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진짜 중요한 것은 다른 곳에
Youtube 영상 "Does money really make us happier? - The Science of Well-Being by Yale University #8"을 보고 쓴 감상입니다.
MBTI 세 번째 자리가 F인 사람들은 어떤 감상을 남겼을까요? 우리가 진정으로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은 돈뿐일까요? 돈과 행복의 순서를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INFJ, ENFP A, INFP, ENFP B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아래 링크에서 여러분도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KkDVZ9PbnKg?si=tGZe7i2UmOSj_2aq
일단 75,000달러까지는 벌어보라는 건가요?
이 영상은 돈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소개하며,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진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특히, 연간 소득이 75,000달러를 초과하면 행복감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는 흥미롭다. 이 내용을 접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단 75,000달러까지는 벌어보라는 건가?'라고. 이렇게 생각하는 나 자신이 조금은 싫었지만 말이다.
용돈을 받던 시절보다, 직접 돈을 벌며 가계를 책임지는 지금이 더 만족스럽다. 그렇기에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항산항심(恒産恒心), 즉 경제적 안정이 있어야 올바른 마음가짐도 유지될 수 있다는 맹자의 말이 떠올랐다. 기본적인 경제적 안정은 삶의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단순한 도덕적 가치뿐 아니라 ‘행복’ 자체와도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경제적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도덕적 가치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기준점을 찾기 위해 항상 고민했다.
정말 모든 것은 마음에만 달렸을까?
기본적인 필요가 충족된 부유한 국가에서는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감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인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기준으로 볼 때 가난한 나라는 아니다.
여기서 나는 다른 관점도 생각해 보았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즉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이처럼 나는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결국 외부 환경이 아니라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소유하지 않고 비울수록 역설적으로 더 많은 것을 우리는 담아내고,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비워내고 무소유의 정신을 따르려고 하다가도 쉽지 않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자전거를 타고 우는 것보다는 벤츠에서 우는 게 더 편하다’는 어느 나라의 밈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더 끄덕이게 된다. 이 말이 생겨난 배경을 생각해 보면 경제적 풍요를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한마디로 이 모든 걸 내가 온전히 행할 수 있었다면, 성인(聖人)이 되고도 남았겠지. 그게 어렵기에 늘 고민하는 것이다.
나는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더 많은 것을 내려놓고 싶어 하는 이중적인 감정을 느낀다. 현실적으로 돈이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란 것도 안다. 그래서 나는 항상 그 중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 같다.
삶은 잘 조율된 악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느슨하게 놔버리면 조화로운 소리를 낼 수 없고, 돈만 좇아 지나치게 팽팽하게 조이면 결국 끊어지고 만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리듬을 찾는 것이다. 경제적 안정과 내면의 평화를 함께 추구하며, 내 삶이 조화로운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신중하게 조율해 나가고 싶다.
돈을 통해 나 알아가기
나는 돈을 정말 좋아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존경하는 인물로 ‘빌게이츠’를 적어낸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우연히 본 어린이 잡지에서 세계 일등 갑부라고 소개된 것을 보고 크게 감명을 받아 그때부터 빌게이츠는 내가 제일 존경하는 인물이 되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되고 싶은 건 달라졌지만 돈 많이 번다는 직업이 내 꿈이었고, 친구들에게 마치 이미 된 것마냥 내 꿈을 종종 말했었다. 있어 보이는 직업이 되기 위해서 우선 대학을 좋은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도 했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고, 이때부터 나의 불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학창 시절에는 대학만 잘 가면 모든 게 잘 풀리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막상 대학에 진학하니 내 인생은 달라진 게 별로 없었다.
내가 꿈꾸는 이상은 하늘 끝에 있는데 나는 아직 몇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 같아 중2병이 뒤늦게 왔고, 아주 오랫동안 함께했었다.
최근에 심리상담을 받을 일이 있었다. 위에서 얘기한 것들을 상담 선생님께 차근차근 말씀드렸더니, 왜 그런지에 대한 해석을 들려주었다. 돈 때문에 우리 가족이 힘들었으니까 돈을 좋아하게 된 거고, 돈에 대한 집착이 있었던 것 같다고.
생각해 보니 어릴 때 겪었던 부정적인 경험의 대부분의 원인이 ‘돈’이었다. 엄마와 아빠는 사이가 좋다가도 돈 때문에 싸웠고, 돈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포기했었다.
나는 돈 그 자체를 좋아한 게 아니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원했던 거였고,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는 걸 원했던 거였다.
돈을 위해서 시도해 본 건 정말 많았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부수입을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했던 것 같다. 영상편집 아르바이트, 블로그, 유튜브 등등 퇴근 후에 한 시간이라도 사부작거려야 안심이 되었던 나는 곧잘 몸살이 났었다. 문제는 불꽃같은 추진력만큼이나 포기도 빨랐던 것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건드려본 건 많은데 막상 가시적인 성과는 별로 없었다.
이것도 지금 생각해 보니 ‘돈’만 바라보고 시도했어서 흥미가 빨리 식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곡절을 겪은 지금은 돈이 나에게 1순위가 아니다. 내가 원하고, 내가 즐거운 것을 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돈 벌면 좋은 거고.
