여자였음. 한국드라마 좋아한다고 ...
그리고 나한테 오리지날 한국인의 시발이 듣고싶다고 시발 해달라고 함 ㅋㅋㅋㅋㅋ
아무튼 대기번호 1번을 받고 ...
그늘에 늘어져서 아피한테 간단한 한국어랑 일본어 (그냥 한국인이면 다 아는 일본어 - 곤니찌와 아리가또고자이마스 오이시 이런거) 알려주며
시간을 보내다가 취소표 풀려서 쾌속정에 탔다. 쾌속정은 16만루피아
표 얻은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라서 자리같은건 기대할 수 없고 ... 1층 갑판에서 바닷물 쫄딱 맞아가면서 35분을 달렸다.
그렇게 해서 무사히 자카르타 (마리나 안촐)에 도착.
바다 하나는 예의상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넣은 코스였는데 이런 바다를 보고 이런 시간을 보내게 될 줄은 몰랐다. 너무 행복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