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동료들 #복싱만화
체육관은 작은 도시 같았다.
낡은 나무 바닦은 길이 되고, 샌드백은 벽이 되었으며, 링은 광장이 되었다.
각자의 이유로 이곳에 모여든 사람들은 서로의 삶을 알지 못했지만, 땀으로 묶인 호흡만큼은 같은 언어였다.
정태
퓨전요리 주방장 새벽까지 일을 하고
오전에 체육관에 나온다.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정태
“여기 오면 숨이 좀 트여. 바깥은 내 숨을 모를 때가 많거든.”
그 말은 가볍게 들렸지만, 그 속에는 누구에게도 내보이지 못한 무게가 숨어 있었다.
보문
보육원 교사
그의 종아리는 늘 떨렸지만, 항상 긍정적이다.
운동 중 파이팅! 파이팅! 구호를 외친다.
보문
“형, 첫 시합 때 다리 떨려요?”
바울이
“떨려. 안 떨리면 거짓말이지. 하지만 링은 떨림을 숨기라 하지 않아. 견디라 하지.”
그 짧은 대답은 보문에게 오래 남았다.
떨림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감당해야 할 또 하나의 라운드라는 사실.
짧은 머리칼 끝이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었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흐리지 않았다.
소희.
체육관의 오전부 유일한 여성 수련생.
자신이 약하다고 말했지만, 누구보다 끈질겼다.
소희
“나 같은 애가 여기에 어울리나 싶다가도… 다시 일어나는 법을 여기서 배웠어.”
그 순간, 체육관에 있던 이들의 눈빛이 잠시 모였다.
누구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다들 알고 있었다.
말은 없었다. 대신 그의 시선이 곧 말이었다.
넘어져도 일어나는 법을 아는 이들, 떨림을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
그 땀의 무게가 이 작은 체육관을 또 하나의 도시처럼 숨 쉬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땡.
타임벨 소리가 울렸다.
훈련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넘어진다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고, 다시 일어나는 것이야말로 복서의 이름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