인스타그램을 보면 부동산 공부, 미국 주식, 비트코인, 연금, 펀드 등을 하지 않는 나는 마치 인생을 헛살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나중에 노후에 어떻게 살 거냐?"라는 듯한 콘텐츠들은 끊임없이 나를 다그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해외여행, 오마카세, 명품을 소비하지 않으면 또 시대에 뒤처지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인스타그램만 보면, 나는 마치 우주의 먼지가 되는 기분이다.
과연 이 양쪽을 모두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그 사람이 정말 행복할까?
최근 가족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이렇게까지 일해야 하는 걸까?
- 겨우 주말에 얼굴 볼 정도로 바쁘게 사는 게 정말 행복한 삶일까?
- 그냥 모든 걸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가고 싶다.
하지만 결론은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아직은 일을 해야 한다.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볼 문제다.
사실, 이 말은 우리가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장 모든 걸 내려놓고 시골로 떠날 용기는 없고, 경제적인 안정 없이 자유를 논하는 것도 어렵다.
그렇다고 평생 돈만 쫓으며 바쁘게 살고 싶지도 않다.
결국 우리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을 찾아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나는 정말 돈 욕심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가장 돈 욕심이 많다는 걸로 알고 있다.
나는 단순히 편안하게 사는 게 목표일 뿐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편안함조차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내가 원하는 삶은 단순하다.
책을 읽고, 정원을 가꾸고, 강아지들과 노닥거리고, 계절마다 꽃놀이와 물놀이를 즐기는 것.
하지만 돌아보니, 이런 삶을 살려면 꽤나 넉넉한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예전엔 나는 돈 욕심이 없다고 말했지만, 이제는 그 말을 쉽게 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한량 같은 삶을 꿈꾼다.
물론, 그런 삶을 당장 살기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내 삶을 조금이라도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려고 한다.
일을 아예 그만둘 순 없지만, 적어도 평범한 삶 속에서 내가 언제 가장 행복한지는 알고 있다.
강아지들과 함께하고, 책을 읽고, 산책하고, 맛있는 거 먹으며 사는 삶.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조금 더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완벽한 정답은 없겠지만, 적어도 내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
캔의 로고가 잘 보이도록 배치해 둘 것. 냉장고에 캔을 채워 넣을 때의 법칙이었다. 이렇게 해 놓지 않으면 매장 상태 체크 점수 감점이던가. 최저시급을 받으며 시간제로 일하는 나에게 그런 건 별 상관없었지만, 큼지막한 로고가 일렬로 정리되어 있는 모양이 보기 좋아 나는 항상 그 룰을 따랐다.
캔은 각기 다른 컬러와 로고로 빛났다. 일그러짐 없이 손에 달라붙는 매끈한 금속의 표면. 그 캔이 가져다줄 것만 같은 개운함, 청량함… 캔은 돈만 지불하면 그런 것쯤은 보장한다는 듯 냉장고 속에서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문득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것은, 자본주의임을 깨달았다. 그 광경은 정말 아름다웠고 누구든 원하는 캔을 골라 꺼내고 싶을 것이었다. 캔 안에 담긴 것은, 색과 로고에 따라 서로 다를 것 없는, 그냥 설탕물인데도. 나는 왠지 웃음이 났다.
자본주의 아래에서, 우리는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많은 것들을. 그러나 우리가 살 수 있는 것이라곤 355mL의 합성 설탕물 혹은 납작한 가공 탄수화물 덩어리, 플라스틱 모형 같은 것들이다. 돈이 확정해 주는 것은 당신이 그것을 살 수 있다는 사실뿐이다. 당신이 그것을 집에 들여놓거나, 입에 쑤셔 넣어 행복해질 것인가는 돈이 보장하지 않는다. 다만 그럴 것이라고 온 세상이 당신을 세뇌할 뿐이다. 게다가 이 세뇌가 그럴싸해 보이도록, 세상은 온갖 전략을 짠다. 그들만의 디자인과 로고, 유명인이 등장하는 광고, 어느새 흥얼거리고 마는 광고 속 노래… 모두 돈으로 만들어진 세상 속에서, 우리가 뭐든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일지도 모른다.
돈이 많을수록 행복할까?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도, 이 질문은 끊임없이 인간의 주위를 맴돈다. 아니면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착각 끝에 필연적으로 도달하는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영상 속 연사는 통계 자료를 보여주며 개인이 돈을 많이 번다고 무한히 행복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전체 세상의 행복과 부 또한 마찬가지다. 세상의 부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인류의 행복과 비례하지 않는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자본주의의 룰을 따르겠지만, 그것이 우리의 인생을 모두 결정짓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행복을 더는 늘려주지 못한다는 수입의 기준, 75000달러를, 나는 가질 수 없다. 한국 돈으로는 약 1억 원 이상. 높은 확률로 평생을 일해도 벌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마땅히 덜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뜻일까? 오로지 돈으로만 행복을 살 수 있을까? 행복은, 살 수 있는 것일까?
주먹으로 쥘 수 없고
측정하는 단위도 없고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데
반짝반짝 빛나는 껍데기의 반사광에 눈이 멀면
그 빛 안에 나의 소망이 있다는 거대한 착각의 거품 속에서
계속 길을 잃는 것이다
그 빛은 마치 냉장고 속의 램프와 같아
인간의 삶 속 그 어떤 지표도 될 수 없다
그렇게 캔을 사지 않고도, 나는 안다. 나는 냉장고 밖에 서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