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렁거리기
그런 날이 있지 않나요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 마음을 차지한 날
무엇 때문인지 모를 기분에 잠식되어
대체 내가 왜 슬픈지도 모르겠지만
하염없이 슬퍼지는 그 마음이 있잖아요
그럴 때는 그냥 마음껏 슬퍼하려 하다가도
그 슬픈 마음에 잠식될까 봐 두려워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그저 슬퍼하기만 하기에는 제 마음은 그리 단단하지 않나 봅니다
이렇게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은 날에는 허한 마음도 동반되는 것 같습니다
괜스레 마음이 허해서 더 눈물이 차오르는 기분입니다
그렇다고 또 눈물은 나오지 않는 그 이상야릇한 마음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저 오늘은 그런 날인 거 같아요
차라리 엉엉 울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일렁인 후에야
비로소 내 마음을 보게 되는 거 같아요
왠지 모를 두려움과 왠지 모를 착잡함이 한데 어우러진 마음
그 마음을 이해하기까지 그저
마냥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나의 감정을 붙잡고
한없이 제게 물어봐 줘야 합니다
무슨 감정이길래 어떤 마음이길래
이다지도 눈물이 나려 하는지
그 과정 또한 힘든 것 같아요
어쩌겠어요 제 마음은 제가 돌봐야 하는 것이지
가끔은 저도 제 마음을 모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차라리 보고 싶지 않고
차라리 회피하고 싶은 마음뿐일 때가 많습니다
회피형 인간이라는 것을 지양하려 하지만
누구보다 더 회피형 인간인 저는
이렇게나마 서서히 극복하려 합니다
저라도 저를 사랑해야죠
자라서 저를 아껴줘야겠죠
어디 하나 예쁜지 모르겠지만
예쁘다 하고 저를 감싸줘야겠죠
그리 하려 합니다
말이 길어졌지만
아무튼 오늘은 눈물이 날 것 같은 날입니다
다들 어디에 계시던
무탈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