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세계속으로
♡ 캄보디아로 출발
캄보디아 씨엠립으로 가는 비행기에는 한국 사람들이 제법 많이 타기도 했지만 기장님도 한국분이라는게 신기했다. 아마도 앙코르와트는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여서 베트남 들려서 씨엠립가는 코스로 여행사에서 많이들 계획하고 있기에 그런 것 같았다.
씨엠립에 도착하니 저녁 6시 밖에 안 되었는데도 사방이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캄캄한 밤이다. 시골이라서 더 빨리 어두워지는 건가?
이번 숙소는 호텔로 예약을 했는데 역시 호텔은 뭔가 다르긴 다르다. 공항 픽업이랑 드롭다운 서비스까지 해준다. 도시 규모나 주변 숙소들과 비교해 봤을 때 이 호텔은 정말 깨끗하고 시설이 좋은 편이다.
호텔은 2인 1실 기준이라서 여행을 시작한지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아이들과 방을 따로 사용하게 되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아내와 단둘이 쉴 수 있는 특혜가 주어졌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시내로 나왔는데 다행히 이곳 시내에도 한인식당들이 있어서 오늘 저녁식사는 한식을 먹을 수 있다. 동남아에 와서는 도시마다 한인식당이 자주 눈에 띈다. 세계화 되어가고 있는 한국 음식이 자랑스럽다.
우리가 한인식당을 찾는 이유 중에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얻기에 이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행히 친절하신 사장님 덕분에 씨엠립에 대한 기본 상식과 정보들을 주워들으면서 오랜만에 삼겹살 파티를 할 수 있었다.
♡ 앙코르와트 투어
오늘 투어 가이드는 캄보디아 사람인데 한국어를 전공해서 그런지 한국말을 유창하게 잘한다. 한국어를 하는 가이드를 만나서 영어에 대한 부담 없이 편하게 관광을 할 수 있었던 곳은 5개월 만에 이곳이 처음이다.
앙코르와트 투어를 위해 사원 통합티켓을 구매하는 곳은 사원과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그곳에 김일성 기념관이 함께 있었다. 캄보디아는 남한, 북한 모두와 친한 나라였기에 이런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불상의 얼굴이 사면에 새겨진 탑들이 50여개가 있는 바이욘 사원을 시작으로 왕궁의 부속 건물로 중앙에 피라미드식의 탑이 높게 세워져 있는 소규모 사원인 하늘의 궁전이라는 뜻의 피미아나가스 사원을 지나 타프롬 사원에 도착했다.
타프롬 사원은 앙코르톰에서는 가장 보존상태가 안 좋은 사원이다. 나무들이 자라면서 사원 건물들의 85%를 무너뜨려서 나무들을 베어버리기로 했는데, 이제는 그 나무가 없으면 남아있는 사원마저도 무너질 수 있다고 해서 나무와 함께 그냥 보존하는 사원이란다.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툼레이더 배경이 되기도 한 이 사원은 거대한 나무들이 사원건물을 집어 삼키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앙코르 왓. 앙코르는 도시라는 뜻이고, 왓은 사원이라는 뜻. 그래서 사원도시라는 뜻이란다. 사원 곳곳의 벽에 양각되어있는 벽화들의 의미를 들으며 사원을 관광하니 더 재미가 있다. 대부분 전쟁에 관한 내용이었고 캄보디아가 조금은 불쌍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톤레사프 호수는 캄보디아에서 가장 큰 호수이고 ,아마도 인도차이나반도에서 가장 큰 호수가 아닐까 싶다. 이 호수에서 보는 썬셋이 장관이라기에 한 시간 여를 기다렸는데 코타키나 발루, 산토리니, 괴레메의 썬셋에 비하면 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썬셋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캄보디아 전통 결혼식을 잠깐 봤는데 여기는 신부가 엄마의 고생을 기리며 3일 동안 노래를 부르는 풍습이 있단다. 참 힘들게 결혼하는 곳이 많다. 터키에서는 신부가 서 너 시간 동안 계속 춤을 추게 하더니만.
참! 점심식사를 하는 중에 막둥이가 갑자기 화장실로 뛰어간다. 토하고 설사를 하고, 속이 불편해서 뭘 먹을 수도 없단다. 아무래도 장염인 듯 하여 먼저 숙소로 보냈다. 어제부터 설사를 했다고 하는데 무슨 이유인지 잘 모르겠다. 몸이 많이 약해져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더위 때문에 그런지. 6개월 동안 한 번도 물갈이를 한 적이 없는데 처음이라 좀 걱정이 되었다.
숙소에 와보니 막둥이는 완전히 중환자처럼 하고 있다. 뭘 먹일 수가 없어서 이온음료와 바나나로 속을 달래 보지만 그마저도 토해버리고 만다. 걱정스러워서 어쩔 수 없이 말이 안 통하더라도 약국에 가서 응급조치라도 해야만 했다.
다행히 숙소 근처에 약국이 있었고, 약사님이 내 어리숙한 영어와 바디 랭귀지를 이해하셨는지 막둥이에게 잘 맞는 약을 찾아주셨다. 덕분에 다음날 아침에는 막둥이의 활기찬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