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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마음을 이제 알 것 같아

by 문엘리스

은호는 집에 도착해서 바로 침대로 향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은호의 머릿속에는 우현이 재촉하던 말들이 자꾸 생각이 났다.

다음날 우현과 은호는 커피숍에서 만났다.

“우현아 저번에 부탁한 거 내가 알아봤는데...”

“그거 아는 친구가 해줬어.”

“내가 그날 정신이 없어서 전화를 제대로 못 받았어.”

“은호야 있잖아 내가 생각해 봤는데.... 너 좀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기는 건 어때?”

“갑자기 직장은 왜?”

“거기 월급도 너무 적고 계약직이잖아. 공무원 시험 같은 것 준비하면 더 나을 것 같아서...”

“가족센터는 정규직이라는 건 없어.”

“나는 대기업도 다니는데 너도 안정적인 직장이면 좋을 것 같아서. 엄마가 너 직업만 좋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은호는 언제부터인가 우현의 배려가 없는 말들에 상처를 받았다. 은호는 누군가와 싸우는 성격이 아니어서 우현의 그런 모습을 넘어가 주었다. 그것은 우현이를 사랑했기에 그런 것이었다.

“나 집에 갈게. 당분간 연락하지 말자.”

은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은호야 기다려.”

은호는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은호는 바로 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았다. 우현은 버스에 탄 은호를 바라보고 손을 흔들었다. 은호는 우현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우현은 은호에게 전화를 했다. 은호는 받지 않았다. 은호는 서운함을 넘어서 화가 났다.

우현은 출근 전에 은호에게 전화를 했다. 잠깐 회사 버스에서 전화할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은호는 아직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은호는 요즘 교육을 받으러 다니는 기간이었다. 보람과 교육을 들을 일이 많았다. 교육이 끝난 후에 은호와 보람은 지하철로 함께 걸어갔다. 은호와 보람은 집에 가는 길이 반대 방향이었다.

은호는 혼자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 타서 핸드폰 진동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은호는 전화를 받았다.

“잘 지냈어? 전화 안 받아서 진짜 진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은호야 내가 잘못했어. 내가 그날 미쳤었나 봐. 우리 만나자. 내가 갈게. 어디야?”

“나 지금 지하철 타고 집에 가고 있어.”

“고속터미널역에서 보자. 금방 가...”

“응.”

우현은 지하철역에 도착하자마자 뛰어갔다. 있는 힘껏 뛰었다.

은호가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은호는 뛰어오는 우현을 보자 반가웠다. 그동안 서운했던 것들이 생각나지 않았다.

“은호야 일찍 도착했네. 은호야 이거. 너 꽃 좋아하잖아.”

“고마워. 뛰어온 거야?”

“보고 싶어서.”

“우현아 너 밥 먹었어?”

“아니. 같이 먹으려고.”

“뭐 먹고 싶어?”

“난 볶음밥이나 오므라이스? 돈가스도 좋고.”

“또 돈가스?”

“나 돈가스 좋아하잖아.”

“그래. 또 돈가스 먹으러 가자.”

돈가스 가게에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우현은 은호를 웃으며 쳐다보았다.

“왜 자꾸 봐?”

“그냥 좋아서.”

은호와 우현은 한동안 서로의 감정을 부딪히지 않으며 지냈다.

우현과 은호는 자주 가는 피자가게에서 만났다. 가격이 저렴한 곳이어서 자주 오는 곳이었다.

“나 이제 본사로 갈 거야.”

우현은 자신이 본사로 간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현의 아버지는 대학교에서 강연도 하고 회사에도 인정받는 높은 사람이라고 했다. 우현은 아버지를 말할 때마다 행복해 보였다.

“그럼 아버지 도움으로 본사 가는 거야?”

은호의 말에 우현은

“원래는 안 되는 건데... 그렇게 됐어.”

사실 아버지 도움이라는 말에 은호는 기쁘지는 않았다. 우현이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우현이 어른스럽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호는 자꾸 우현이 어리숙해 보이는 대학생처럼 보였다. 우현은 직장 스트레스 때문인지 점점 살이 쪘다.

“원래 그 회사는 일이 그렇게 많아?”

은호는 매일 스트레스를 받는 우현이 걱정이 되었다.

“다들 잘해서. 나도 잘해야 하니까.”

“그냥 중간 정도로 해.”

“나 사장되는 게 꿈이잖아.”

“사장?”

“나 열심히 해서 승진도 하고 사장도 할 거야.”

은호와 우현은 또 걸었다. 은호는 신발이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우현과 좀 더 같이 있고 싶었다. 은호는 우현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팡팡 우현이는 은호를 사랑해요. 팡팡.”

“그건 뭐야? 유치하게...”

은호가 30살, 우현이 31살이 됐을 때도 우현은 대학생 같은 모습이었다. 은호가 결혼에 대해 조금만 말해도 우현은 부담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말을 하지 않았다. 은호는 이제 알 것 같았다.

‘너는 나랑 결혼할 생각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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