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위빙
아침에 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베이지색 티코스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머그컵 색상을 보면 대강 추측 가능하시겠지만, 저는 파란색을 조금 선호하는 편이거든요.
파란 머그컵 엉덩이에 어울리는 컬러의 티코스터를 새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커피를 마시다 말고 서랍에서 푸른색 실뭉치와 위빙 틀을 꺼내어 왔지요.
하늘색 실을 걸고 파란색 실을 슥슥 꿰어 주기 시작합니다.
파란색.
해리포터 5권이 떠올랐어요.
5권의 색상은 파란색이거든요.
해리포터, 당신의 최애는 누구인가요
해리포터, 좋아하시나요?
저는 상당히 좋아하던 편에 속합니다.
사실 아직도 조금은 좋아합니다 - 6권까지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바로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였거든요.
5권과 6권은, 스네이프 교수의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는 에피가 있어서 좋아라 합니다.
실을 한 올 한 올 꿰어 가다가, 문득 드레이코 말포이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해보게 되었어요.
어려서부터 부족함 없이 살아오던 드레이코는 부모님께 지령 아닌 지령을 받겠지요.
'네 동기 해리랑 친하게 지내라.'
하지만 해리는 그가 내민 손을 거절합니다.
나름 그 친구 입장에서는 용기를 많이 낸 것이었을 텐데, 어쩌면 그런 매몰찬 거절은 인생에서 처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 늘 특권층을 만끽하며 자신의 밑에 사람이 있는 것이 당연한 아이였는데.
그리고 해리 일당에게 조롱을 받으며 지내기도 하지요.
꽤 치욕스러웠을 겁니다.
사춘기 무렵의 드레이코는 죽음을 먹는 자들을 보게 되고, 볼드모트는 부활하고, 아버지는 감옥에 가고, 자신의 삶이 무언가 잘못 꿰어졌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자신이 원해서가 아닌, 가족의 생존을 위한 압박에 시달리게 되지요.
그때 드레이코가 의지한 이는 스네이프 교수.
충성했으나 결국 소모품이 되어 버리는 자신의 위치, 보호받는 듯 하지만 구원은 받을 수 없었던 자리 등,
드레이코 말포이는 스네이프 교수에게서 어쩌면 자신의 미래를 보았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
하지만 스네이프 교수는 드레이코 말포이를 정서적으로 안아 주지 않았습니다. (물론 해리도 포함)
자신은 누군가를 보듬으며 정서적 안정을 얻을 사람이 아니라는 듯, 스스로에게도 가혹하지요.
심지어 덤블도어의 속내를 알면서도 결국은 스스로 이용당하고 마는 그 사람.
저는 이러한 스네이프 교수에게 제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었어요.
너무나도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자기 자신을 내팽개쳐 버렸던 그에게 말이지요.
... 그랬는데,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7권은 초큼 아쉬웠다는... 고러한 주절거림을 소심히 풀어내어 봅니다.
머릿속 생각을 한 올 한 올 꿰어 가다 보니 티코스터도 어느덧 완성되었네요.
푸른색에서 떠올린 해리포터, 그리고 스네이프 교수.
이번 버전은 날실이 조금 긴 게 나으려나 싶었으나,
아무리 봐도 거미 다리 같군요.
다시 잘라서 마무리 지어 줍니다.
짧은 게 제 눈에는 조금 더 나은 것 같아요.
이로서 두 개가 되어 버린 티코스터.
그리고 대차게 망해 버린 접힌 코스터는, 과감히 버려 줍니다.
하나 더 만들고 싶지만, 아쉬운 마음이 있을 때 접어야 다음번에 또 하고 싶어 지겠지요.
다 쓴 털실과 위빙틀은 다시 서랍 안으로 들어갑니다.
생각도 이제 서랍 안으로.
다 마신 커피잔 아래에 깔아 보기.
좋긴 한데 너무 또 깔맞춤인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다음번에는 무슨 색으로 만들어 볼지, 그것은 미래의 저에게 맡겨 보기로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저는 다음 주에 다른 이야기를 들고 찾아올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