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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닮는다고 했던가? 우리 부부는 아무래도 이상하다

4기 암환자의 슬기로운 치병 생활

by 암슬생 Mar 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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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올린 글에서 만자씨와 수호천사는 '생년월일'이 같고 만자씨가 두 시간 오빠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 기막힌 인연이다. 더불어 PC 통신을 통해 범상치 않게 만났으니, 그 무렵 길거리에서 사주 봐주시던 어르신 말씀처럼 천생연분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천생연분이라 하더라도 우리 부부는 참 이상한 부분이 적지 않다.


부부는 보통 닮아간다고 한다.

결혼 후 같은 환경에서 함께 사니 생각하는 것도 닮아가고 외모도 닮은 듯 보일 수 있다.

■  닮음을 넘어 쌍둥이가 되어버린 만자씨 부부■  닮음을 넘어 쌍둥이가 되어버린 만자씨 부부


만자씨가 오늘 저녁 먹을 것을 생각하고 있으면,


"자기야, 오늘 ㅇㅇ  어때?"


"헐~~ 나 지금 그거 말하려 했는데."


물론 25년을 함께 살다 보니 그 정도는 텔레파시가 통하거나 간파할 수 있을 테고 제법 자주 통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그 정도가 아주 심하다. 보통 같이 아프고 나을 때도 같이 낫는다. 꼭 이란성쌍둥이 같다.


양가에서 말 못 할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우리 두 부부를 각각 나눠 기른 건 아닐까 하는 비합리적 의심을 한 적도 제법 있다.


그런데 결론은 아니었다.


수호천사는 작고하신 장모님을 많이 닮았고, 만자씨도 돌아가신 어머니를 많이 닮았다. 누구 한 명을 다른 집에 보냈을 가능성은 낮아지는 거다.


오죽했으면 이런 생각까지 했을까만 외모가 닮았다는 소리도 자주 듣는 편이라 가끔 그런 농담을 하곤 한다.


이번에 아플 때도 두 사람이 많이 힘들어했는데 우리만의 '필살식'을 먹고 정말 거짓말처럼 상태가 좋아졌다.


"강동 복지리?"


"콜"


이번엔 플렉스를 좀 해서 '참복' 지리를 주문해 먹었다. 최근에 이렇게 자주 복지리를 먹으러 온 것도 흔한 일이 아니고 아무리 맛있는 메뉴도 자주 먹으면 질리는 법인데.. 이게 웬걸..

먹을수록 맛있다.


어제도(3.13일) 둘이 정신없이 국물을 드링킹 드링킹하고 볶음밥까지 싹싹 비웠다. 음식 잘 먹고 난 후의 포만감과 행복감을 서로의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같이 아프고, 아플 때 먹고 싶은 음식도 같고, 맛있게 먹은 후 몸 컨디션이 좋아진 것까지 신기할 따름이다.


특히, 입 짧은 수호천사와 만자씨가 함께 좋아하는 음식은 서너 가지에 불과하다.


마포구 망원동 만두전골, 잠실의 어느 한정식집(여기도 조금 싫증이 나기 시작했지만),


그리고 최근 우리 부부의 필살식 '강동복집'(하남시에 위치한 이곳은 개인적으로 아무 상관없는 집인데 진심 강추 드린다. 변함없이 맛있다).


쌍둥이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의 수호천사와 만자씨는 어제저녁을 잘 먹고 푹 자고 오늘 둘 다 좋은 컨디션 상태로 출근과 병원 진료를 했다.


쌍둥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부부가 함께 이 지독한 감기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란성쌍둥이 못지않은 애정으로 남은 여생을 살아가면 더 바랄 게 없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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