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다시, 천천히
글을 쓴다는 건
가끔은 지우개 없이
삐뚤빼뚤 써 내려가는 일
매일 쓰려다
매일 지치고
매일 채찍질하던 손끝에
문장이 멈췄다
떠오르지 않는 글귀는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쓴 흔적
나는 잊고 있었다
처음, 시를 쓰던 이유를
조용히 마음을 들여다보던
그 평온한 밤을
이제는,
달력의 빈칸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의 빈칸을 채우기 위해
시를 쓴다
화요일과 목요일
딱 그 이틀만
나는 나에게 약속한다
"천천히 써도 괜찮다"라고
● 시 설명
이 시는, 시를 쓰는 행위가 처음에는 나 자신을 위해 시작했던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매일 써야 한다"는 부담감과 의무감으로 인해 오히려 글을 멀리하게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처음 시를 쓸 때는 머릿속에 떠도는 잡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매일 써야 한다는 스스로의 기준이 오히려 창작의 자유를 제한하고, 글을 쓰는 기쁨보다는 부담이 더 커지게 되었죠.
이 시에서 '삐뚤빼뚤 써 내려가는 일'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창작의 과정을 의미하고, '지우개 없이'란 표현은 그 과정이 때로는 되돌릴 수 없는 감정이 묻어나는 솔직한 글쓰기임을 나타냅니다.
"나는 잊고 있었다 / 처음, 시를 쓰던 이유를" 이 부분은 바로 내가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를 다시 상기시키는 부분이에요. 이 시는 단지 창작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가 무언가를 꾸준히 하다 보면 빠지기 쉬운 ‘의미 상실’이라는 덫에 대해 말해주는 것이기도 해요.
‘이제는 내가 정한 주 2회, 화요일과 목요일만 시를 쓰겠다’는 다짐을 담았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천천히 써도 괜찮다’는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격려예요.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다시 본인의 속도로 돌아가겠다는 이 결심은 독자에게도 큰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시는 글을 쓰는 사람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꾸준히 하려다 지치신 분들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다시 천천히 걸어가도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말해주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