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낡은 비늘 떨어내는 바람은
잉여의 거북스런 짐을 덜어
어지러운 숲의 수풀을 걷어내고
한적한 한 줄 오솔길을 내어 주었지
날로 새롭게 삶과 죽음을 뒤바꾸고
올봄도 지난봄의 그 바람이 분다
단정히 빗어 넘긴 그녀의 머리카락을
사방 헝클어지게 하는 것도 바람이고
고고한 여인의 치맛자락을 함부로
들추어내는 것 역시 바람이지
세월의 묵은 때 한 꺼풀 한 꺼풀 결국은 벗겨내고
사막의 어제를 오늘의 형상으로 바꾸는 것도
바람이듯
내 눈의 눈물도 네 눈의 미소도 결국 지워내는 건
바람이 할 일이지
바람 앞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올봄도 지난봄도 변함없었던
우리들의 마음이지
너와 나의 사랑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