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암환자의 슬기로운 치병 생활
얼마 전 만자씨는 선물을 받았다. 얼굴도 모르는 어느 천사로부터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그때의 그 감동과 기쁨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천사는 만자씨의 블로그를 매일 방문하고, 정성 가득 담긴 댓글로 만자씨를 응원해 주고 격려해 주는 친한 이웃님이다.
만자씨가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 지난해 10월이니 이제 6개월이 되었다. 그동안 나름 열심히 포스팅을 하고, 이웃님들 글도 찾아 읽고 댓글과 답글도 열심히 달았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글감을 찾는 것도 물론 어려웠지만, 사진 편집하는 것 등도 초보 블로거에겐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천사 같은 이웃님이 만자씨 블로그를 방문한 것은 만자씨가 블로그에 푹 빠져 있을 때였다.
그게 올해 초였으니 블로거 된 지 3~4개월여 됐을 때인 듯싶다. 어느 날 만자씨 포스팅에 진심 담긴 공감의 댓글을 남겼기에 이웃님의 블로그를 호기심을 갖고 방문을 했었다.
그런데, 이웃님의 블로그는 텅 비어 있었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가볍게 안부 글만 남기고 나왔다. 어떤 분인가 호기심이 생겼다.
그 뒤 그 이웃님은 거의 매일 한 번도 빠짐없이 만자씨의 포스팅을 읽어주었고 공감의 하트를 날려 주었다.
어떤 분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사실 우리는 이웃님들의 포스팅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웃님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활발한 성격인지 차분한 성격인지, 급한 성격인지 아닌지, 유머러스 한지 아닌지, 세상에 감사하며 사는지 걱정하며 사는지 등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그냥 나만의 기준을 갖고 그렇게 상상하며 상대방을 파악하는 것이다.
가끔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분들도 있지만, 온라인상에서의 만남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웃님을 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포스팅 글인데 그런 포스팅을 볼 수 없으니 도대체 어떤 분인지 너무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님께 안부 글이 왔다. 아주 감명 깊게 읽은 책이 한 권 있는데 보내 주고 싶다고. 주소를 알려 달라고 했다.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주소를 알려 드렸다. 일방적으로 뭔가를 받는다는 게 조금 부담은 됐지만 책 한 권 정도의 선물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책을 보내 주실까 궁금했다. 그 책을 통해서라도 이웃님을 조금이나마 파악해 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주소는 곧 만자씨가 사는 곳을 알려드리는 것이고, 제법 많은 정보가 들어 있는 것이라 다른 사람이 알려 달라고 했다면 아마 이런저런 핑계로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웃님의 요구에 그런 망설임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며칠을 기다려도 책이 오지 않았다. 안부 글로 여쭸다. 책을 못 받아서 그런 게 아니라 혹시 책을 받고도 감사 인사도 안 하는 무례한 인간이라 뭐라 할까 걱정돼서 여쭤본다고... 책을 보냈는지 여쭈어보았다.
"아 네. 한 권만 보내려다가 한 권 더 보내드리고 싶어서 주문을 했더니 좀 늦어졌습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이웃님이 나의 물음에 안부 글로 답을 주었다.
그리고 며칠 후 집으로 책이 배달되었다. 신기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포장을 뜯고 책을 살펴보았다. 두 권의 예쁜 책이었다.
이웃님은 너무 두껍고 무거운 책 대신 만자씨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아이, 어른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동화 같은 책이었다.
책 두 권이 끝이 아니었다. 두 권의 책을 선물 받은 것도 감사하고 감동인데, 책과 함께 A4 용지 두 장 분량의 정성스러운 편지가 동봉되어 있었다.
책 보다 편지에 눈이 먼저 갔다. 돋보기안경을 꺼내 들고 심호흡을 하고 편지를 읽어 내렸다.
"음~~~~~~~~"
"음~~~~~~~~"
편지를 읽는 내내 만자씨는 아무 말 없이 그냥 신음만 토해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신음이었다.
'역시 이런 아픈 사연이 있으셨구나.'
두 장의 편지에는 이웃님이 그동안 겪었던 아픈 사연이 씌어 있었다. 너무나도 가슴 아픈 사연. 이웃님의 댓글과 답글을 통해 뭔가 깊은 사연을 가진 분이라는 상상을 했는데 틀리지 않았다.
읽는 내내 콧등이 시큰했다. 만자씨네 가족 모두 그 편지를 읽었다. 모두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특히 수호천사는 눈물이 그렁그렁할 정도로 가슴 아파했다.
"아휴~~ 어떡해. 너무너무 가슴 아프다."
수호천사가 휴지로 눈물을 닦으며 한마디 했다.
그랬다. 나는 천사에게 선물을 받았다. 가슴에 깊은 슬픔을 안고 살면서도 주변의 아픔을 공감하고 진심으로 위로해 주는 천사를 만났다.
본인도 아직 여물지 않은 아픔을 품고 살면서도 만자씨와 만자씨 가족의 행복을 기원해 주었던 것이다.
마음이 아플 때 주변을 돌아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천사는 그런 고난과 시련, 아픈 기억마저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을 가진 분들인 것 같다.
정성스러운 두 장의 편지와 두 권의 책은 만자씨가 지금까지 50여 년을 살면서 받아 본 가장 소중하고 값진 선물이 아닐까 싶다. 언제 어디서 또 이런 선물을 받을 수 있겠는가?
얼굴 없는 천사로부터 선물을 받은 이후로 만자씨는 소소한 일상에 대해 더욱 감사하며 살기로 했다.
지금 비록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라도 나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나보다 더 큰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모든 사람은 다양한 고통과 시련을 극복하며 살아 나갈 것이다. 그 고통과 시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갈 것인가는 분명 본인의 선택이자 의지의 문제다.
그럼에도 도저히 떨치고 일어날 힘조차 없을 때에도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는 것은, 살아 내고 있는 것은 이웃님과 같은 천사들이 주변에 많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누군가에게 천사일 수 있을지.. 천사였던 적이 있는지.. 앞으로 천사처럼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며 살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는 너무나 값진 시간들이었다.
이 포스팅을 통해 다시 한번 감동의 인생 선물을 보내주신 이웃님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그리고, 그 아픈 기억이 하루라도 빨리 희석되어 조금이라도 행복한 일상에 다가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린다.
#암환자 #항암 #블로그 #선물 #시간을파는상점 #포스팅 #편지 #고통 #시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