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호는 저녁이 되기를 기다렸다. 우현과 연락한다는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직 오후 2시다. 오늘따라 시간이 안 가는 것 같았다. 갑자기 밖에는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은호의 자리는 밖이 보이지 않는 구석에 있는 자리였다. 사실 그곳에는 복사기와 전자기기들이 있던 곳이었다. 은호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전자기기들을 약간 밀어서 공간을 만들었다.
처음 가족센터에 취업을 했을 때는 이 자리를 보고 좀 망설였다. 은호의 자리는 다른 사람들과 단절된 곳이었다. 같이 일하는 사업팀과도 자리가 멀어서 소통하기가 힘들었다. 은호는 책상 밑에 작은 우산을 보았다. 갑자기 우현에게 메시지가 왔다.
“은호야 우산 안 가져갔지? 비 오는데 데리러 갈게.”
은호는 우산이 있었지만 우현이 보고 싶었다. 퇴근 시간이 되자 은호는 화장실에 가서 화장을 고쳤다. 은호는 우현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었다. 오늘은 우현과 베트남 쌀국숫집에 갔다.
“여기 볶음밥 맛있어. 난 볶음밥이나 돈가스 이런 거 좋아해.”
우현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사실 은호는 볶음밥이나 돈가스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현과 같이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은호와 우현은 둘 다 성격이 내향적인 편이었다. 우현은 내향적인 성격임에도 은호에게 관심을 보이려고 노력을 했다. 은호도 누군가에게는 처음으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은호 너는 취미가 뭐야?”
“난 연애 프로그램 자주 봐. 내가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게 좋아. 드라마나 영화도 보고.”
“우현이 너는?”
“나는 책보거나 블로그를 써. 글 쓰는 것을 좋아하거든.”
“우현이는 글 쓰는 거 좋아하는구나. 나도 글 쓰는 거 좋아해.”
우현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이야기했다. 은호는 집에 도착하고 우현이 보낸 선물 메시지를 보았다. 책이었다.
“읽어봐. 나도 이 책 읽었는데 좋더라고. 너도 읽었으면 해서.”
은호는 이런 우현이가 좋았다. 은호는 우현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우현이는 은호에게 사귀자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내가 먼저 말할까?’
은호는 먼저 말할지 말지 고민이 됐다.
‘이번에는 말하자.’
은호는 우현이와 밥을 먹고 저녁에 한강 공원을 걷기로 했다. 한강 건너편의 야경이 멋졌고 약간 춥기는 했지만 걷기에는 괜찮았다.
“우리 잠깐 저기 앉을까?”
은호는 지금은 우현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은호는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생각했다. 며칠 전부터 생각한 말이지만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우현아 우리 있잖아.”
은호는 말을 꺼내려고 하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너무 두근거려서 심장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은호야 너는 나 어떻게 생각해?”
“나? 나는...”
“나는 은호 네가 좋아.”
그 순간 은호는 너무 기뻤다.
“나도.”
은호는 그동안의 감정을 말하고 싶었지만 얼굴이 빨개져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다행히 저녁이라 은호의 빨개진 얼굴을 우현이 보지 못했다.
“그럼 우리 오늘부터 사귀는 거다.”
“응. 사실 나도 오늘 말하려고 했어.”
“진짜?”
은호는 마음속으로는 신나서 소리를 치고 싶었다. 은호는 우현과 손을 잡았다. 오늘따라 한강이 아름다워 보였다. 은호는 집이 한강 바로 옆이어서 우현이가 데려다주었다. 손을 흔드는 우현을 보면서 은호는 행복했다. 은호도 손을 흔들었다.
‘우현이는 잘 도착했으려나.’
침대에 기대서 우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아직 우현이는 읽지 않았다.
‘아직 도착을 안 했나?’
은호가 잠을 자려고 눕자 전화가 온다.
“우현아 잘 도착했어?”
“응. 늦어서 지금 전화해.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가느라.”
“우리 집이 지하철이랑 멀어서 집 가는데 힘들었지?”
“아냐. 지하철은 한 번에 가잖아. 지하철이 좀 늦게 와서 집에 늦게 도착한 거야. 지금 잘 거지?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나도 보고 싶어.”
은호는 쑥스러웠지만 우현에게 말하고 싶었다.
‘나는 너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어.’
하지만 은호는 그 말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우리 내일 드라이브할까?”
“좋아. 재밌겠다.”
“잘 자. 내일 또 연락하자.”
“잘 자.”
은호는 전화를 끊고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설레서 잠이 안 올 것 같았지만 은호는 금방 잠이 들었다.
우현이는 멋진 검은색 차를 몰고 왔다.
“우현이 너 차야?”
“아니. 아빠 차야. 오늘만 빌렸어. 오늘 안 쓰신다고 해서.”
“우리 오늘 단풍도 구경하고 자전거도 타자.”
차를 타고 우현은 조금 긴장을 한 것 같았다.
“내가 초보지만 운전은 잘해.”
“괜찮은 거지?”
“나만 믿어.”
은호는 우현의 웃는 모습만 봐도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