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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연애

by 문엘리스

“주말에 은호가 밥 사준다고 하는데.”

“초밥도 돼?”

토요일 점심에 우현은 동생을 데리고 초밥집으로 갔다. 다행히 은호도 초밥집이 괜찮다고 했다.

“은호야 내 동생 석현이. 나랑 많이 닮았지?”

“안녕하세요. 진짜 우현이랑 많이 닮았네요.”

은호는 새로 오픈한 초밥집을 예약했다. 사실 은호는 회나 초밥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연어 초밥은 먹었다. 초밥집은 분위기가 좋고 깨끗했다.

“많이 먹어도 돼요?”

“먹고 싶은 거 다 시켜요.”

우현과 석현은 둘 다 초밥을 좋아했다. 둘 다 배부르게 초밥을 먹었다. 음식을 다 먹고 은호는 계산을 했다. 생각보다 금액이 많이 나왔다.

“잘 먹었습니다.”

석현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오늘은 동생이랑 영화 보기로 해서 금방 가야 해.”

“어. 이따 연락해.”

은호는 우현과 밥만 먹고 헤어지는 것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금요일 저녁, 우현과 은호는 강남역에 있는 커피숍에서 만났다. 우현은 카페 모카를 좋아했다. 은호는 카페 모카 두 잔을 시켜서 자리에 앉았다. 갑자기 분위기가 좀 무거웠다. 우현은 긴장된 표정으로 은호를 보았다.

“나 잠깐 미국으로 1년 정도 다녀와야 할 것 같아. 갑자기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이런 기회가 많지 않아서 꼭 가고 싶어.”

“갑자기? 작년에는 그런 말 없었잖아.”

“그때도 준비는 했는데 진짜 될 줄은 몰랐어. 좋은 기회라서 간다고 했어.”

“언제 가는데?”

“다음 달에.”

“다음 달이라고? 그럼 미리 말해줬어야지.”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어. 진짜야.”

은호는 최근에 우현이와 대화를 자주 못해서 우현이 낯설었다.

“나한테는 좀 갑작스러운 일인 것 같아.”

은호는 생각에 잠겼다.

‘우현이 없이 1년을 보낼 수 있을까?’

은호는 기다리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우현도 기다려 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은호와 우현은 탁자에 있는 카페 모카를 응시했다. 둘 다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은호가 먼저 말을 했다.

“우현이 너는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은호야 난 너를 많이 사랑해.”

“응. 나도 우현이 너를 많이 사랑해. 우리 1년을 잘 버틸 수 있을까? 미국이라서 왔다 갔다 하기도 힘들잖아.”

“영상통화 자주 하면 되지. 편지도 쓰고. 난 할 수 있어.”

“그럼 해보자. 장거리 연애.”

그렇게 은호와 우현은 매일 영상통화를 했다. 보지 않은 1년이 그들에게는 더 애틋했다. 은호는 우현을 가끔 북극곰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우현의 피부가 북극곰처럼 하얘서 붙여준 별명이었다.

은호는 1년 동안 살이 많이 빠졌다. 약간 통통했던 은호가 살이 빠져서 많이 말라졌다.

“은호야 말라지니까 더 예뻐졌어.”

“요즘 음식을 잘 못 먹겠어.”

은호는 살이 너무 빠져서 병원을 다니고 있었다. 음식을 먹는 것이 힘들었다. 의욕도 없고 예민해졌다. 직장에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려웠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려워지기 시작한 것은 새로운 신입이 들어오고 나서부터였는데 그녀는 은호의 험담을 하고 다녔다. 교육팀에 있던 동료가 은호를 잠깐 불렀다.

“저기... 새로 온 보람 씨 알지? 친해진 사람들이랑 은호 씨 이야기를 해서... 알고 있으라고.”

“고마워요.”

보람은 사교성이 좋아서 센터장님과 팀장님들과 금방 친해졌다. 보람의 자리는 팀장님과 가까웠다. 은호의 자리는 아직도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우현이와는 영상통화를 매일 잠깐씩 했다. 우현이는 매일 바빠 보였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드디어 우현이 온다. 은호는 우현이 보고 싶었다. 1년 동안 우현과 편지도 주고받았다.

‘이제 오는구나.’

은호는 기대가 되었다. 우현과 만나는 날 은호는 우현을 보자마자 안았다.

“우현아 너 멋있어졌어.”

우현이는 피부도 좋아지고 조금 더 어른스러워졌다. 우현이는 이제 30살이다.

“갑자기 그렇게 말하니까...”

우현의 얼굴이 조금 빨개졌다.

“나 선물 사 왔어. 귀걸이인데 호박으로 만든 거래. 예쁘지?”

“와. 진짜 예쁘다.”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고마워.”

우현과 은호는 오랜만에 함께 걸었다.

“우리 다음에는 벚꽃 보러 가자.”

우현은 은호의 손을 꼭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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