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관하여.

존 오브 인터레스트, 데몰리션, 너와 나

by 아메리카우는토끼

근 몇 년 어디 가서 저 영화 보는 거 좋아해요~ (라고 말할 곳도 없지만)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만큼 영화를 안 봤다 생각해서

영화력 찾기 재활? 운동에 들어갔다. 이때까지 왜 안 봤을까라는 것에 의거해서 법칙을 좀 정했다.


술 마시며 보지 않기 - 술을 마시면 감정이 격해지기 때문에 맥주라도 한 잔씩 꼭 걸치고는 했는데 영화 = 술 이 당연시되어버리니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왔고 혼술도 많이 줄였기에 아예 먹지 말자. 정해버렸다.


5분 이상 고민하지 않기 - 영화 한편 보려고 치면 기본 30분~1시간을 고르는데 시간을 다 썼다. (보기도 전에 정보를 찾으니 선입견이 생기고 감정도 덜 해짐) 이 무슨 미련한 짓인가 생각이 들어서 눈에 보이는 것을 바로 골라 보기.


후기나 해설 조금이라도 보기 - 후기는 보기 전이나 후에도 꽤 보는 편인데 해설은 일부러 안 찾아보려 했다. 내가 보는 것만으로 온전히 끝내고 싶었다(그럼 후기도 보지 말아야지;;) 그런데 문제는 영화력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기 때문에 이방면에서는 발전이 조금 더디다고 느껴서 정보적인 것들은 찾아보기로 했다.


어쨌건. 예전부터 떠다니던 생각이 재활 중 이 세 영화들로 연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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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라는 그들만의 꿈의 왕국에 한 폭의 그림 같은 집에 사는 한 독일 가정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영화평 중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어떤 사건의 ‘당사자’라 불리는 피해자와 유족들만 아파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저마다의 삶으로 너무 빠르게 적응하는 것 같다고 느껴서 당시엔 그 현실에 어찌할 줄 몰라 ‘차라리’ 전 국민이 다 함께 그 고통을 느꼈으면,. ‘내 마음 돌보는 일’을 명분으로 세상의 안위에 관심 갖는 걸 ‘한없이 미루면’ 안 된다.라는 이야기.


내가 참 싫어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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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데몰리션’이라는 영화를 참 좋아한다.

마땅히 죽음을 슬퍼해야 하는 사회에서 다들 같은 방식으로 슬퍼하길 원한다.

슬픔의 방식마저 틀을 만들어 같은 모양으로 찍어내려 한다.

극 중 주인공 ‘데이비스’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죽었지만 그 슬픔을 이해하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린다.

주변에도 손가락질하지만 그의 방식대로 슬픔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또, 본인이 슬프지 않으면 슬프지 않은 거다.

단 그뿐이다.라고 살아왔다.


최근에도 참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걱정과 안타까움이 밀려왔지만 그전에 먼저 온 생각은 ' 또 싸우겠구먼 ' 이였다.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그 사건 당시에는 나는 가슴 절절히 슬펐다.

하지만 나도 거의 성인에 다가온 나이인지라 뉴스를 보며, 인터넷을 보며, 어른들의 싸움에 지쳤다.

리본을 보고 욕을 한 적도 있다. 아직도 저러는구나 이제 좀 놓아주었으면 좋겠다.

어른들의 싸움이 본질을 흐렸다. 핑계 일 수도 있지만 그들과는 같은 사람이길 거부하기 위해 슬픔의 감정은 분노로 바뀌었고 오히려 더 외면하며 은연중에 타인의 슬픔이라는 감정 자체를 배제했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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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칙 2번과 평소 좋아하던 조현철 배우의 장편 데뷔작이라 고민(정보) 없이 이 영화를 봤던 게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선입견을 지우고 보니 좋은 사람과 영화가 주는 위로에 감동을 받았다.

오랜만에 무언가를 보고 슬펐기 때문에 역시 슬퍼하는 방식이 달랐군.에서 오는 안도감까지 생겼다.


결국 아직도 정답은 못 찾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안도감 하나에, 영화로 위로받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내가 감동과 위로받을 수 있는 영화는 못 만들겠지만 작은 위로의 한 마디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아니 그냥 상처라도 안 주는 사람이 되자(aka.안 띠꺼운 사람). 올해는 더 크게 다짐.


그래서 마무리는

영화는 참 좋은 것이다. 하고는 끝-




* 오징어게임2를 보다가 '엥 지예은도 나오네' 생각했는데, 뭔가 찝찝해서 바로 검색해 보니 아니었다.

그러고는 너와 나에서 어 지예은 닮은 사람 나온다. = 김시은 배우였다

( 침x맨 처럼 끝까지 지예은 맞네라고 생각하고 안 봐서 다행 ㅎ)


*영화 프랭크에 나오는 여배우가 누구 닮았다고 한참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제이크 질렌할 누나였다.

( 근데 제이크 질렌할을 닮은 건 아님.)


*너와 나의 음악 감독은 오혁임

(존 오브 인터레스트 음악 감독 이름은 미카츄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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