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의 국룰코스 립톤싯의 일출보기

8 - 하푸탈레에서 출발하는 립톤싯 프라이빗투어

by 뺙뺙의모험


깡시골답게(?) 하푸탈레의 밤에는 별이 쏟아졌다.

그믐이었기때문에 아름다운 은하수를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런데 슬프게도 이런 은하수는 내 똥폰(갤럭시 A)에는 담기지 않는다.


4시 50분,

내가 선택한 툭툭기사 라피는 딱 시간에 맞춰서 왔다.

숙소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립톤싯 인근 일출 뷰포인트가 있다. 부지런히 달려간다.

무슬림인 라피에게 내가 가봤었던 세속주의 무슬림국가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우즈벡, 튀르키예 등등에 대한 인상을 말해줬는데 흥미로워 했다.

립톤싯은 하푸탈레시내에서 오토바이 편도로는 한시간 좀 넘게 걸린다. 엘라에서 가는 것 보다는 훨씬 가깝자.


티켓부스에서 티켓을 끊고 또 엄청 빡세게 달린 후 뷰포인트에 다다랐다.

실물 일출의 눈뽕은 장난 아닌데 카메라가 따라주지 못한다.

이 핑크색 바람막이를 입으신 분은 프랑스사람이었다.

이분은 의도치 않게 내 카메라에 담겼는데, 뭔가 인스타 걤성으로 분위기있게 찍혔다.

음 뭔가 그 인피니티워에 나오는 농사짓는 타노스 생각이 나는 풍경이다.


이 사진의 금발 여행자와는 말도 붙여보지 못했다.

뭔가 분위기있게 나와서... 사진을 보내주고싶다는(?) 생각도 하지만 방법이 없네.


이 시간 립톤싯의 일출을 본 사람들 중에는 나 말고도 한국분도 계셨다. 우연히 찍힌 그분의 사진도 엄청 분위기있게 나왔다.

스리랑카는 풍경사진이 압도적으로 좋게 나오진 않은데, 그 풍경에 인물을 더하면 인스타 감성의 꽤 괜찮은 샷이 나오는 느낌이다.


일출 뷰포인트에서 한 5분 걸어가면 사전적 의미의 Lipton's Seat 이 나온다.

여기서 립톤은 우리에게 홍차 브랜드로 익숙한 그 립톤이다.

툭툭기사인 라피에게 나는 티켓부스까지는 걸어서 가고 싶으니 한 30분 후 티켓부스에서 만나자고 얘기했다.


구름낀 쪽의 풍경도 멋지네..

혼자 발발발 티켓부스까지 산책했다.

사진빨이 참 안 받는 풍경인데 실물은 진짜 눈이 정화되고 힐링되는 초록 그 자체였다.


스리랑카의 아날로그한 기찻길과 저 구불구불한 국도를 바라보는게 미친듯이 좋았음.

티켓부스까지 걸어 내려온 뒤 라피를 만나서 다시 툭툭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보다가 맘에드는 경치에서는 잠깐 멈춰서 사진을 찍었고,


라피도 뭔가 괜찮은 포토스팟에서는 내 폰을 가져가서 사진을 찍어주었다.


외국인을 상대하는 가이드의 차별화 방안은 크게 두가지겠지. 첫번째는 영어실력, 두번째는 사진실력.

라피도 저 두가지 역량을 어떻게든 올리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사실 개도국의 서민으로 태어나서 영어 회화실력을 갖추는거 정말 힘든 일이다.

이전에 여행했던 나라들의 관광업 지망생<?>들과 대화하면서 더 느꼈다.


나도 유학이나 어학연수 없이 한국에서 영어회화 배우는게 힘들었는데, 우리나라보다 인프라가 없는 곳에서 영어회화를 배우는건 더 힘들겠지


나는 오늘 라피한테 3,500루피를 지불했다.

약 만오천원(?) 정도의 가격이고, 스리랑카 물가 대비 싼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노동력을 3시간 넘게 독점한다고 생각하면 비싼 가격 같지는 않았다.

스리랑카의 주 수출품목은 홍차. 그 와중에 스리랑카에선 품목의 다양성을 높이고자 그린티와 화이트티를 재배해보고있다.

라피는 스리랑카 화이트티의 품질을 극찬했고, 한번 툭툭을 멈춰서 화이트티 나무들도 보게 해줬다.


근데 이후 엘라에서 만나게 된 차잘알 한국분 피셜로는 스리랑카 화이트티는 별로라고...

아침 일찍부터 고생했고, 완벽하지 않았지만 본인의 영어 실력을 총 동원해서 이것 저것 열심히 설명해줬던 라피에게 팁을 줄까 고민했지만,


앞으로 여기를 오게 될 다른 여행자들을 생각해서(?) 그냥 딱 3500루피만 주었다.


유럽 여행할때는 몇만원의 입장료도 턱턱 쾌척하는 주제에 개도국의 나름 전문성 있는 노동에 대해 몇천원 깎는데 집착하는 건 굉장히 모순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할 때마다 항상 마음에 걸리고 머리가 살짝 아픈 부분이지만, 내 개인이 국제경제의 모순을 바꿀 순 없으니 그냥 여행자의 시장경제에 충실하게 행동하는 게 가장 나은 방식이겠지.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