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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감정

by 문엘리스

“은호야 소개팅해볼래? 친구가 소개 좀 해달라고 해서.”

“소개팅? 난 둘이서 만나는 거 불편해서. 내 성격 알잖아. 나 남자랑 안 친해지는 거. 어색해서 싫은데.”

“야, 그래서 네가 남자 친구도 없는 거야. 그건 만나봐야 아는 거지. 그럼 넷이서 볼까? 그냥 저녁 먹는다 생각하고. 너랑 나랑 같이 있으면 되잖아. 하자. 알았지? 이번 주 토요일이야. 저녁 6시에 봐. ”

은호는 시연이 부탁에 소개팅을 가기로 했다.

'그날 무슨 옷을 입고 가지?'

은호는 지금까지 누군가와 사귀어 본 적이 없다. 남자에게 딱히 관심도 없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취미도 혼자서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은호는 가족 지원센터에서 근무를 한다. 일을 다닌 지는 이제 1년이 되었다. 월급이 많지는 않지만 일이 적고 정시 퇴근이다. 그리고 집에 가서 하는 일이 없어서 좋았다. 점심은 항상 밖에서 사 먹는다. 도시락을 싸서 다닐까 고민을 했지만 같은 팀 직원들과 같이 밥을 먹어야 해서 나가서 먹는다. 옆 부서 직원들은 도시락을 싸와서 함께 먹는다. 은호는 옆 부서 직원들하고 더 친하다. 나이가 비슷한 직원들이 많다.

은호가 지금까지 남자 친구가 없었던 것이 노력을 안 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은호는 여대를 나왔고 직장에도 여자뿐이다. 소개팅도 몇 번 했는데 어색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이상한 말만 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소개팅을 하고 나서는 그냥 이불킥을 하고 싶을 정도로 민망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토요일 아침 시연이 한테 전화가 왔다.

“은호야 예쁘게 하고 와. 늦지 말고.”

“어. 내가 예쁘게 꾸민다고 예뻐지냐.”

은호는 그냥 평범한 외모에 긴 생머리이다. 옷은 원피스를 좋아해서 자주 입는다.

저녁 6시, 은호는 약속장소에 갔다. 이미 시연이와 남자 두 명은 도착해서 앉아 있었다.

“은호야 여기 앉아.”

은호는 흰색 원피스를 입고 왔다. 색이 화려하지 않은 은은한 흰색이었다.

“우리 소개부터 할까? 안녕하세요. 저는 윤시연이고 27살이에요. 대학교 행정실에서 일을 해요.”

시연이는 뭐가 재밌는지 신났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은호라고 해요. 저도 27살이에요. 저는 가족센터를 다니고 있어요.”

은호는 말하면서 남자 둘을 바라보았다.

“저는 이동욱입니다. 저는 공대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28살이에요.”

“저는 김우현입니다. 시연이랑은 아는 오빠, 동생으로 28살이에요. 저는 회사 다니고 있어요.”

은호는 우현이라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자 그에게 관심이 갔다. 그의 피부는 백곰처럼 하얗고 옷은 단정하고 깨끗했다.

은호는 이미 마음이 우현에게 갔기 때문에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은호는 질문을 우현에게 계속했다.

“저는 사실 소개를 해주러 온 건데.”

우현도 계속되는 은호의 질문에 은호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은호는 이미 우현에게 빠져있었다. 소개팅이 끝나고 가게를 나오는데 은호는 우현을 기다렸다.

“우현 씨 핸드폰 번호 가르쳐줄 수 있어요?”

"여기요."

"제가 전화했어요. 제 이름 알죠?”

우현은 뭔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은호를 보았다.

“은호 씨 알죠. 이러면 안 되는데. 사실 제가 오늘 친구 소개해주려고 온 거라서.”

은호와 우현은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은호는 집으로 갔다. 집으로 가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집에 도착할 때쯤 시연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 어땠어? 너 우현이 오빠한테 관심 있는 거지?”

“1살 차이인데 오빠냐? 학번도 나랑 같던데. 내가 생일이 빨라서 얼마 차이 안나.”

“동욱이는 그냥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고 하더라고. 그건 네가 우현이한테만 말 거니까 그러는 것 같고. 아무튼 잘해봐. 잘되면 밥쏘고.”

은호는 일요일에 옷을 구경하러 백화점에 갔다. 좋아하는 원피스를 사고 싶었다. 은호는 정장 같은 원피스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과하지 않은 편안한 스타일로 골랐다. 여성스러운 스타일이 좋았다. 아직 우현에게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내가 먼저 할까? 집에 가서 저녁에 연락해야겠다.’

은호는 우현과 아직 연락을 하지 않았다. 설레는 감정 때문에 먼저 말을 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은호는 원피스를 사고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고 핸드폰을 확인하니 우현에게 연락이 와있다. 내일 저녁을 먹자는 메시지였다.

월요일 아침 출근을 하고 은호는 일하는 내내 우현을 생각했다. 그와 단둘이 만날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아직 사귀는 것도 아닌데.’

은호는 자신이 섣부르게 그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 것 같았다. 은호는 이미 그가 좋았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티를 너무 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현과는 돈가스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은호 직장 근처였다. 은호는 서둘러 우현을 만나러 갔다. 나오기 전에 화장도 고쳤다. 어제 산 원피스가 괜찮아 보였다.

음식점에서 은호와 우현은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은호 씨는 집이 어디예요? 그때 못 물어본 것 같아서요.”

“잠원동에 살아요.”

“저는 올림픽 공원 근처에서 살아요.”

“우리 그냥 말 놓을까요? 좀 불편해서...”

“우리 학번도 같은데 그럴까?”

“우리 이름 부르는 건 어때? 그게 더 편할 것 같아서.”

“그러자. 은호야.”

은호와 우현은 말을 놓고 더 편안해졌다. 은호는 우현과 마주 보고만 있어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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