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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자의 일본 자동차여행(4)

자칼투어 

by 자칼 황욱익 Mar 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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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날은 이동거리가 꽤 긴 편입니다. 

아침 일찍 렌터카 사무실에 들러 차를 받고 향한 곳은 이바라키에 위치한 이케자와 사토시 서킷의 늑대 박물관입니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만화지만 서킷의 늑대는 1970년대 말 일본에 슈퍼카붐이 시작됐을 때 시작한 최초의 자동차 관련 만화로 주인공인 야부키가 로터스 유로파로 당시 먹어주던 포르쉐나 페라리, 람보르기니 같은 스포츠카를 잡는 내용입니다. 

서킷의 늑대 박물관은 만화에 등장했던 자동차들과 소품, 각종 자료를 모아놓은 공간입니다. 

예전에 관장님이랑 잘 알았는데 작년에 은퇴하셔서 지금은 예전에 부관장님이 관장님이 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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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는 차는 모두 러닝 컨디션이며,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은 서킷이나 박물관 내 도로에서 빡쎄게 굴린다고 합니다. 

또한 만화에 등장하는 차와 번호도 같으며 설명판에는 만화에서 누가 타는지를 표기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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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보기 힘든 란치아 스트라토스가 2대나 있습니다. 

빨간색은 오리지널이고 뒤쪽 랠리카 리버리는 레플리카입니다. 

1970년대 WRC(월드 랠리 챔피언십)를 휩쓸던 스트라토스는 페라리 디노 엔진(V6)을 사용했으며, 037, 델타 S4, 델타 HF 인테그랄레로 이어지는 란치아 랠리 레전드의 시작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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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미우라(마무리 디자인), 쿤타치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20세기 자동차 디자인 거장 마르첼로 간디니의 디자인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데 토마소 판테라 GT, 람보르기니 실루엣, 마세라티 캄심, 람보르기니 미우라, 람보르기니 쿤타이, 란치아 스트라토스, 페라리 308에 이르기까지 마르첼로 간디니의 디자인을 비교해 가면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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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생산 대수 2대인 토요타 2000GT 오픈탑입니다. 

이 차는 1967년 작인 007 두 번 산다에 등장합니다. 

박물관에서 가지고 있는 차는 별도로 제작된 차로 영수증을 포함해 작업 사진 등 제작 당시의 자료를 모두 열람할 수 있습니다. 

1989년에 차값을 제회하고 약 8,000만 엔 정도 들었다고 합니다.

이 차까지 현존하는 2000GT 오픈탑은 4대인데 2대는 토요타에서 제작해 보관 중입니다. 

일본이 배경인 007 두 번 산다는 숀 코네리가 주연을 맡았는데요 않은 키가 너무 커 2000GT의 루프를 잘라냈다고 합니다. 

그래도 윈드 스크린 위로 머리가 튀어나와 숀 코네리의 본드카로는 사용하지 못했고 대신 일본인 본드걸인 아키가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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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리키를 출발해 닛산의 고향이라 불리는 요코하마로 이동합니다. 

이동 경로는 일부러 우미 호타루를 거치는 경로를 선택했습니다. 

치바와 도쿄를 잇는 도쿄만의 거대한 다리인 도쿄 아쿠아라인 중간에 있는 우미 호타루는 바다 한가운데 있는 휴게소+쇼핑몰입니다. 

일본 도로 중에 도로비가 가장 비싼 곳이기도 하며, 드라이브 코스, 자동차 모임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번 자칼투어 기간 내내 날씨가 너무 좋았습니다. 

우미 호타루에서 도쿄와 반대편 치바 키사라즈가 한눈에 보일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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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공랭 폭스바겐 전문점인 플랫4 입니다. 

원래는 도쿄 세타가야에 있었는데 몇 년 전 요코하마로 옮겨 왔습니다. 

공랭 폭스바겐 판매부터 부품, 정비 등등 모든 것을 다루는 곳입니다. 

근처 주택가도 꽤 운치 있어 지나가는 길에 들러 구경하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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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미국차와 핫로드, 커스텀 바이크로 유명한 문아이즈 요코하마에서 해결했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도 문아이즈가 성수동에 문을 열었습니다. 

미국 미국한 액세서리와 미국 취향의 핫로드, 커스텀 부품을 함께 판매하는 곳입니다. 

여기는 카페와 음식점을 같이 운영하는데 음식도 미국 미국 멕시코 멕시코 합니다. 

가격은 좀 비싸도 음식 맛도 상당히 괜찮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메뉴는 치즈 버거와 플레인 버거입니다.

개인적으로 이곳은 많은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뜨거웠던 청춘의 아련한 한 페이지가 있는 곳인데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생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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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가 속해 있는 가나가와현은 닛산의 도시입니다.

1990년대 닛산 부도 전까지 가장 이상적인 설비를 갖췄다는 자마팩토리부터 GT-R을 오모리 팩토리, 닛산 가나가와 팩토리 등등 닛산과 그 부품업체들이 일찍이 터를 잡은 곳이죠. 

