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3).

집합투자기구(펀드)의 관계회사: 채권평가회사

by 구름아저씨

지난 회차에서는 펀드의 기준가격을 산출하는 일반사무관리회사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3권 분립의 예를 들면서 자산운용회사, 신탁업자, 일반사무관리회사의 세 가지만 언급했습니다. 오늘 살펴볼 채권평가회사를 기존의 예시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앞선 예시에서의 3개 회사는 펀드의 운용과 결과에 직접적으로 관여를 하고 있지만, 채권평가회 사는 이 3개 회사들과는 성격이 다소 다른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금번 회차에서는 이 채권평가회사에 대해 살펴보면서 앞서의 3개 회사와는 성격이 어떤 면에서 다른 것인지, 그리고 이 채권평가회사의 수수료(보수)가 어떻게 결정되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자본시장법에서 채권평가회 사는 “집합투자재산에 속하는 채권 등 자산의 가격을 평가하고 이를 집합투자기구에게 제공하는 업무를 영위하려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註1). 펀드 운용의 사이클을 보면 자산운용회사가 주식, 채권 등의 유가증권의 매매를 통해 펀드를 운용하고, 일반사무관리회사는 운용결과를 회계처리하여 기준가격을 산출하며, 신탁업자는 자산운용회사가 매매한 유가증권의 인수 또는 인도하고 대급의 지급ㆍ수령을 동시에 결제하여 그 거래를 이행하고, 일반사무관리회사에서 산출한 기준가격을 자신이 산출한 기준가격과 비교ㆍ확인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편차가 발생하면 시정을 요구하는 업무를 한다고 설명드렸습니다. 이 사이클에서 채권평가회사는 여기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이 세 개의 회사에 각각의 역할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즉, 채권평가회사 정의에서 보듯이 채권 등 자산의 가격을 평가하고 이를 집합투자기구(펀드)에 제공하는 것으로 이 사이클에 참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집합투자기구(펀드)에 편입되어 있는 집합투자재산은 수시로 그 가격이 변동됩니다. 주식이나 채권은 물론이고 예금 등도 그 금리에 따라서 가치가 변동이 됩니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이 집합투자재산을 시가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註2). 예금과 같은 경우는 해당 금리에 따라 가치를 반영해 주면 되고, 주식의 경우는 증권시장에서 거래된 최종시가를, 파생상품의 경우는 파생상품시장에서 공표하는 가격이 시가가 됩니다.

그런데 채권의 경우는 증권시장과 같이 공개시장(장내시장)에서 거래되는 비중이 35~40% 정도이고 나머지는 장외에서 거래가 되기 때문에 주식과 같은 최종시가가 없습니다. 이러한 경우 자본시장법에서는 둘 이상의 채권평가회사에서 제공하는 가격정보를 기초로 한 가격을 공정가액으로 하여 평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註2, 註3). 이에 따라 집합투자업자인 자산운용사는 둘 이상의 채권평가회사와의 계약을 통해 일반사무관리사에 가격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두 개의 회사만을 계약을 하게 될 경우 둘 중 하나의 채권평가사회사가 시스템 에러 등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법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는 3개의 채권평가회사와 계약을 하게 되며 4개의 채권평가회사와 계약하여 정보를 제공받는 자산운용사들도 있으며 펀드별로 어느 채권평가사와 계약이 되어있는지는 펀드의 투자설명서를 보면 기재되어 있습니다. 또한 채권평가회사는 채권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장외파생상품인 스왑이나 파생결합증권 등과 같이 시가가 없는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가격정보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국내의 채권평가회사 업계 현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자산평가사가 생긴 것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입니다. 당시 IMF의 권고로 기업의 회계처리가 장부가 평가에서 공정가치 시가평가로 바뀌면서 객관적인 자산평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관련 법령 정비를 통해 2000년에 한국자산평가(KAP), KIS채권평가(나중에 KIS자산평가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나이스피앤아이(NICE P&I)의 3개 사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인 채권평가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이후 2011년 FN자산평가가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고, 2020년에 EG자산평가가 설립되면서 현재는 5개사의 체제로 형성이 되어있지만 축적된 노하우나 업무수행 경험, 역량면이나 규모면에서 기존 3개 사가 월등하며, 최종 후발 주자인 EG자산평가는 한국자산평가 출신 임직원이 다수 이직하여 포진하고 있지만 업계 내에서는 아직 신생회사로서 확실한 영역을 구축하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지금까지 펀드와 관련한 채권평가회사에 대해서 살펴보았으나, 자산운용사 외에도 보험회사의 일반계정이나 증권사, 은행 등도 채권평가사의 가격정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보험회사의 일반계정 같은 경우 일반계정의 자산을 운용할 때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에 투자를 하고 있으므로, 스왑 같은 파생상품이나 대체자산, 비상장주식 등의 평가를 위해 채권평가회사와 계약을 하여 정보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그럼 계속해서, 채권평가회사는 자산운용사와 마찬가지로 설립 초기인 2000년대 초반에는 펀드도 활성화되지 않았고, 시장 자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보험회사의 일반계정이나 은행의 고유계정 등에 대해서는 그 자산규모가 크기 때문에 가격정보제공에 따른 수수료를 정액제로 운영을 했고, 그 당시 업계 전반적으로 펀드 시장은 규모도 작고, 수수료 자체를 펀드에서 부담하므로 정률제로 운영을 했습니다. 그마저도 서로 간의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인해 업계의 열악한 환경이 더욱 악화됨에 따라 금융당국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산운용회사의 전신인 투자신탁업계와 협상을 통해 수수료율을 중재하였습니다. 따라서 2004년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이하 간투법)”이 시행되면서 펀드에서 부담하는 보수율(펀드에서 부담하는 수수료는 보수라고 합니다)은 1개 회사당 0.3bp(1bp=0.01%)로 책정하였고, 그 당시는 보통 2개 회사와 계약하였기 때문에 펀드에서는 0.6bp정도를 부담하였습니다. 그 이후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보수율 자체를 조금씩 인하하는 곳도 있으나, 이 수준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펀드에서 부담하는 보수율이 0.6bp로 동일하지만 2개 사가 아닌 4개사를 계약하는 곳도 있어서 1개 회사당 보수율은 많이 인하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보험회사의 일반계정과 같은 고유계정은 정액제로 하여 그 수수료 수준이 지금까지 크게 차이는 없으나, 간투법이 시행된 이후 펀드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고 금융투자상품도 다양해짐에 따라 채권평가회사의 수익구조는 크게 개선되었으며, 최근에는 성과분석이나 컨설팅, 솔루션 제공 등과 같은 영역까지 사업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업무영역의 특성으로 인해 채권평가회사들은 다른 금융업계에 비해 석ㆍ박사급 인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펀드의 경우 채권평가회사는 집합투자업자인 자산운용사와 계약을 하고 가격 정보는 일반사무관리사에 제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산운용사 또는 보험회사 특별계정의 실무자들조차도 채권평가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고 있고, 그 가격 정보가 어떻게 산출이 되며, 가격 정보의 정합성과 적시성을 위해 어떤 식으로 내부 프로세스가 구축되어 있는지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가격 정보를 직접 제공받아 회계처리와 기준가격을 산출하는 일반사무관리회사와의 관계가 더 밀접합니다.


