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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의 나라 베트남

Chapter 2.

by 뚱이

♡ 매연이야 구름이야?


하노이로 가는 비행은 아무런 기억이 없다. 탑승하자마자 정신없이 잠들었으니까. 베트남은 왠지 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을까? 그동안의 긴장이 풀어지면서 잠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하노이 공항에서는 호스트가 약속했던 대로 차를 보내줘서 숙소까지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여행 중에 공항 픽업을 해준 숙소는 터키의 괴뢰메, 그리스의 아테네, 그리고 치앙마이와 이곳 하노이다. 공항 픽업을 해주면 우리가 애써 숙소를 찾아가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너무나 편하고 감사하다. 그로 인해 기분 좋은 색안경 너머로 숙소를 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곳 숙소는 레지던스 호텔이다. 그동안 개인주택형식의 숙소만 돌아다니던 우리가족에게는 호텔급의 시설들을 갖추고 있는 이곳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1층 입구에는 경비 데스크가 있어서 보안도 좋고, 대형 마트도 입점해 있어서 멀리까지 장보러 갈 일 도 없으니 최고다.


18층에 위치한 숙소에 들어와서 거실 커튼을 활짝 열어젖히자 보이는 것은,

‘헉! 이게 매연이야? 구름이야?’

짙은 새벽안개처럼 스모그가 자욱한 바깥 풍경을 보니 저녁식사를 하기위한 외식이 망설여진다.


다행히 건물에 입점해 있는 마트가 있으니, 오늘 저녁은 마트에서 장을 봐와서 요리하기로 했다.

이곳 베트남의 마트는 한국의 마트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서 장을 보는데 전혀 불편하지가 않다.

돼지고기, 고추장, 쌀, 라면, 과일 등 제법 많이 샀는데 가격이 부담이 없다. 베트남 물가는 정말 싸다. 삼겹살이 1kg에 만원이다. 김치랑 라면은 한국제품인데도 한국보다 저렴하다.


아내가 맛있게 볶아준 불고기에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언제나 이사하는 날은 신경 쓸 일이 많아서 그런지 많이 피곤하다. 안방의 침대에 몸을 맡기고서 통창 너머로 안개 자욱한 하노이의 야경을 보면서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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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방


오늘은 빨래를 하기로 한 날이다.

숙소에 있는 세탁기가 고장이 났는지 배수가 안 되서 세탁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시내에 있는 빨래방을 알아보고 그곳에 빨래를 맡기기로 했다.


빨랫감들을 큰 가방에 넣어서 그랩을 타고 월드워시라는 빨래방에 갔다. 시장 통 같은 곳에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빨래방처럼 세탁기와 건조기들이 나란히 줄지어 서있고, 빨래를 맡기면 건조 후에 차곡차곡 정리까지 해준다.


빨래무게를 달아보니 6kg이 살짝 넘는데 9만동이다.

4천 5백 원이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 매연을 피해서


하노이 시내관광을 해 보니 매연 때문인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아내와 함께 이 매연을 탈출할 방법을 알아보다 인터넷에서 발견한 곳이 닌빈이다. 하노이에서 멀지 않으면서 훌륭한 경관을 자랑하는 공기 좋은 곳으로 소개가 되어있다.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여행사를 통해 닌빈 투어를 신청했다.


오전 8시까지 하노이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투어가이드를 만나기로 했다. 이렇게 투어를 하는 날은 아침을 준비하는게 귀찮아서 미리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을 알아봤는데, 다행히 오페라하우스 근처에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쌀국수집이 있다. 다행히 맛도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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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출발한 닌빈 투어.

영어가이드가 안내를 하는 투어라서 완벽하게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가족 모두 서로가 알아들은 내용을 조합해가며 이해하려 노력했다.


천 년 전에는 베트남의 수도가 닌빈이었단다. 처음 독립을 이룬 왕이 닌빈에서 가장 큰 사원을 만들었단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커보이지도,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동안 너무 어마어마한 것들만 봐서 그런지, 이곳은 정말 수수하고 시골시골한 곳이었다. 그래도 오늘 투어는 자연 속으로 들어와서 그런지 시내보다 공기가 훨씬 맑고 좋았다. 베트남에 와서 파란하늘을 처음 마주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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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을 둘러보고 향한 곳은 항무아다. 항무아는 호랑이 동굴이라는 뜻인데 그 동굴 위쪽에 있는 산 정상에 용 조각이 있어서 거기서 찍는 인증샷이 또 인기인 곳이다. 물론 닌빈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도 있고, 킹콩의 스컬 아일랜드 촬영장소도 볼 수 있어서 더 유명한 곳이다.


주차장에서 항무아까지 가는 길은 예쁘게 조성해 놓은 정원들이 지루하지 않게 이어져 있다. 마지막 손오공과 삼장법사 일행 동상을 지나치면 드디어 마의 계단이라고 불리우는 586개의 계단이 나온다. 계단이 엄청나게 가파르고 좁아서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백 오십 개 쯤 올라갔는데 벌써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중간에 매점이 있었지만 뭐라도 더 먹으면 몸이 무거워질까 걱정되어 못 본척 지나쳐 본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까지 올라와서 웨딩포토를 찍는 커플도 있다. 저 거추장스런 드레스를 입고 여기까지 올라오다니 정말 대단하다. 더 대단한 것은 신랑과 신부가 전혀 땀을 안 흘린다. 난 이미 사우나를 하고 있는데 말이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정말 절경이고 장관이다. 한번쯤은 올라와 볼 만 한 곳이다. 정상에 있는 용 조각상과 함께 정상에 왔다는 인증샷을 찍어주고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발로 노를 젓는 뱃사공의 배를 타고 영화 속에 킹콩이 산 뒤에서 나타날 것만 같던 절경들을 즐겼다. 너무 멋졌다. 수심이 깊지 않고 물이 맑아서 무섭지도 않았고, 강물이 잔잔하게 흘러서 배 멀미 같은 것도 없었다.

하노이의 극심한 매연을 피해 이곳 닌빈에 오기를 정말 잘했다며 아내와 함께 서로를 향해 엄지를 세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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