가나가와에는 에전에 GM 공장도 있었습니다.(아이치현에는 포드의 공장) 

나고야가 속해 있는 아이치현이 토요타, 토치기와 사이타마는 혼다, 가나가와는 닛산, 군마는 스바루, 히로시마는 마쓰다 이런 식으로 일본은 지역 별로 대표하는 자동차 메이커가 있습니다. 

그만큼 지역 사람들의 자부심도 크고요.

지금은 숫자쟁이들한테 휘둘리며 반신불수가 된 닛산은 기술의 닛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부심이 강한 회사였습니다. 

여전히 가나가와현 사람들은 닛산에 대한 자부심이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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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리 팩토리에 있는 니스모 헤드쿼터는 GT-R 팬이라면 성지순례처럼 한 번쯤은 들러야 하는 곳입니다.

주차장에서 만난 400R은 그야말로 유니콘 같은 차입니다. 

당시 신사협정을 피해 출력을 400마력까지 올린 컴플리트카입니다.(신사협정에 관한 내용은 이전 글 자동차회사들의 신사협정에 자세하게 나와있습니다) 

지금이야 400마력은 국민마력처럼 느껴지지만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까지 400마력은 신의 영역이라 불렸습니다. 

쇼룸 내에는 유리벽 너머로 GT-R의 정비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니스모가 걸어온 모터스포츠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곳입니다. 

상시 전시차도 자주 바뀌고 나름 니스모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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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긴 하지만 여전히 명기로 불리는 RB 엔진입니다. 

역시 남자는 직렬 6 기통이죠. 

아직도 니스모에서 튜닝한 컴플리트 엔진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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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샤프트로 가득한 화장실 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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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GT-R은 R32라는 생각을 합니다. 

R32의 실루엣은 지금 봐도 정말 멋집니다. 

여성적인 섬세함과 날카로움이 공존하죠. 

작년에 일본 친구와 얘기를 하다 GT-R 얘기가 나왔는데 R32는 예리하게 날이 잘 선 카타나, R33은 묵직한 도끼, R34는 토르의 해머, R35는 제다이의 광선검 같다는 얘기를 했었죠. 

그래서 우리의 결론은...... R32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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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은 현재 도쿄 긴자의 닛산 크로싱, 요코하마의 닛산 갤러리 두 곳의 쇼룸을 운영 중입니다. 

긴자에 있던 닛산 본사가 요코하마로 옮겨 오면서 닛산 갤러리도 같이 옮겨 왔는데요 예전에 비해 규모가 커지고 닛산에서 판매하는 차들을 직접 시승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입니다. 

운영도 저녁 8시까지라 니스모 쇼룸에 들렀다 이동하면 시간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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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 전시 외에도 헤리티지 특별전시가 열립니다. 

저희가 갔을 때는 칼소닉 경주차들을 모아 놨습니다. 

닛산과 칼소닉의 고별전 같은 분위기였죠. 

닛산 산하의 라디에이터 제조사인 칼소닉은 카를로스 곤이 경영합리화라는 이유로 마그네티 마넬리에 팔아 버려 그 역사가 끝났습니다. 

그룹 C부터 그룹 A(여기서는 무려 40연 승), JGTC와 슈퍼 GT에 이르기까지 닛산과 칼소닉은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래서 자동차 회사는 숫자쟁이, 마케팅쟁이가 주도권을 잡으면 안 된다는...... 

GT-R과 닛산을 상징했던 칼소닉 블루는 당분간 사용한다고 하지만 칼소닉 없는 칼소닉 블루는 어딘가 어색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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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35의 동력계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엔진이 앞에 있고 변속기가 뒤에 있고 동력은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전달되는 방식입니다. 

개인적으로 현존하는 스포츠 4륜구동 중에 가장 정밀하고 가장 진보한 시스템이 닛산이 사용하는 아테사+하이카스라고 생각합니다. 

아우디의 콰트로나 BMW의 X트랙은 거품이 좀 심한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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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자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요코하마를 떠나 도쿄로 돌아오는 길에는 어 피트 슈퍼오토박스 시노노메에 들렀습니다. 

오토살롱 기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어머어마했습니다. 

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권, 비영권 사람들이 많았는데 인기 굳즈는 거의 품절이었습니다. 

여기서 한국에서 온 지인들도 만나고 복잡한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복귀했습니다. 


강행군의 연속인 자칼투어 DAY 4가 끝났습니다. 

빡쎈 일정 속에서도 즐거움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하루종일 자동차만 보고 자동차 얘기만 하고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만 해도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행복이죠. 

자칼투어의 모토는 '차만 겁나 보고 차예기만 겁나 하는' 그야말로 자동차 마니아들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4월 자칼투어 오토모빌 카운실 2025 역시 같은 일정으로 운영되며 4월 이후에는 상시 운영됩니다. 

6월과 12월에는 렌터카가 아닌 자차를 가지고 떠나는 자칼투어 큐슈GT도 운영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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