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배 슈퍼매치 4강전 - 박정환 VS 신민준 (1)
2위와 6위. 박정환과 신민준의 6월 랭킹이다. 두 사람 모두 최고의 기사들이지만 박정환은 오랜 기간 1위를 지켜왔고 신진서에게 1위를 내준 뒤에도 거의 계속 2위를 지켜온 반면 신민준은 최근 4위~7위 정도를 맴돌고 있다. 신민준의 역대 최고 랭킹은 3위. 세계 챔피언까지 차지했던 그가 3위 이상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다소 의외이지만 당시의 1,2위가 신진서와 박정환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납득하게 된다.
(좌)신민준 - 박정환(우). 출처 : 한게임바둑 뉴스 https://baduk.hangame.com/news.nhn?gseq=103950&m=view&page=2&searchfield=&leagueseq=0&searchtext=
두 선수 모두 한국 최고의 선수이지만 지금 치러지는 하나은행배 4강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두 선수의 최근 성적은 이름값에 비해 평범하다. 두 사람 모두 올해 치러진 메이저 대회들에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박정환의 경우 GS배에서는 첫 판에 무명의 김민석 4단에게 일격을 당했고, 패자조에서 김명훈과 원성진 등 강자를 꺾으며 부활하는 듯했으나 안성준 9단에게 패하며 탈락했다. 세계대회인 북해신역배에서는 셰커와 구쯔하오를 꺾고 16강에서 리웨이칭에게 패했다. 리그전 형식의 쏘팔코사놀배는 4승 4패, 9명 중 5위로 마감했다.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은 어땠을까. 바둑리그에서 박정환은 10승 5패. 나쁘지 않지만 주장으로서 약간 아쉬운 성적이었다. 팀은 정규시즌 2위, 플레이오프 3위에 그쳤다. 분명 자꾸 이기는데 성과는 애매하다 보니, 박정환 입장에서는 갑갑할 노릇이다. 물론 작년까지 범위를 넓혀 보면 국내에서는 명인전을 우승했고, 춘란배는 결승에 올라간 것이 눈에 띈다. (6월 20일부터 중국으로 날아가 양카이원과 3번기를 치른다) 대단한 성과이기는 하지만 두 대회 모두 작년 12월로, 이제는 거의 7개월이 다 되어간다. 이제는 슬슬 배가 고플 때가 됐다.
신민준은 더욱 답답하다. 북해신역배는 박정환이 당하기 직전인 32강에서 리웨이칭에게 먼저 꺾였다. 작년 7월에 우승했던 GS배는 김진휘와 변상일에게 연타를 맞고 빠르게 탈락했다. 맥심배는 16강에서 최정에게 패했고, 바둑리그에서는 4승 9패로 폭투를 하며 주장의 체면을 구겼다.(팀은 8팀 중 7위) 다행히 쏘팔코사놀배에서 5승 3패를 하며 체면치레를 했으나 순위로는 4위에 그쳤다. 세계대회에서 '4위에 그쳤다'는 표현은 배부른 소리 같지만, 이거 하나로는 신민준의 성에 차지 않는다. 마침 하나은행배의 우승 상금은 7500만 원으로, 국내 최대 규모이다. 이 대회만 우승한다면 앞서 겪은 모든 괴로움을 잊을 수 있다. '이 판을 이겨서 슬럼프를 극복했다고 증명해 보이겠다'는 임전소감에서 그가 이 승부에 대해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지 잘 드러난다.
<24-25 하나은행배 슈퍼매치> 4강전
(흑)박정환(백)신민준
1보 (1수~18수)
<실전진행>
초반 포진은 서로 양화점을 두는 '4화점' 포진으로 출발했다. 흑을 잡은 박정환은 3.3 침입으로, 흑 입장에서는 매우 안정적으로 판을 풀어가는 선택을 했다. 반면 신민준은 안정적인 후반 승부보다는 복잡한 전투를 선호하는 편이다. 15 걸침에 16,18로 변화를 구한 데서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겠다'는 신민준의 의도가 보인다.
백입장에서는 <참고도 1>처럼 판을 쪼개는 방법이 후반 승부를 하기에는 더 편하지만 신민준은 무난하게 진행하고 싶지 않다. 박정환의 첫 번째 고민이 시작되었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