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집은 마음의 조감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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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집은 삶의 공간이라기보다 자기의 경제적 위치를 나타내는 증명서가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집을 꿈꾼다. 햇살이 머무는 작은 마당이 있는 집이든, 도시의 불빛이 내려다보이는 초고층 빌딩이든, 바람이 통하는 고향의 흙냄새를 품은 소박한 집이든. 하지만 그 꿈의 형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해왔다.
과거의 집이 ‘함께 사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의 집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증명서’가 되었다. 나는 부동산 현장에서 수많은 집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만났다. 불안에 떨며 전셋집을 구하는 이도, 새로 지은 고급 건물 앞에서 인생이 완성된 듯 미소 짓는 이도 있었다.
넓은 집에 사는 이라고 눈빛이 모두 평화롭지 않았고, 그렇다고 낡은 단독주택에 사는 이가 늘 평온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의 집과 시선을 오래도록 관찰하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집은 늘 그 사람의 마음을 닮아 있다는 사실이다.
집은 분명 물질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감정이 겹겹이 쌓여 있다. 벽은 욕망으로, 창은 희망으로, 문은 관계로 열리고, 지붕은 사랑으로 덮여있다.
그리하여 집은 한 사람의 삶의 지도이자 마음의 조감도가 된다. 문학과 영화는 오래전부터 이 진실을 알고 있었다.
『위대한 개츠비』의 호화로운 저택이 부의 상징인 동시에 고독의 성이었듯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타라'가 스칼렛을 다시 일으켜 세운 힘의 근원이었듯이,
『리틀 포레스트』의 부엌이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이었듯이,
『코코』의 오프렌다가 세대를 잇는 기억의 집이었듯이.
이 책은 바로 이 영화와 문학 속 공간들을 통해,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집을 짓고, 그 집이 어떻게 인간의 존재를 다시 빚어내는가를 담아내고자 한다.
우리는 흔히 "어디에 사는가"를 묻지만, 사실 더 근원적인 질문은 “어떤 마음으로 사는가”이다. 같은 평수의 집이라도, 그 안에 담긴 관계와 기억, 삶의 온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집은 물리적 공간에 부여된 단순한 주소가 아니라 정신의 좌표다. 욕망으로 짓든, 사랑으로 지었든, 집은 결국 그 사람의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가장 정직한 언어로 기록된 일기장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려는 ‘부동산 인문학’은 벽돌과 평수가 아닌, ‘집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읽어내는 일’이다. 그 언어를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이해하고, 더 이상 ‘사는 곳’이 아닌 ‘머물 수 있는 곳’을 찾게 될 것이다.
부동산 인문학 여정의 안내
이 책은 세 개의 여정, 즉 세 개의 마음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욕망의 집
인간이 세상을 향해 자신을 드러내고 손을 뻗는 공간을 탐색한다.
2부: 존재의 집
그 손을 거둬들여 내면을 회복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공간을 들여다본다.
3부: 이상의 집
이 모든 것을 품고 더 나은 삶의 가치를 향해 열린 공간을 그려본다.
결국, 집은 마음을 닮는다. 그 마음의 구조를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제대로 된 안식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집은 단순한 투자 자산이 아니다
마음이 머무는 가장 소중한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