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by 양연화


05.02.


난 커서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10대 때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어른은 회사나 직장에 억압받지 않고 자유롭게 삶을 사는 어른이다. 이와 가까운 모습일까? 지금 내가 더 바라는 바는 고등학교에서 혹은 스무 살 대학교에서 평생토록 살아갈 힘이 되는 첫사랑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그 시절 추억의 힘으로 이상적인 어른으로 나아가는 힘이 될 수 있게 말이다. 일단 지금은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긴 하다만 그래도 행복을 잃지 말아야 하며 방향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두서없지만 이 말을 꼭 쓰고 싶어 쓴다. 내가 바라는 최고의 순간 중 하나는 앞으로는 광활한 바다가 펼쳐 있고 삼방으로는 끝없는 대지가 펼쳐져 있어 수평선과 지평선이 공존하는 곳. 그런 곳에 가서 해가 뜰 때부터 밤이 되어 달이 차오를 때까지 누워있는 것이다. 미래의 이 일기를 볼 내가 상상할 수 있을까? 누워있는 바닥은 갈대밭이나 잔디밭쯤이면 좋겠다. 아스팔트는 너무 뜨겁고 차에 치일 수도 있고, 논은 너무 축축해서 적합하지 않다. 모래사장은 바람 불면 호흡하기 힘들다. 또 날씨는 찢어지게 좋으면 좋겠다. 날씨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하루를 살아갈 힘이 되는 그런 날씨. 게다가 그날은 특별한 날인데 날씨까지 좋으면 아마 평생을 살아갈 힘이 될 거다. 이곳에 찾아가 누워서 지금까지 나의 인생과 앞으로의 나의 인생을 생각해 볼 것이고, 소설이나 시 창작도 해보고, 지나온 일을 반성도 해보고(너무 많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해 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것이다. 이 문장들이 내 한 때의 꿈으로만 남아있을까, 실현되어 내 인생의 명장면이 될까? 모를 일이다.


오늘 일기의 끝은 피천득 시인의 수필 중 한 소절을 인용하여 끝내겠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두서없는 오늘의 일기 속 초장과 종장의 맥락은 다음과 같다. 나는 평생을 살아갈 힘이 되는 인연을 만나고 싶다. 그럴 수 있을까? 나를 보다 더 ‘나’로 만들어 줄 인연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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