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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자씨는 울보?

4기 암환자의 슬기로운 치병 생활

by 암슬생 Mar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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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논현역으로 면역주사를 맞으러 가는 날이다(3. 12일). 감기로 꽤나 고생을 했고 완전히 다 나은 상태도 아니라 적잖 걱정이 되었다.


몸 컨디션이 괜찮을 때도 주사를 맞은 후엔 가끔 열이 나기도 하는데 이번엔 몸 상태가 썩 좋지 못하니 가족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면역주사는 많이 비싸다. 만자씨도 수호천사가  이 주사를 하자고 했을 때 많이 망설였었다. 효과가 100% 증명된 것도 아니고 가격도 우리 형편엔 너무 과했다.


수호천사의 "뭐가 중요한데?"에 세뇌 당해 제법 여러 번 주사를 맞았다. 그 효과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단 1%라도 도움이 됐다면 그걸로 족하다는 게 수호천사의 지론이다.


오전에 주사를 맞고 출근 예정이었으나 아무래도 무리일듯싶어 회사에는 병가를 냈다.


문제는 주사를 맞으러 갈 것인지였다. 수호천사가 딸ㆍ아들과 수군수군 의논을 하더니 이번 주사를 패스하면 어떠냐고 한다.


패스하면 연기가 되는 게 아니다. 면역세포를 배양해 놓은 상태라 오늘 주사를 맞지 않으면 그냥 허사가 되는 일이다.


아무리 고민해도 그 큰돈을 그냥 날릴 수는 없었다. 택시를 타고 오가기로 하고 주사는 맞는 것으로 했다.


다행히 주사 맞으며 또 푹 잤더니 지금까지는 별 이상은 없다.


주사 맞고 나오는데 '버거킹'이 보였다. 오후 1시경.


아침을 샐러드만 간단히 먹었는데도 식욕도 없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


'버거킹?'


평시에 그렇게 먹고 싶은 메뉴. 수호천사가 웬만해서는 허락지 않는 메뉴다.


"버거킹 먹으면 안 될까? 그거 외엔 먹고 싶은 게 전혀 없네."


"그래?  음~~~"


잠시였지만 수호천사가 고민하는 듯했다.


"그래 그럼.. 프렌치는 먹지 말고 햄버거는 조금 남기고. 천천히 먹어. 빈속이라 체할 수 있어."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직감하고 수호천사는 마지못해 허락을 해줬다.


그토록 먹고 싶던 버거킹도 특별한 맛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먹을만했다. 속을 채우니 에너지가 생기는 느낌은 들었다.


택시를 타라는 수호천사의 명령감히 어기고 9호선 급행을 탔다. 한 번이면 집 근처에 도착하니 큰 무리가 없을 듯했다. 운동도 할 겸 전철을 탔다.


수호천사에게 문자온 걸 전철에서 봤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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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 이미지 3


나도 모르게 눈앞이 흐려지더니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누가 볼까 슬쩍슬쩍 훔치며 겨우 진정을 시켰다.


나를 지켜보는 수호천사,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져 울 수밖에 없었다.


만자씨가 눈물이 많은 편이지만 이 톡을 보고 어찌 울지 않을 수 있을까?


몸  컨디션이 나쁘면 마음도 센티해지고 서럽기도 하다.


예전 우리 어머님들이 몸이 아프실 때 김을 매시다 통곡을 하시며 신세 한탄하시던 게 그런 이유였던 것 같다.


만자씨가 울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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