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하루는 어제와 닮았고
오늘은 내일을 복사한 듯하다.
특별하지도, 그렇다고 슬프지도 않은
무채색의 시간들 속에
나는 묵묵히 걸어간다.
새로운 길을 떠올려보다
지쳐 내려앉은 마음에
도전은 늘 ‘언젠가’로 미뤄지고
무기력이라는 이름의 안개가
천천히 나를 덮는다.
거울 속의 나는
어릴 적 보았던 어른을 닮아 있다.
표정 없는 얼굴,
잔잔한 체념의 눈빛.
그때는 몰랐다,
그들이 웃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 어른이 되는 것이라면
나는 지금 잘 늙어가고 있는 걸까.
억지로 웃으며,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이 또한 지나갈 시간이라 믿으며.
●시 설명
이 시는 무기력한 일상 속에서 점점 지쳐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담히 풀어낸 작품입니다. ‘특별한 일도, 슬픈 일도 없다’는 구절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공허함과 무기력 그 자체입니다. 삶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를 바꾸거나 벗어날 힘은 없는 상태. 이 시는 그런 현실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담고 있습니다.
시의 초반부에서는 ‘하루하루가 복사되듯 반복된다’는 표현을 통해 지루한 일상의 순환 구조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도전을 떠올리지만, 이미 지친 마음은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습니다. ‘도전은 늘 언젠가로 미뤄진다’는 구절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고백이기도 합니다.
중반 이후로는 화자의 시선이 자신을 돌아보는 방향으로 향합니다. 거울 속의 자신은 어릴 적 보았던 어른과 닮아 있고,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어른의 무게’를 이제야 체감하게 됩니다. 어른들이 무표정하게 있던 이유, 가끔씩 억지로 웃던 이유를 이제야 이해하게 되는 시점인 것이죠.
마지막 연에서는 자신이 지금 잘 늙어가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억지로라도 웃어보며, 지금의 감정이 영원하지 않다는 믿음을 붙잡으려 합니다. ‘이 또한 지나갈 시간’이라는 문장은 절망 속에서도 끝까지 놓지 않는 희망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시는 감정의 큰 기복은 없지만, 그 안에 담긴 현실과 자각, 그리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과정이 독자에게 깊은 공감과 여운을 남깁니다. 조용히 마음속에 머무는, 아주 잔잔하지만 힘 있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