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문학상 신인상(소설) 심사평

작가의 말

by 명희진

이 소설은 2012년에 민중문학상 신인상을 받으며 세상에 나왔다.

그때도 나는 이 상이 내 작가로서의 삶을 희망차게 열어줄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이때 나는 송하경이라는 필명으로 응모했다. 이 이름이 내게 행운을 가져오길 바라면서,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소위 문학을 한다는 사람들은 안다. 신인상을 받고도 다시 메이저 급에서 신인상을 받거나 중, 장편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현실을....


이때도 나는 많은 시간 글을 쓰는데 할애하고 있었다.

이때의 글들은 지금의 글과 결이 많이 다르다. 그래도 좋다. 이때의 나는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려는 노력으로 글을 채우고 있었다.

가족의 힘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가족의 힘은 내가 아는 이야기,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를 힘을 빼고 썼다. 그래서 쓰는 내내 재미있었다.


아쉬운 건, 민중문학상이 1회에서 끝났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그 1회에 내가 이 상을 받아서 기뻤다. 그 후로 오랫동안, 정말 너무 오래 그리고 여전히 나는 쓰면서 기다린다. 나의 때를....


이 심사평을 받았을 때, 기뻤다.

내가 당선되서보다 나를 소설을 아는 작가로 말하고 있어서였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칭찬해 줘서 기뻤고 나를 알아봐 줘서 좋았다.


나는 내가 나를 알아봐 주는 현자를 극적으로 만나 꽤 근사하게 문단에 데뷔하길 꿈꿨다.

그래서 나는 나를 드러내지 않고 살았다. 블로그도, 인스타도, 유튜브도, 내 글이 소비될 수 있는 어떤 행위도 거부했다. 왜냐면.... 소설가로 불리고 싶었으니까.

꽤 근사한 글쟁이가 되는 게 나의 유일한 꿈이었고 소설 외에는 일기도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오랜 기다림은 나를 더 목마르게 했다.


어떤 이야기가 좋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그냥 뭐든 쓰기로 했다. 인생이 길지 않고 너무나 쓰고 싶고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읽어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소설들을 여기에 공개한다.


[심사평]


「가족의 힘」을 당선작으로 뽑은 이유는 무엇보다 작가가 소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작품은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아슬아슬하지만 어떻게 유지되는지, 그 힘은 무엇인지를 세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이혼을 선고하고 베개를 들고 내 방으로 건너온 할머니로 인해 지극히 평범한 한 가족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한꺼번에 드러나지만, 이 작품에서 이를 관찰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결코 높거나 거칠지 않았다. 우리 생은 어차피 그런 문제들을 어떻게든 돌파하면서 아주 조금씩이나 앞으로 나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김수영의 시편들이 새삼 생각났다.

소설은 거창한 소재를 다룰 때조차 지극히 사소한 시선 때문에 오히려 빛이 나는 장르라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가족의 힘」에서는 철부지 삼촌이 그 역할을 맡고 있어 오히려 실감이 배가된다. 최근 들어 읽은 수많은 투고작들 중에서 나는 이 소설만큼 차분하면서도 분명하게 자기 목소리를 드러내고 있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문제는 그 차분함이 자칫 이 민중문학상의 취지와 맞지 않을지 모르겠다는 우려일 터이다. 하지만 천만에, 민중은 누구인가. 송하경 작가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민중의 단위인 가족이 지금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아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보통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배우고 있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거짓이 존재하는지를 말이다. 할머니의 말처럼 시간이 비밀을 덮을지도 모른다. 그때까지는 스스로 지켜야 하는지도.”

소설에서는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밥상머리에서 나는 삼촌이 내게 사과를 해야 한다” 고 거듭 당차게 주장한다. 이 얼마나 차분하고 감동적인 마지막 장면인가! 작가의 또 다른 작품도 수준급이었다.

모처럼 좋은 작가를 만나 반갑기 그지없다. 그래도 작가는 인문학적 상상력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배양해야 하는 힘든 길이 자신의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아울러 좋은 작품들을 보내주신 모든 투고자들께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예심: 김재영(소설가)
이재웅(한국작가회의 전 사무처장, 소설가)
본심: 김남일(한국작가회의 전 사무총장, 소설가,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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