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7. 바람막이.

12월23일

by 김귀자

삶이 공허할 때, 자녀를 생각한다.

세상에 태어나 오직 "엄마"라는 매개체 밖에 없다.

따뜻하게 감싸 안아 바람막이가 되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젠,

자녀가 바람막이가 되어준다.


아들이 6주간의 입대 훈련을 마치고 퇴소식이라 세종시를 다녀왔다.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아빠 때는 말이야."로 시작해서 분위기가 좋았다.

군대 이야기만 했다.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는 안했다.

군대 못 간 엄마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대 복귀 전까지 5시간 30분 남았다.


"훈련소와 이 곳은 공기가 다르다."고 한다.

오랜만의 외출을 아쉬워했다.

'6시까지는 위병소를 통과해야 한다.'는 소대장님의 문자를 받고서야 현실로 돌아온다.

카페에서 입소 20분 전까지 시간을 잰다.


"훈련 잘 마쳐서 고맙다."

"휴가 때 만나자."

저마다 말을 한다.

부대를 뒤로하고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사방이 어둡다.


귀가할 때, 딸이 운전을 했다.

그때까지는 좋은 남편이자, 아빠였다.

친절했다.

그러나, 딸의 직업과 급여 이야기를 하다가 역정을 냈다.

"저렇게 세상 물정을 몰라. 공무원이 조건이 낫지... 모르면 떠들지도 마."

'30년 넘게 공무원을 한 나보다, 더 잘안다.'

오래 참았지만, 오늘은 언성을 높혔다.

"직업에 대해, 구분 짓지 말라."고 했다.

'공무원도, 사회복지사도 다를뿐이지, 차이는 없다.'

속으로만 생각했다.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는다.

의미없는 대화만 한다.

집에 올 때까지, 남편은 혼잣말을 한다.

대꾸도 하지 않았다.


홍천은 눈이 와 있었다.

긴 하루였다.

'이젠, 남편의 바람막이가 되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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