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자국

by 조헌주



산 정상에 바람결대로 늘어진 소나무처럼 얼굴에 멋스럽게 바람결을 간직한 사람은 아름답다.

농부와 어부와 도시의 아픔을 간직한 사람이 그렇다.

문명에 놀란 사슴의 무리가 그렇고 최초의 해안가에 백인과 마주한 인디언이 그랬다.


잉여와 사치의 한복판에서 마주한 놀란 눈의 노인. 고풍스러운 눈빛을 간직한 하얀 한복의 할머니가 편의점 유리문 옆 바닥에 앉아 라면을 먹는다. 지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온 알바트로스 그 노인이 먹는 컵라면을 바람이 훓고 지난다.

아무도 그 바람을 본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