여기까지 3회 차에 걸쳐서 간접운용이라는 무대에서의 조연 역할을 하는 신탁업자, 일반사무관리회사와 채권평가회사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식물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물과 햇빛과 적절한 온도가 필요하듯, 펀드를 활짝 피우기 위해서는 이들 회사의 역할이 없어서는 안 됩니다. 비록 화려한 조명을 받지는 못하지만 그 펀드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그래서 무대 뒤 그늘인 음지에서 일하지만 양지를 향해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그런 역할인 것입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이들의 역할이 모두 실타래처럼 엮여 있는 “펀드 기준가격 Cut-off 제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註1 : 자본시장법 제263조(채권평가회사)

① 집합투자재산에 속하는 채권 등 자산의 가격을 평가하고 이를 집합투자기구에게 제공하는 업무를 영위하려는 자는 금융위원회에 등록하여야 한다


*註2: 자본시장법 제238조(집합투자재산의 평가 및 기준가격의 산정 등)

① 집합투자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집합투자재산을 시가에 따라 평가하되, 평가일 현재 신뢰할 만한 시가가 없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정가액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다만, 투자자가 수시로 변동되는 등 투자자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적은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으로 평가할 수 있다.


*註3: 자본시장법시행령 제260조(집합투자재산의 평가방법)

① 법 제238조제1항 본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이란 증권시장(해외 증권시장을 포함한다)에서 거래된 최종시가(해외 증권의 경우 전날의 최종시가) 또는 장내파생상품이 거래되는 파생상품시장(해외 파생상품시장을 포함한다)에서 공표하는 가격(해외 파생상품의 경우 전날의 가격)을 말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해당 호에서 정하는 가격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개정 2015. 10. 23., 2020. 3. 10., 2021. 10. 21.>

1. 기관전용사모집합투자기구가 법 제249조의12제1항에 따라 준용되는 법 제249조의7제5항에 따라 지분증권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그 지분증권의 취득가격

2. 평가기준일이 속하는 달의 직전 3개월간 계속하여 매월 10일 이상 증권시장에서 시세가 형성된 채무증권의 경우에는 평가기준일에 증권시장에서 거래된 최종시가를 기준으로 둘 이상의 채권평가회사가 제공하는 가격정보를 기초로 한 가격

3. 해외 증권시장에서 시세가 형성된 채무증권의 경우에는 둘 이상의 채권평가회사가 제공하는 가격정보를 기초로 한 가격

10회차1_정사각형.jpg


keyword
이전 09화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