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원의 나라 태국

Chapter 2. 세계 속으로

by 뚱이

♡ 방콕으로 가자


한 달 살기를 위해서 샀던 볶음팬, 냄비셋트, 플라스틱 바구니, 각종 양념들과 키친타월을 선물로 남겨놓고 정들었던 조호르바루의 숙소를 떠나 방콕을 향해 출발했다.


두 시간 반 만에 도착한 방콕은 조호르바루와 경도 상으로 비슷한 위치인줄 알았는데 한 시간의 시차가 있었다. 방콕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였는데 수하물 찾고, 공항전철 타고, BTS타고, 툭툭이 두 대에 나눠서 타고 숙소가 있는 골목에 내려서 숙소까지 한참을 걷고, 숙소 찾느라 좀 헤매다가 겨우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10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역시 이사는 힘들고 고된 일이다.


숙소는 너무나 깨끗하고 좋았지만 숙소에서 BTS까지 거리가 조금 멀다는 점이 아쉬웠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피곤한 몸을 풀어주고 자려고 샤워를 하러 안방 욕실에 들어갔는데 물이 안 나온다. 당황스러웠다. 호스트에게 고쳐달라고 연락을 하고서는 피곤한 몸을 푹신한 침대에 맡겼다.


2-289.png
2-290.png
2-291.png
2-292.png



♡ 고급 마사지 체험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보트누들 전문점을 방문했다. 국수의 종류는 4가지인데 이걸 스프로 먹느냐 비빔으로 먹느냐, 맵게 먹느냐, 면의 종류는 5개중 어떤 걸로 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메뉴로 나뉜다. 우리는 이것저것 섞어서 22가지를 주문했다.

하나하나 작은 그릇에 한입정도의 양으로 나왔는데, 각각의 맛이 달라서 나름 먹어보는 재미가 있기는 했지만 여러 번 와서 먹을 정도로 대단하지는 않았다.


태국에 오면 꼭 하고 싶었던 부부마사지를 받아보기 위해서 아이들이 쉬면서 즐길 수 있는 터미널21이라는 쇼핑몰에 들렸다.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 약속을 하고서 쇼핑몰을 나온 우리 부부는 미리 알아 놓은 마사지 전문점을 찾아갔다. 인터넷에서 평점 4.5를 받은 기대되는 곳이다.

입구에서부터 깨끗함과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 후 전문 마사지사가 들어와서 지난 5개월간 뭉쳐있던 근육들을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지듯 긴장을 풀어준다.


아~ 억울하다.

마사지를 어떻게 받았는지도 모르고 그만 잠들어 버렸다.

마사지 하는 방법을 살짝 배워볼 생각이었는데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

정말 억울했다.

하지만, 그동안 무겁게만 느껴졌었던 몸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벼워져있음이 느껴진다. 개운하다.


마사지를 마치고 아이들을 만나서 미슐랭이 선정한 맛집으로 유명해진 식당을 찾아갔다. 태국 특유의 향신료들이 섞인 음식들이 정갈하게 차려져 나왔다. 조금 부족한듯하게 먹은 것 같았는데, 숙소로 향하는 길에 서서히 배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아침에 먹은 보트누들도 그랬는데 이곳 음식들은 나중에 배가 불러오는 음식들 인가 보다.


2-293.png
2-295.png
2-294.png


♡ 사원관광이 목적이 아냐


오늘의 첫 목적지는 왓 아룬. 도자기로 만든 탑이 새벽에 햇빛을 받으면 빛이 난다고 새벽사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단다. 사원 자체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사원을 나와 작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서 조금만 걸어가면 다음 목적지인 왓 포에 도착한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와불을 모셔놓은 사원이다. 사원 전체를 둘러보니 와불 뿐만이 아니라 사원 전체가 그동안 봐왔던 것들과는 다른 독특한 양식으로 건축되고 꾸며져 있어서 볼거리들이 많은 사원이었다.


