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믿었다

by JBin

제목 : 오늘도 믿었다

조금 온다 했지,
잠깐 내릴 거라 했지.
하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우산 없이 문을 나섰다.

첫 방울이 웃더라.
“조금이야, 괜찮아.”
두 번째, 세 번째
쏟아지는 물줄기 속에
내 하루가 흠뻑 젖었다.

기상청은 말한다.
“예상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 그 말이 정답이지.
틀렸지만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젖었고,
신발은 무거워졌고,
속상함은 하늘보다 더 무겁다.

믿은 내가 바보지,
오늘 하루는 그렇게,
빗속을 걸었다.



●시 설명

이 시는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일상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기상청 예보를 믿고 우산 없이 외출했다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날씨에 당황하고 속상했던 하루를 시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예보에서는 ‘비가 조금 온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고, 그 결과 옷과 신발은 물론이고 하루의 기분까지 완전히 젖어버린 상황입니다.

시의 초반부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장면이 묘사됩니다. 특히 “첫 방울이 웃더라”라는 표현은 비를 의인화하여, 나의 안일한 기대와 대비되는 현실을 풍자적으로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괜찮겠지 싶었지만, 금세 후회하게 되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떠오를 수 있습니다.

중간 부분에 등장하는 “예상과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문장은 실제로 날씨 예보에서 자주 접하는 표현입니다. 이 말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듯한 인상을 주며, 예보를 믿은 사람에게는 허탈함을 안겨줍니다.

그렇다고 나는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지막에 “믿은 내가 바보지”라고 말하며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 씁쓸하게 정리합니다.

이 시는 단순한 날씨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반복되는 실망, 예측 불가능한 현실, 그리고 그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자책하게 되는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 일어난 아주 사소한 사건이지만, 누구에게나 깊은 공감을 줄 수 있는 이야기로 완성되었습니다.

일상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내며,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도 이런 적 있었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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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