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암환자의 슬기로운 치병 생활
요 며칠(3. 13일 글)은 만자씨네 집안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수호천사의 감기는 나을듯하더니 다시 기침이 심해지고, 만자씨도 항암 부작용과 감기가 겹쳐 참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하던가? 시간이 흐르니 조금씩 호전이 되고 집안 분위기도 다시 찾아가는 중이긴 한데 마음은 여전히 심란하다.
작가님들의 진심 어린 조언과 응원·격려는 그 와중에 크나큰 힘이 되었고,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동기가 되었다. 염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어젯밤에 수호천사와 침대에 누워 얘기를 나눴다.
"자기야, 이번에 참 많이 힘들다 그지?"
"그러게, 자기는 항암에 감기까지 걸렸으니 더 힘들었을 거야.. 감기도 세상 처음 경험하는 지독한 감기였고."
"근데.. 자기야"
"응? 왜?"
만자씨가 머뭇거린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은 말이 있는 듯했다.
"근데 말이야..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혹시 나중에 지금 보다 훨씬 더 힘든 상황이 오면 어떨까? 잘 이겨낼 수 있겠지?"
"-----------------"
"자기답지 않네..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온 날들보다 더 힘든 날이 올까? 물론 올 수도 있겠지만 처음 암 진단받고 수술하고 전이되고 한발 다리 떼기도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는데..
우리 다 이겨냈잖아."
"4년 6개월이란 시간이 결코 짧은 건 아니었나 봐. 요즈음 몸이 자꾸 힘드니까 자꾸 마음이 약해지고 두려움도 생기고."
"그건 당연하지 자기야.. 우리도 사람인데..
그 긴 시간 그래도 치열하게 긍정적으로 살아왔기에 지금까지 이렇게 잘 살아내고 있는 거 아닐까?"
그렇다. 최근 두 부부가 몸이 아프면서 맘도 부쩍 약해졌다. 그건 의지로 해결될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일시적인 우울증 같은 거랄까.
앞으로 만자씨가 헤쳐나가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을지, 얼마나 심각할지 짐작조차 어렵다. 그리고 이 길고 지난한 과정엔 기한이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란 의문이 자꾸 나를 옭아매려 한다.
그러나 이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은 유일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어떤 시련이 오더라도 가족과의 끈끈한 유대감으로 또 이겨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에 그 길고 지난한 싸움도 맥없이 끝나버리지 않을까?
오늘은 컨디션이 또 조금 좋아진 듯하다. 지금의 이 시련이 또 지나가길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