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너를 많이 사랑해서

by 문엘리스

반지는 100일이 되는 날 함께 찾으러 갔다. 우현은 스파게티가 맛있다고 하는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레스토랑은 분위기가 좋은 곳이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예쁜 장식들이 있었다.

“여기 스파게티가 맛있다고 하더라고.”

우현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은호는 크림 파스타를 골랐고 우현은 피자를 골랐다. 은호는 음식을 기다릴 때 준비한 선물을 우현에게 주었다.

“향수야. 백화점에서 샀어. 그냥 추천해 주는 걸로 했어. 내가 향수를 잘 몰라서.”

“은호야 나 이거 진짜 갖고 싶었던 거야.”

“좋아해서 다행이다.”

파스타와 피자를 먹고 은호와 우현은 공원을 거쳐서 걸어갔다. 은호는 우현의 손을 꼭 잡았다. 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공원 중간쯤 갔을 때 우현은 은호에게 입맞춤을 했다. 은호는 우현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은호는 우현과 같이 낀 커플 반지를 집에서도 계속 보았다. 은호는 행복했다.

토요일 은호는 집에서 엄마와 점심을 먹었다. 소파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저기 은호 씨 맞나요? 우현이 엄마예요.”

은호는 생각지도 못한 전화에 몸이 얼어붙었다.

“안녕하세요.”

“그저께 시험 준비하는 거 공부도 안 하고 나갔어요. 오늘 시험 보러 갔는데. 지금 우현이가 중요한 시기라서 누구 사귀고 이럴 때가 아니에요.”

“아... 준비하는 시험이 있는지는 몰랐어요.”

“난 우현이가 은호 씨랑 만나는 거 싫어요.”

“네. 아직 저희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돼요.”

은호는 갑자기 이런 전화를 받아서 많이 당황을 했다. 바로 앞에 엄마도 은호를 보며 분위기가 이상함을 알아챘다.

“집이 어디예요?”

“잠원동이요.”

“우현이는 회사 들어간 지 얼마 안 돼서 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한가하게 놀 때는 아니죠. 얼마나 엄마한테 잘하는 아들인데 이번에 은호 씨 때문에 힘드네요. 난 할 말 다 했으니까 은호 씨가 알아서 헤어졌으면 좋겠어요.”

은호는 갑자기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드라마 속에서는 서 커피숍서 돈 봉투를 주며 내 아들과 헤어지라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과는 달랐다.

엄마가 은호의 손을 잡았다. 은호는 마음이 아팠다. 전화를 끊고 은호는 눈물이 났다. 엄마가 그 상황을 다 본 것 같아서 미안했다. 은호는 아이처럼 울었다. 엄마는 은호를 안아주었다. 등을 토닥이며

“누구야? 뭐라고 해? 우현이 엄마야?”

“응.... 갑자기 헤어지래.”

“왜?”

“몰라. 내가 마음에 안 든다고.”

“그런 게 어딨어? 은호 네가 어때서? 우현이한테 직접 물어봐. 애들도 아닌데... 전화까지 하고.”

은호는 눈물을 닦고 우현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통화음이 들렸지만 우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1주일이 지나도 우현은 은호의 전화도 받지 않고 메시지를 확인하지도 않았다.

‘우현아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은호는 우현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걱정이 되었다. 은호는 커플 반지를 보았다.

‘며칠 전까지는 행복했는데. 왜...’

우현이 전화다. 은호는 너무 반가워서 전화를 바로 받았다.

“우현아 왜 이제 전화했어?”

은호는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은호야 미안해. 내가 빨리 연락했어야 했는데. 나한테 시간을 좀 줘. 은호 너한테는 그러면 안 되는데 내가 엄마랑 좀 다퉈서. 나 원래 가족들이랑 사이좋아. 근데 좀 엄마가 성격이 좀 그래. 할 말 해야 하는 성격이라서. 내가 말 잘해볼게. 걱정하지 마.”

“나 우현이 네가 시험 보는 것도 몰랐어.”

“그거 중요한 거 아니야. 영어시험이라 언제든 볼 수 있는 거라서. 엄마가 예민해서 그래. 나한테 기대가 커서. 나 믿고 조금만 기다려줘. 내가 꼭 연락할게. 은호야 미안...”

우현은 전화를 끊었다. 은호는 우현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감정을 드러낼 수 없었다. 이미 은호는 우현을 사랑하고 있었다. 아직 사랑한다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후회됐다.

2주 동안이나 우현은 연락이 없었다. 은호는 평일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친구들을 만났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핸드폰을 자주 확인했다. 우현의 연락을 기다렸다. 기다리다 우현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지만 우현은 받지 않았다. 지쳐갈 때쯤 우현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지금 만날래?”

은호는 마음이 텅 빈 것 같았다. 은호는 우현을 커피숍에서 만났다. 우현의 모습이 수척해 보였다. 우현은 은호를 보자 손을 흔들었다.

“은호야.”

우현과 은호는 카페 모카와 코코아를 시켰다. 은호는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우현과 마주 보고 앉아있자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우현은 은호의 이런 모습을 보고 먼저 이야기를 했다.

“은호야 걱정했지? 내가 사실 지금 중요한 시기라서 준비할 게 많아. 올해 회사에서 외국 나갈 일도 많아서 바쁘기도 하고. 엄마는 내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나 엄마랑 많이 친해. 내 일이라면 좀 신경을 많이 써서. 나 올해는 부서 이동도 신청할 거야. 그게 쉽지는 않은데 이번에 그 기회도 있을 것 같고. 아빠가 나 다니는 회사 상무이사야. 나 아빠처럼 되는 게 꿈이거든.”

“난 갑자기 연락이 안 돼서... 왜 그러는지만 말해줬어도 괜찮았을 거야. 그리고 어머니가 나한테 전화한 것도 좀 많이 놀랬어.”

“엄마한테는 내가 말할게. 다시는 그럴 일 없을 거야.”

은호는 우현에게 화를 내고는 싶었지만 자꾸 미안하다는 우현의 모습에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내가 너를 더 많이 사랑해서 힘들어.’

keyword
월, 화 연재
이전 03화사랑하는 나의 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