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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방에서 시작된 삶

(9) 변화에 적응

by Jeong Apr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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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리어우먼을 꿈꾸던 나는 엄마가 되었다. ]

제목에서 [ 작은 방에서 시작된 삶 ]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집안일로 하루 반나절 이상이 지났다.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켜서 빠르게 해보자 마음먹고 집안일을 했는데도 말이다.

집안일을 하는 중간중간 아이가 울거나 뒤집거나 배고프다 보채면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에게 달려가 안아주고 달래주고 밥 주고 재우고나서야 다시금 집안일을 해서 더 시간이 오래걸린 것 같다.


집에 있는 시간이 하루, 이틀, 사흘, 나흘 . .


겨울에 출산한 나는 몸조리할 겸 아기도 너무 갓난 아기라 내가 24시간 집중 케어를 해야겠다 생각을 하고 붙어있었다.


나는 외향적이라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며 활동적으로 움직여야 에너지를 더 얻는 스타일이지만,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아이가 우선이다 보니 당연하게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이를 집에 데려오고 일주일 정도는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아이케어하고 적응하느라 바빴지만 그 후에는 아이 옆에 붙어 집에 있는 걸 적응하느라 혼났다. 다른 것보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게 곤욕이었다.


일을 할 땐 집에 있는 시간이라곤 잠자는 시간과 씻고 준비하는 시간뿐이었다.

밤낮으로, 평일 주말 구분 없이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심장이 뛰는 설렘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지만 또 다른 설렘으로 심장이 뛰며 살아가고 있다.


추운 겨울엔 오히려 나가기 싫을 때도 많았지만, 날씨가 풀리고 따뜻해지니 집 밖을 나가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편은 낮에 시간이 될 때마다 나와 아이를 데리고 동네 산책이나 차 타고 드라이브하며 콧바람 쐬게 해 주었다.  덕분에 스트레스도 중간중간 풀고 억압되어 있는 무언가가 해방이 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책임감이 정말 강해서인지 성격이 긍정적이라서 그런 건지,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를 잘 안 하고 혼자 다 헤쳐나가고 해결하려는 성향이 있다.


그런 나에게

남편이 어느 날 책임감이 강해서 힘들어도 힘들다 이야기 안 하는 너지만 고생하는 것들을 안다고 고맙고 미안하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솔직 담백하게 전하는데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이 묻어나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 말들에 나는 마음이 따뜻해졌고 큰 위로가 되었다. 나를 알아주는 게 참 고마웠다.


어느 날은 남편이 들어왔을 때 집이 내가 봐도 너저분하게 되어있던 날이 있었다.

나도 집이 항상 깨끗하고 정리정돈 되어있는 걸 좋아하는데 맘처럼 되지 않았던 날이 있었다.


남편이 침구류 정리를 하는데 마음 깊숙한 곳에서 왠지 모를 미안함이 올라와 나는 남편에게 " 집이 조금 너저분하지?" 멋쩍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남편은 단번에 아니라고 훌륭하다며, 오늘도 고생 많았다고.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 한마디에 나의 힘듦이 싹 씻겨져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변화된 내 삶에 적응하고 있다.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수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고 크고 작은 변화들이 많겠지만 난 또 적응하며 잘 해낼 것이고 잘 꾸려나갈 것이다.


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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