방콕에는 크고 작은 사원들이 많이 있어 하나하나 다 둘러보는 재미도 있겠지만 이곳의 날씨는 덥고 습해서 우리에게는 좀 무리다. 만약 우리의 여행이 단기간의 배낭여행이나 패키지 여행이었다면 무리해서라도 더 많은 곳을 관광했겠지만 우리의 여행은 그런 여행이 아니다.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각 나라와 도시들의 문화와 생활을 접해보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었기에 조금 더 많은 여유를 가지고 여행 할 수 있다.


방콕의 모든 곳을 둘러본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가장 시원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은 최신 시설로 꾸며진 아이콘 시암이었다. 푸드코트를 둘러보며 태국의 음식들에 도전장을 내어보기도 하고 볼거리와 쇼핑거리를 둘러보며 해가 지고 서늘해지기를 기다렸다.


2-296.png
2-297.png
2-298.png
2-299.png
2-300.png
2-301.png
2-302 (2).png
2-303 (2).png
2-304.png
2-305 (2).png
2-306.png


♡ 치앙마이 가는 날


우리 비행기는 2시 20분 비행기인데 티켓에는 1시 35분부터 탑승수속을 한다고 써 있었는데, 발권해주는 직원이 1시 55분이라고 볼펜으로 써주면서 뭐라고 한다. 아무래도 동남아시아의 공항에서는 비행기의 연착과 지연이 잦아서 20분 늦게 탑승수속이 이루어진다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탑승수속 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서 공항식당에서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면서 2시쯤 되었을 때 탑승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탑승장에 이용객이 한명도 없다.

항공사 직원이 우리를 보더니 큰 소리로 빨리 뛰라며 다짜고짜 화를 낸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온 손님이란다. 이런!


이곳 공항에서는 게이트에서 바로 비행기에 타는 게 아니라 버스로 비행기까지 가야되는데 우리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버스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미안해라. 발권할 때 안내해준 직원의 말을 잘 못 알아들었던 우리의 실수다. 아마도 직원은 1시 55분까지 탑승수속을 마치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을 텐데, 우리가 못 알아들은 것이리라.


제대로 못 알아들었으면 다시 확인했어야 했는데, 다시 물어보기가 창피했을까? 여행을 떠나온지 5개월이 되어가는데도 아직도 우리의 여행은 초보처럼 서툴기만 하다.


♡ 노인들의 휴식처


오늘은 치앙마이 중앙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로 한 날이다.

치앙마이는 햇살이 너무 좋아서 빨래를 널어놓으면 뽀송뽀송하게 마르기에 오늘도 빨래를 해서 널고 가려고 욕심을 부리다 보니 시간이 촉박하다.


허겁지겁 달리다시피 걸어서 미소네 한식집에 도착하니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미소네 한식집은 치앙마이 중앙교회에 가는 한인들이 모여서 출발하는 집결지다.


시간이 되니 성때우 두 대가 가득차서 교회로 먼저 출발하고 뒤를 이어 미소네 사장님차에 탑승하기로 한 우리도 출발을 기다렸다.

여행중에 남았던 식재료가 있어서 어제 식사할 때 사장님께 사용하고 남은 식재료를 드려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좋다고 하셔서 고춧가루, 소금, 다시마 등을 사장님께 전해드리고 나서 우리와 같이 사장님 차를 타고 갈 다른 분들과 인사를 나눴다.


우리와 같이 가실 분들 중에는 70대 노부부가 계셨는데 이분들은 매년 겨울이면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를 하시는 분들이란다. 한국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이곳으로 피신 오시는 거란다. 벌써 13년째 되었다니 대단하시다.


예배 끝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다른 어르신들을 만났는데 이분들도 다들 한 달 살기를 하시는 분들이다. 겨울이면 언제나 날씨 좋고 물가 저렴한 치앙마이에 와서 지내신다고 한다.


우리가 한 달 살기를 했던 조호르바루도 좋긴 했지만 치앙마이가 더 좋아 보이는 건 이분들 탓일까?

아니다. 치앙마이는 조호르바루에 비해서 햇볕이 훨씬 부드러우면서 따스하고 습하지도 않으면서 서늘한 화창한 가을날씨의 도시였다.


2-307 (2).png
2-308.png
2-309 (2).png
2-310 (2).png
2-311.png
2-312 (2).png
2-313 (2).png
2-314.png
2-315.png
2-316.png
2-317.png


keyword
이전 19화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