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별의 길잡이
8화: 별의 길잡이
밤하늘.
서울의 불빛을 떠나면, 드문드문 별이 보인다.
그 별들을 바라보며 윤서린은 낮게 중얼거렸다.
“다음 열쇠는 별성대신이에요.”
정우현이 고개를 돌렸다.
“별성대신. 운명을 읽는 신이었지?”
“정확히는, 인간의 흐름을 관찰하는 신령이에요.
말보다 ‘길’을 먼저 알아보는 존재.
신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경고하고 가장 나중에 움직이죠.”
“그럼… 깨어나기까지 오래 걸리는 신이겠네.”
“네. 그래서 더 빨리 찾아야 해요.
그 힘은… 예지(豫知)가 아니라, 방향이거든요.”
[별무리산 – 동쪽 계곡]
두 사람은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산간 지역으로 이동했다.
소문에 따르면, 별을 보면 발작하는 아이가 있다는 마을.
아이를 감금하고, ‘저주받은 눈’을 가졌다고 손가락질한다는 곳.
“이 마을 어르신들이… 그 아이를 무서워해요.
별이 많은 날, 마을에서 꼭 죽는 사람이 나오거든요.”
“그게 아이 탓이라는 거야?”
“실은, 그 죽음들은 악신이 별의 움직임을 이용해 일으킨 일이에요.
하지만 별을 ‘읽는’ 아이만이 그걸 알고 있었던 거죠.”
[폐가 속 소년]
낡은 오두막.
작은 별자리 지도가 천장에 빼곡히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앉아있는 소년.
가느다란 손에 손톱을 물어뜯으며, 별을 응시하고 있었다.
“누구세요…?”
“우리는… 널 만나러 왔어. 네가 본 그 ‘별들의 소리’, 그게… 신의 길이야.”
소년은 눈을 내리깔았다.
별빛이 그의 눈동자에 반사되어 흔들리고 있었다.
“…전 별을 보면 죽음이 보여요.”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근데 왜… 난 아무도 못 막았죠?”
정우현이 입을 열었다.
“너는 이미 막고 있었던 거야.
널 미친 애라고 몰아세운 그날 밤, 마을 어귀에서 죽으려던 할아버지는 다시 집에 돌아왔어. 왜냐면, 네가 울었으니까. 그 울음이, 별이 보여준 길을 막았던 거야.”
소년의 눈이 흔들렸다.
“…그걸 어떻게…”
“별성대신이 내게 보여줬어.
네 기억이 아니라, 너와 연결된 하늘의 흐름.
네 별은… 죽음을 부르지 않아.
죽음을 가리킬 뿐이야.”
[악신의 간섭 – 별의 저주]
그 순간,
산 정상에서 빛이 뒤틀렸다.
하늘에 검은 구름이 모이고, 별빛이 하나둘씩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악신이다. 별을 가려서, 운명의 흐름을 차단하려고 해.”
윤서린이 급히 부적을 펼쳤지만, 구름은 스스로 생겨난 게 아니었다.
그 구름의 중심에서 한 여인이 걸어나왔다.
까만 눈, 검은 관복. 그리고 손에 쥐어진 천구의(天球儀)모형.
“별성은, 타락시키기 가장 쉬운 신이지. 고독하니까.”
그녀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운명을 안다는 건… 얼마나 외로운 일인데. 그래서, 걔는 나를 택했어.
아니, 택하려 했어.”
“거짓말!”
소년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당신은 별이 아니야!
당신은 그림자잖아!
진짜 별은… 빛이 있잖아!!”
그 순간 별자리가 무너졌던 하늘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떨어졌다.
소년의 눈동자가 번쩍였다.
[별성대신의 각성]
하늘에서 별빛이 낙하하듯 그를 감싸며 그의 주위로 별자리들이 떠올랐다.
북두칠성, 견우직녀, 사자좌… 그리고 소년의 머리 위에 떠오른 하나의 별.
운명의 별.
정우현이 공수를 외쳤다.
“방향을 읽는 자여.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든, 우리는 지금 걸어야 한다.”
“별은 죽음을 예고하지 않는다. 별은, 살아남을 길을 밝힌다.”
소년이 손을 들었다.
그의 손에서 발사된 별빛이 악신의 그림자를 꿰뚫었고,
여인은 비명을 지르며 하늘로 사라졌다.
[각성 후]
소년은 조용히 말했다.
“난 이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그 길이 어디든…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전… 읽을게요.”
윤서린은 미소 지었다.
“이제, 당신은 ‘길잡이 별’이에요.
선황대신을 되찾기 위한 두 번째 열쇠, 별성대신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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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군웅의 기억
마지막 열쇠, 군웅대신의 씨앗은 도시 뒷골목에서 스스로 싸우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무리 속에서 발견된다. 이름 없는 영웅들의 기억이 깃든 신, 그를 깨우기 위해 정우현은 스스로 목숨을 걸고 거짓 ‘영웅’들과 마주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