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스물 셋 김양에게

by 김귀자

2021년, 5월이었다.

사람들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른다.

그녀는 그해
공무원 생활 30년을 맞았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시간.

그리고, 6급 계장 8년 차.

그 긴 시간 동안
그녀는 많이 변했다.

무엇이 가장 많이 변했을까.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는 법을
배운 것일지도 몰랐다.

그날 오후,

그녀는 닭강정과 피자를 주문했다.

과 직원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조용히 자축했다.

콜라를 따르고 축하를 받았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 시간을 견뎌냈다는 것.

그리고, 건강하게 여기까지 왔다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누구를 위해서였을까.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가족 때문이었을 것이다.

남편, 아이들.

그러나 돌아보면

그녀는 뼈속까지 공무원이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

그것이 그녀의 방식이었고
생존이었다.

남편은 종종 말했다.

융통성이 없다고.

그녀는 다르게 사는 법을 몰랐다.

때에 따라 변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기에는
이미 너무 오래 한 길을 걸어왔다.

그래서였을까.

남편과의 사이는 자주 흔들렸다.

그녀의 마음도 늘 잔잔하지 않았다.

바람이 불듯 감정이 흔들렸다.

그녀는 남편이 조용한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소리를 지르지 않고,
부드러운 사람이 되기를.

그리고 자신을 더 사랑해주기를.

그 바람은 기도가 되었다.

그해 추석,

그녀는 남편과 함께
친정 동네 산에 올랐다.

몇 번이나 같은 산을 올랐다.

버섯을 따기도 했다.

남편은 능이버섯을 좋아했다.

산길을 걷다가 남편이 말했다.

“고맙다.”

오랜만에 듣는 말이었다.

그녀는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손에 쥐고 있던 철쭉나무 가지를
지팡이처럼 짚으며 산을 올랐다.

문득 생각했다.

이 나무에도 꽃이 필 수 있을까.

그녀는 기도했다.

마른 지팡이에 꽃이 피게 해달라고.

함께 걷는 이 길이
끝까지 이어지게 해달라고.

그해,

그녀는 남편을 위해 많이 기도했다.

가정의 중심이 되어주기를,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기를.

그리고 자신도 변하기를.

조금 더 온유한 사람이 되기를.

기도는 짧았지만 시간은 길었다.

어느 날,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가정을 지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이 긴 시간을 버텨왔을까.

정말로 이 나라를 위한 공무원이었을까.

답은 없었다.

그저 돌아볼 뿐이었다.

서른 해의 시간.

이룬 것이 없는 것 같아
허무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버텨왔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삶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감사하기로 했다.

이제는 기쁨으로 살고 싶었다.

어렵겠지만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

그녀의 삶은 어느새
끝자락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그녀는 문득 떠올렸다.

스물셋의 자신을.

신규 임용을 받던 날,
가슴이 설레던 그 시절.

그때의 김양은 어디로 갔을까.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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