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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런던 읽어보기

영화관 & 소매치기

by 프랩 Mar 04. 2025

내가 바라보는 각 도시는 그 도시를 지칭하는 단어와 그 도시만의 특유의 느낌들이 있다.

뉴욕 - 불이 절대 꺼지지 않는 도시.
파리 - 낭만이 가득한 도시.


하지만 영국은 달랐다.


신사의 나라, 티, 해리포터, 노팅힐, 셜록 등 영국과 런던을 대표하는 많은 단어들이 존재하지만, 나는 그중 어느 것도 런던을 정확히 정의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런던은 역사적인 느낌이 강한지, 아니면 현대적인지 가늠이 가지 않았고, 그 도시의 특색도 애매했다.


런던에 도착한 후에도, 나는 런던이 어떤 도시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작은 경험들이 모여, 나는 조금씩 런던을 해석하고 그 도시를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내 경험이 런던의 모든 부분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경험한 런던을 나누고,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각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런던을 해석하고 바라보면 좋겠다.


런던 이야기는 내가 겪은 두 가지 특이한 경험을(영화관과 소매치기) 통해 시작해보고자 한다.


1) 영화관

내가 방문한 영화관은 둘 다 오데온(Odeon)이었다 (한국의 CGV와 비슷하다). 내가 처음 본 영화는 첫 오리엔테이션 주간이 끝난 후 코스메이트들과 함께 본 인터스텔라였다. 웹사이트에서는 70mm로 상영된다고 광고되어 있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IMAX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대를 높였다. 우리가 예약한 곳은 오데온 럭스(Odeon Luxe)였는데, 더 좋은 품질을 보장하는 영화관이었다.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본 것은 영화 스크린 양옆에 있는 두 개의 황금색 조각상이었고, 사용되지 않는 듯한 무대도 있었다. 좌석은 굉장히 편안했으며, 리클라이너 의자라고 광고되었지만, 사운드가 커질 때마다 약간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띈 것은 화면이 지나치게 작았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노트북으로 봤더라면 영화의 분위기가 더 잘 전달되었을 것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 소리 크기가 화면보다 크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영화가 시작하자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국 문화인가 싶었지만, 3년 이상 영국에서 살아온 내 코스메이트는 "이건 영국 문화라기보다는 인터스텔라라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로 본 영화는 위키드였고, 플랫메이트와 함께 갔다 (이번에는 일반 오데온이었지만, 인터스텔라를 봤던 오데온 럭스보다 스크린이 더 컸다!). 전반적으로 한국 영화관과 다를 바 없었지만, 인터스텔라와 마찬가지로 영화 로고가 나올 때와 영화가 끝날 때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심지어 좀 더 환호하였다!). 하지만 가장 놀라웠던 것은 관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영화 도중에 따라 부른다는 것이었다. 특히 What is this Feeling이나 Popular 같은 곡이 나올 때 더욱 그랬다. 아무래도 위키드의 팬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지만, 정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함께 간 영국인 플랫메이트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했다.


2) 소매치기

내가 영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택시 기사님이 내게 소매치기를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조심하며, 길거리에서 검색할 때도 혹시 누가 내 휴대폰을 낚아채지 않을까 신경을 썼다.


몇 달 후, 내 코스메이트가 숙소 앞에서 소매치기를 당할 뻔했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폰을 낚아채고 도망가서 쫓아가니, 갑자기 경치를 구경하며 천천히 달리더니 길바닥에 던져주고 갔다고 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소매치기들이 폰을 훔친 후 구형 모델임을 확인하면 그냥 주인에게 돌려준다고 했다. 하지만 내 휴대폰이 도난당한 방식은 달랐다.


나는 과제를 끝내고 잠시 쉬고 싶어서 레스터 스퀘어(Leicester Square)로 걸어가고 있었다. 블루투스 헤드폰을 끼고 있었고,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서 손을 빼 휴대폰을 홀로 남겨두었다. 오데온 럭스로 가는 길에 갑자기 헤드폰 연결이 끊어졌다. 영국에서는 인터넷 연결이 자주 불안정해서 처음에는 그냥 인터넷 문제인가 싶었다. 그러나 평소보다 연결이 심하게 끊어져서 주머니를 확인했는데, 휴대폰이 사라져 있었다. 처음에는 다른 곳에 둔 줄 알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헤드폰의 연결이 다시 잡히는 곳을 따라가며 휴대폰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2분 만에 휴대폰과 완전히 연결이 끊어졌다. 나는 황급히 숙소로 돌아가 '내 기기 찾기'를 켰지만, 내 폰은 이미 연결이 끊긴 상태였다.


기숙사 리셉션에 가서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지 물어봤지만, 리셉션 직원은 "여기서는 폰이 매일 도난당하기 때문에 경찰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신고할 수 있도록 경찰에 전화해 주겠다고 했지만, 경찰 신고조차 실패했다.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다시 레스터 스퀘어로 돌아가 스테이크하우스, 지하철역 직원, 카지노 경비원에게 분실된 휴대폰이 접수된 적이 있는지 물었지만, 모두 없다고 답했다. 카지노 경비원은 내가 질문하자마자 큰소리로 (내가 떠날 때까지) 웃기까지 했다.


나는 한동안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혹시라도 내 폰이 버려져 있을까 찾아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 코스메이트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레스터 스퀘어는 휴대폰 도난이 자주 일어나는 장소라고 했다. 내 코스메이트도 같은 방식으로 그곳에서 폰을 도난당했다고 한다. 다행히 내 코스메이트는 '내 기기 찾기'가 연동되어 있어서 위치를 찾아보니 나이지리아로 갔다 중국에 도착했다고 한다. 경찰에게 위치까지 보여주며 신고를 하였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사건 종료가 되었다고 한다. 또, 그 코스메이트의 친구의 폰도 훔쳐질 뻔했지만, 범인이 폰 기종을 확인한 후 팔에다 친절하게 던져서 다시 돌려줬다고 한다. 솔직히 내 핸드폰이 더 구형이지만 내 코스메이트는 소매치기를 당할 뻔했어도 폰을 다시 던져줬는데, 내 폰은 던져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금 슬플 뿐이다.


이것이 나의 영국의 첫 챕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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