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분

by 양연화


05.07.


가끔 그런 기분이 드는 날이 있곤 한다. 집에서 뒹굴거리든지 도서관에 앉아 책을 읽든지 그저 거리를 거닐든지. 장소는 중요치 않다. 끝내주게 좋은 날씨에 섬유 유연제 향기(갓 널은 빨래 향기)가 난다면 그 기분을 증폭시킬 수 있다. 그 기분은 동심 가득한 어린 시절 나를 떠올리게 한다. 어려서 오후 다섯 시 즈음이 되면 샤워를 마치고 놀이터에 나가 놀기 위해 어떤 친구가 있는지 내 방 창문으로 놀이터를 바라보던 그 순간. 그 순간을 떠오르게 한다. 아직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았던 어린 날, 나와 내 가족을 찾아 미국에서 날아오신 먼 친척과 그들이 준 선물로 하여금 미국 어린이의 기분을 느꼈던 나를 떠올리게 한다. 아무런 외부 자극 없이 이런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는 일 년에 서너 번 되는 그런 날이 찾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바라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다. 하지만 외부 자극이 있다면 보다 쉽게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그렇다. 정확한 공식은 없지만 심금을 울리는 콘텐츠가 있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매일매일 내가 좋아하는 ‘그 기분’을 느끼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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