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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69년생 06화

고모

by 김귀자


어렸을 적 우리 동네는 거의 친척이었다.

몇몇 국민학교 동창얘들도 사돈지간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결국 사돈에 팔촌에, 진찌 이웃 사촌이었다.

고모들도 가삽으로 시집간 큰 고모를 빼고는 우리집 가까이에 살고 계셨다.


둘째 고모는 우리 집과 가까운 곳에 살았다.

그 고모는 자식이 다섯이나 있었지만, 막내 아들이 젖먹이였을 때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가 고모 대신 그 아이에게 젖을 먹여주곤 했다는 것을 크고 나서야 들었다.

어린 시절 나는 사촌 막내 오빠가 참 좋았다.

그 오빠는 나를 팔에 매달리게도 하고, 무릎 베개를 해주며 살뜰히 챙겨주었다.

나보다 훨씬 커다랗고 듬직한 그 오빠는 내게 큰 의지처였다.

그러나 훗날 알게 된 사실은 내가 고모라고 부르던 분은 사실 오빠의 새엄마였다.

오빠가 마음고생이 많았다는 것도 그제야 깨달았다.

오빠의 밝은 웃음 뒤에 숨어 있던 슬픔과 외로움을 이해하게 되었다.

오빠가 군대 갔을 때는 편지도 주고받았다.


둘째 고모부는 말수가 적은 분이었다.

어쩌면 고모와도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 같았다.

새 고모는 이곳에 시집오기 전 다른 아이가 있었다고 했고, 시집와서는 나보다 한 살 많은 딸을 낳았다.

그 언니와도 나는 자주 어울려 놀았다.


고모네 집은 사방집이었다.

우리는 주로 사랑방에서 윷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윷만 던지는 역할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고모네서 자던 어느 날 밤은, 쥐가 떨어진 일이 있었다.

그때 나는 무서웠다.

고모네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청국장이었다.

총각김치와 두부를 넣고 끓인 그 청국장의 맛은 잊을 수 없다.

어린 마음에 그 맛이 너무 좋아서 자주 생각났다. 그때는 고모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미처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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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 듣기만 해도 설레는 이름이다.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다. 한 줄이라도 좋다. 읽어 주는 분의 삶에 감동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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