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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의 중간평가를 무사히 넘기다

4기 암환자의 슬기로운 치병 생활('25. 1 .10/2. 21.)

by 암슬생 Mar 0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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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중간평가, 절반의 성공


'24년 10월 31일 간전이 제거술을 무사히 마치고 항암제를 오니바이드로 변경 한 후 두달 여가 지났다.


1월 7일은 CT와 MRI를 찍고 그동안 별 변화가 없었는지를 체크하는 날이었다('25.1.7)


오늘지난 번 찍은 CT 와 MRI 판독 결과, 채혈 결과를 주치의 선생님께 직접 듣는 날이다.


지난 화요일 미리 떼어본 판독지 내용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폐'에 작은 결절이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는 등 미세한 변화들이 있다고 하시면서  한 달 보름 후 다시 평가를 해보자고 하신다.


원래 중간 평가는 애매모호한 경우가 제법 있어 속시원한 결론을 듣는 건 아주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폐'에 뭔가 있다는 것이 께름칙하기는 했지만,


"항암제가 잘 듣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지켜보시죠"

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니 또 한편으론 맘이 놓였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다. 완벽을 바라면 아쉽고 속상하지만 더 나빠지지 않고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기대하면 맘 편하고 좋다.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야 잘 이겨낼 수 있다.

빨리, 완벽히 다 나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제법 괜찮은 결과에도 욕심이 생기고 속상해지곤 한다.


현재가 조금 힘들더라도 길게 보고,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걸로.. 당뇨 관리하듯 평생 관리하면서 산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


이렇게 5년을 채우고 10년을 채우면 지금보다 분명 더 건강해질 거라 굳게 믿는다.


긴 하루.

항암을 잘 마치고 5FU 권총 차고 귀경 중이다.


오늘도 와이프가 영양식 도시락을 준비해와서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지금은 와이프가 운전대를 잡았다. 같이 오니 편하고 든든하다. 고맙고.


생일날 두번째 중간평가를 하러 가다(2. 18.)


날씨가 많이 춥다. 이 추위 뒤엔 파란 봄이 기다리고 있으려나? 마음도 많이 춥다.


오늘은(2. 18일) 군포 지샘병원 가는 이다. 수호천사와 함께다.


지난 1월 10일 첫번째 중간평가에 이어 두번째 중간 평가가 있는 날이다. 채혈, 9시 30분 MRI, 10시 15분 CT 그리고 오후엔 고주파 온열치료. 일정이 제법 빡빡하다.

CT 와 MRI , 채혈 일정이 빡빡한 적힌 안내지CT 와 MRI , 채혈 일정이 빡빡한 적힌 안내지

공교롭게도 오늘은 우리 부부의 생일날이다. 우리 부부는 생년월일이 같다고 얘기한 적 있다.


어젯밤에 수호천사는 미역국을 준비했지만 CT 끝날 때까지는 금식이라 아침을 먹지 못했다. 속도 살짝 쓰리고 목도 마르고 마음도 뒤숭숭하다.


만자씨야 당사자니까 생일날 병원 가는 걸 받아들여야겠지만, 나의 반쪽 수호천사에게 그런 달갑지 않은, 긴장된 하루를 선물하자니 마음이 아프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인사를 나눴다.


"생일 축하해..ㅇㅇ아"


"생일 축하해 자기야, 30년만 건강하게 더 살자. 지금까지 잘 견뎌줘서 고마워"


'내가 할 소린데...'


콧등이 시큰해졌다.


오늘 채혈을 하고 CT 와 MRI를 찍으면 오후쯤엔 결과지를 떼어 볼 수 있다. 손끝이 바르르 떨리는 순간이다.


이젠 어느 정도 결과지 판독에 익숙해져 별 탈이 없는지,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정도는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물론 좀 복잡해지면 금요일 주치의 선생님께 자세한 설명을 들어야겠지만..

긴장되고 떨리고 간절한 하루가 될 거다.


좋은 결과  받아서 우리 부부, 특히 수호천사에게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저녁에 와이프에게 이 노래를 불러줘야겠다.

우리 '로또 부부'(어느 블로거님이 우리 가족을 로또 가족이라 하셨다)의 생일축하 노래다.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을

눈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


겨울에 태어난

사랑스런 당신을

눈처럼 맑은 나만의 당신~~~♡♡♡'


수호천사에게 '눈물'을 선물하다


모든 검사가 끝났고, 특수 온열치료도 다 마치고 퇴원 수속을 했다. 퇴원 수납을 하면서 CT 와 MRI 판독 결과지를 떼어 보았다.


판독지를 받아든 순간 손이 바르르 떨리고 심장이 요동을 쳤다. 수호천사는 차마 판독지를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제발, 하느님. 엄마 아빠, 장모님 도와주세요.'

하늘에 계신 분들이 소환되셨다.


MRI,

No evidence.


CT,

No evidence.

MRI 판독 결과지MRI 판독 결과지
CT 판독 결과지CT 판독 결과지

요약하면, 지난번과 비교해서 새로운 뭔가를 의심(전이 또는 재발 의심) 할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최상의 결과다.


눈앞이 흐릿해졌다.

와이프도 그제야 판독지를 보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자기야, 고생 많았어"


"자기가 더 고생 많았지"


서로를 격려하며 부둥켜안았다.

주위 분들이 우리 둘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모두 동병상련이기에 흐뭇한 미소로 바라봐 주었다.


이렇게 우리는 또 2개월의 긴 휴가를 얻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매일 차 안에서 미친×처럼 혼자 크게 외치던 걸 속으로 외쳤다.

만자씨를 아는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생일을 병원에서 보낸 수호천사에게 그래도 '기쁨의 눈물'은 선물해서 다행이다.


저녁엔 여동생이 보내준 상품권으로 '아웃백' 가서 축하 파뤼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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