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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중증 아이의 엄마, ADHD 진료를 보다.

엄마도 진료가 필요하다

by 윤슬


저번 주 금요일, 한 달 전 예약해 둔 정신과 진료 문자를 받고 부랴부랴 아이를 활동 보조 선생님과 센터에 보내고, 시간에 맞춰 병원으로 향했다.


대기 시간이 길지 않아 금방 의사를 만났다. 간단한 설문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는데, 놀랍게도 “네, 맞아요.”, “그랬어요.”, “그런 점도 있어요.” 같은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모든 질문이 너무도 나를 정확히 짚고 있었다.


그런데도 동시에 드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 나 때문일까?

내 아이도 나의 영향을 받아 이렇게 느리고 특별한

아이로 태어난 걸까?

또다시 자괴감이 밀려왔다.


자세한 진단을 위해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고, 나는 망설임 없이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두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안내를 듣자, “아… 그럼 개학하고 다시 올게요.“라고 말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지금은 방학 중이라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있어야 한다.

자폐 중증 아이를 키우는 일은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일.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화장실을 가는 짧은 순간조차도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그런 내게 주어진 자유 시간은 센터에 가 있는 한 시간과 이동 시간 사십 분.


그게 하루의 전부였다.


개학까지 한 달 남짓 남았기에, 나의 지친 모습을 본 의사는 가볍게 아빌리파이 1mg을 처방해 주었다. 검사를 받기 전까지 복용해 보라고.


지금까지 5일 정도 복용했는데, 솔직히 무기력이 더 심해진 것 같다. 무엇보다 잠이 너무 쏟아져서, 오늘부터는 밤에 먹어 보려 한다.


그리고 하루빨리 검사를 받아 보고 싶다.

나의 우울감과 무기력함의 이유를 찾고 싶은 마음 반, 너를 위해서도 반.


그렇게 오늘도 하루를 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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