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P, INFJ의 이야기
무릇 어른들까지도 웃고 울게 만들었던 영화 <인사이드 아웃>.
2024년에는 2편이 나와 다시 한번 큰 호응을 받았는데요.
2편 개봉 기념, <인사이드 아웃> 1편을 다 함께 감상하고 쓴 글을 공유합니다.
이번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는 글 2편씩, 3주간 이어집니다.
여러분은 처음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가장 공감했던 감정은 누구였나요? 자신의 MBTI와 가장 닮은 감정이 있다면 누구일까요?
그때의 마음을 다시 생각해 보며, 혹은 지금 다시 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 상상하며
INFP, INFJ의 글을 만나보세요.
기쁨에, 당연히 슬픔까지 더해야 인생
그래, MBTI 글쓰기 소모임이라는 자리를 빌려 써보자면, 천성을 우울하게 태어난 INFP로서 이번 달은 침울의 최저점을 찍는 달이었다. 그 이유에
한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은 2024년이 벌써 끝나간다는 후회가 있는지
아직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다가오는 2025년에 대한 불안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랬다. 나의 인생엔 때가 되면 이렇게 땅바닥에 스스로 굴러야 하는 날들이 찾아온다.
그 때문이었을까? 오랜만에 집중해서 본 픽사의 명작은 구구절절 쓰고 싶은 감상을 주진 못했지만, 눈물을 쏟기엔 충분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라일리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아이에게, 가장 먼저 생긴 기억이 '기쁨'의 색이었다는 것.
정반대의 세상을 사는 것 같던 기쁨과 슬픔은 사실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다는 것.
그저 어렸을 적 허상 같았던 상상력들이 여전히 내 안에서 소중한 꿈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
모든 것이 끝난 듯한 절망 속에서도 ‘기쁨’은 '당신'을 위해 날아오른다는 것.
그렇게 당신 안에서 수많은 것이, 오로지 당신을 위해 매 순간 애를 쓰고 있다는 사실까지.
물론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것은 라일리의 성장 이야기이다. 어린아이가 처음으로 주변 세상의 변화를 맞닥뜨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과 혼란을 이해하며 해결하는 내용이다. 고작 이 만큼도 나이를 먹긴 먹은 것인지 나 만한 사람에게는 참 뻔한 스토리 라인이라고 생각했다. 픽사도 이 사실을 알았기에 인간이 아닌 감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 것이다. 이 점에서 '뻔한' 스토리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으로 멋지게 탈바꿈한다.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으로서, 우리 안에 있다는 저 감정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모습은, 우리가 지금껏 숨기거나 무시해야만 했던 감정과 직면하게 한다. 자신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스스로의 눈으로 이해해 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것은 곧 '나는 누구인가' 이해하는 과정과 다름없다. 특히 소위 말하는 어른으로서 우리는 종종 감정보다 이성을 더 높은 가치에 두는 실수를 저지른다. 사회 또한 그런 분위기를 종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픽사는 자신의 감정과 마음에 솔직해질 때, 그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일부임을 인정할 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니, 엔딩크레딧의 마지막 한마디를 본다면 성장grow up보다 단단stronger해진다고 표현해야겠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이번 달 내내 바닥을 뒹굴던 고통도 이 과정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아픔과 외로움까지 나임을 알기에 견딜 수 있는 것이다.
문득 이 영화를 보고 자기 안에는 어떤 인격 섬이 있을까, 어떤 기억이 주요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상상하는 다 큰 어른들을 생각해 본다. 그렇다. 이 영화는 이미 다 지나간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그때를 기특하게 여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금' 우리 안의 감정과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점에서 의미 있는 영화가 아닐까. 모든 어른들이 자신의 마음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길 바라는 영화라니, 어찌 울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애니메이션 영화를 무척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픽사의 감성을 제일 좋아한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단순할 수 있지만, 픽사는 따뜻한 휴머니즘과 어른의 시선에서 깊이 있는 고찰과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어른이 되어서야 그 진가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토이스토리 3과 인사이드 아웃이다. 인사이드 아웃은 내가 성인이 된 후에 나온 작품으로, 여러 번 보더라도 성인이 된 내가 느끼는 감정의 깊이에 더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비록 감정을 느끼는 주체는 어린 라일리이지만 말이다.
이전에 인터넷에서 픽사 영화에는 "울어!"라고 시키는 장면이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정말로 픽사는 그런 장면을 만든다. 나는 억지로 울리려는 장면에서 울면서도 그런 장면들을 싫어한다. 그러나 픽사가 만든 울음을 터뜨리게 하는 장면들에서는 깊은 사고와 함께 큰 감동을 준다. 이번 영화에서 그런 장면이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빙봉이 사라지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내가 읽었던 그 글에서도 언급되었는데, 정말 눈물이 많이 났다. 빙봉의 희생이 슬픔을 자아내면서도, 동시에 동심의 끝을 의미하는 듯해 더 슬펐다. 내 끝나버린 동심, 그리고 어릴 적 나와 함께 놀던 상상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빙봉의 소멸은 라일리의 성장을 상징하는 동시에, 우리의 동심을 돌아보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단순히 슬픔만을 강요하는 장면이 아니었다.
두 번째는 라일리가 가출 후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에게 안겨 우는 장면이다. 라일리의 선택과 상황이 안타까워 마음이 아팠다. 이 장면에서는 기쁨이가 슬픔이의 역할을 이해하고, 감정 컨트롤을 슬픔이에게 맡기는 부분이 중요했다. 슬픔이가 라일리에게 슬픔을 느끼게 하고, 이를 통해 라일리는 자신의 잘못을 부모님께 고백하며 눈물을 흘린다. 이때 기쁨과 슬픔이 함께 작용해 슬프면서도 행복한 새로운 기억이 만들어진다. 그 순간 라일리는 또 한 번 성장하게 되고, 나 역시 슬프면서도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소제목이 다소 극단적일 수 있지만, 우리는 언제나 즐겁게만 살아갈 수는 없다. 행복과 기쁨만 가득한 세상은 겉으로는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우리가 실제로 그것을 경험한다면 그 가치를 깨닫기 어려울 것이다. 영화에서 행복한 기억이 슬픔으로 변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전달하는 가장 큰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떠올릴 때 느끼는 그 묘한 뭉클함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할 수 있다니, 감탄스러웠다.
언제나 기쁨만 있다면 그것이 주는 감사함을 깨닫기 힘들다. 슬픔은 그 감정의 기준점이며,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감정이다. 슬픔이 주는 따뜻함과 그 감정의 중요성을 이 영화는 잘 보여주었다.
또한, 이 영화를 보며 깨달은 것은 감정이 그저 일시적인 반응이 아니라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이다. 슬픔, 기쁨, 분노, 두려움과 같은 다양한 감정들이 우리의 인생에 의미를 더하고, 이 감정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우리는 더 성숙해진다. 특히, 슬픔은 때로는 변화와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감정임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영화 속 라일리가 슬픔을 받아들이고, 그를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우리의 삶에서도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받아들이고 공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