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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be동사는 안녕하십니까?

be동사와 일반동사

by Hi jingyoo

be동사와 일반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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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동사 : 존재나 상태를 나타냄


일반 동사 : 동작이나 행동을 나타냄


I am Tom에서 am은 be동사로 나의 ‘존재’는 탐이다 즉 나는 탐이다라는 뜻이 된다.

I go to school에서 go는 나는 ‘간다’ 학교에 즉 나는 학교에 간다 라는 뜻이 된다.


몇 년 전 길에서 한 여성으로부터 동성애 반대 서명을 하라는 강요를 받은 적이 있다. 자꾸 귀찮게 따라오며 강요하던 그녀에게 나는 당신이 반대하라는 게 동성애 하는 사람을 반대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동성연애를 반대하라는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반대하는 것인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즉시 답하지 못하다 동성애는 나쁜 것이니 반대해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다가 화들짝 놀란 적이 있었다. 영화 제목의 ‘브로크백 마운틴’을 배경으로 두 카우보이의 동성애를 다룬 영화였는데,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보던 중 주인공 남성 둘이 텐트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스트레이트이기도 하고 남성 간의 베드신을 본 적이 없다 보니 더 놀라웠었는지 모르겠다.


영화에서 두 카우보이는 각자 아름다운 부인을 맞아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는다. 그럼에도 그들은 주기적으로 브로크백 마운틴 데이트를 즐긴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동성애자로써의 정체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살아간다.

그들은 동성애자로 태어난 것이고 그 정체성대로 산 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그들에게 왜 그렇게 태어났느냐고 할 수 있을까? 왜 백인으로 왜 흑인으로 태어났느냐고 왜 아시안의 외모를 갖고 있느냐고 할 수 없듯 그렇게 태어난 사람을 반대할 수는 없다.


동성애 반대 서명을 권유하던 그녀에게 나는 동성애자들은 그렇게 태어난 사람들이고 엄연히 그들은 현실에서의 존재들이어서 그들을 인정하고 있는 것과 같이 당신 같은 성향의 사람들도 분명히 현실에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당신의 존재를 인정하기는 하나 실존에 대한 반대를 강요하는 당신의 행동은 옳지 않기에 당신의 반대서명 운동은 하지 않는 게 맞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존재를 반대해 달라는 폭력이라는 생각이나 하고 있을까?



2


요즘 대한민국은 수산시장에서 수조 물을 떠 마시던 의원이 공천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나라가 시끄럽다. 선거 브로커에게 줄을 대 공천을 받았던 그녀는 국회의원이 된 후 세비 절반을 브로커에게 매달 상납했다. 그러다 다음 선거 공천에서 탈락하자 이전 공천 과정에서 대통령 부부가 관련됐다며 다른 정당과 공천 거래를 하기도 하고 결국 이 문제로 브로커와의 통화가 세상으로 나오면서 지금 대한민국은 난장판이다.


그녀의 보좌관의 폭로로 시작된 이번 스캔들로 알게 된 몇 가지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회의장에서 그녀는 브로커에게 쌍욕을 듣고도 아무 대꾸 하지 않고 수모를 참기만 했고, 의원이 되고 난 후에는 브로커에게 세비 절반을 매달 상납했다. 일 원짜리도 틀리면 안 된다는 브로커의 공갈에도 그저 고분고분 돈을 보냈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갔다. 칠불사로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갔다. 누굴 만나라면 만나기도 하고.

그녀는 왜 국회의원을 하려 했을까? 온갖 수모를 겪고 금전적 손해를 보면서까지 왜 국회의원을 하려던 것일까? 이 5선 중진 의원은 그 수모를 뚫고 어디에 도달하려 했는지 의문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무시당하고 욕 듣고 비서관 알게 돈까지 뜯기는 동안 그녀의 be동사는 안녕하셨을지 모르겠다.


권력을 지향하는 사람은 크게 둘로 나뉜다. 일을 하던 중 벽에 부딪혀 그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권력을 가지려는 사람. 다른 하나는 권력이 목표인 사람이다. 전자는 권력을 갖게 되면 그동안 하려 했던 일을 한다. 후자는 목표가 직함이었기 때문에 권력을 얻고 나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이를 한다. 권력자에게 머리 조아리는 사람을 만나는 놀이.


선물을 받고 돈을 받고 아부를 듣고 그에 대한 상을 내린다. 이와 반대라면 검찰을 보내 그 사람과 가족과 주변을 파탄 낸다.


전자는 직함을 받아 be동사가 변해도 바로 일반동사를 위해 행동에 들어가나 후자는 직함을 받아 00님으로 be동사가 바뀌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고 나면 그걸로 할 일을 다 했기 때문에 의전 받으며 여행 다니고 산해진미에 술을 마시면 된다. 그거 하려고 권력을 쥔 것이니까.


핵오염수는 후쿠시마 바다에 버리고 있는데 노량진수산시장 수조 물을 떠 마시고는 나 잘했으니 공천을 달라는 시그널을 보냈던 그녀는 그렇게까지 하면서 도대체 뭘 하려 국회의원을 하려 했을지 의문이다.


사진 한 장 보고 사람을 평가하고 그를 찍어줄 일이 아니다. 그의 행동을 보고 그의 평가를 해야 하고 방법은 오직 그것뿐이다.


3


프로필 사진을 얻기 위해 백만 장을 찍어 한 장을 프사로 걸곤 한다. 뽀샵으로 만든 사진도 아예 성형으로 근본적 해결을 도모한 사진도 모두 마찬가지다. 이것들은 앞서 말한 be동사를 손댄 결과들이어서 조작이고 사기다. 혈기 넘치는 수컷들은 이 사진들을 보고 열광하고 만나서 실망하나 술을 마신 후 그들에게 넘어간다. 물론 아침이 되면 처참한 상황을 마주하기도 한다.


아들에게 또는 젊은 남성들에게 그 사진에 넘어가지 말라 조언한다. 사진으로 그녀를 평가하지 말라는 얘기다. 백만 장 중 한 장이었던 사진은 친구에게 자랑할 때 쓰고 그뿐이다.


사람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행동이다. 그의 말과 행동 그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 만으로 그를 평가할 수 있을 뿐 조작된 사진과 외모로는 그를 알 방법은 없다. 물론 나이가 들면 그가 얼마나 상냥한 사람인지 평소에 어떤 표정을 짓고 살아왔는지가 그의 얼굴에 남아있다. 이 표정은 강남 명의를 만나도 얻을 수 없고, 또한 이 인상은 행동의 결과로 be동사가 아니다.


결국 be동사로는 알 수 있는 게 없다. 일반 동사! 그의 행동, 결정, 말투, 제스처, 고니처럼 좋은 탈을 가졌는가 하는 이런 것들을 두루두루 살핀 후라야 그를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be동사는 평가도 비난도 할 수 없다. 그의 생김과 성별과 인종으로는 그를 평가나 판단을 할 수 없고, 그의 행동만을 평가하고 비난하고 칭찬하면 된다.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영애나 소피마르소가 라면 먹자고 묻는다면 그녀들과 라면은 먹을 생각이다. 그녀들과 일면식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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