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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자의 일본 자동차여행(5)

자칼투어 

by 자칼 황욱익 Mar 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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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째는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습니다. 

자칼투어의 일정은 큰 틀은 바뀌지 않지만 중간중간 소소한 것들은 일정에 추가될 때가 많습니다. 

이번에는 다이칸야마 T 사이트에서 열리는 모닝 크루즈에 관람이 출발 하기 얼마 전에 추가 되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한참 까불던 시절에 자동차 좋하는 사람들은 주로 밤에 모였습니다. 

일부는 아침에 모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밤에 모이는 게 주류였죠. 

그러다 코로나 시국이 지나고 자동차를 즐기는 세대들도 나이를 먹고 가정을 꾸리면서 아침이나 새벽 시간에 잠깐 모이는 게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이런 현상이 더 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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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부터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에서 열리는 모임은 도쿄에서는 상당히 유명합니다. 

희귀한 차들도 볼 수 있고 매 번 주제가 달라 날짜만 잘 맞추면 평소에 보기 힘든 차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침 카 미팅은 저녁 카 미팅에 비해 좀 더 부산합니다. 

드나드는 차들도 많고 어둡지 않아 이거저거 자세하게 볼 수 있죠. 

저희가 갔을 때 주제는 '주제가 없는 아무 차'가 주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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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의 2CV 입니다. 

타입1(카이페 혹은 비틀)보다 먼저 설계가 끝났는데 나치가 프랑스를 점령하면서 개발자들이 도면을 숨겨 전쟁이 끝난 후에 양산된 차 입니다. 

지금도 유럽의 시골 창고 몇 개만 돌면 2CV 한 대를 만들 수 있는 부품을 구할 수 있다는 썰이 있을 정도로 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차 입니다. 

영화 007과 이병헌이 나오는 레드 더 레전드의 파리 추격씬에서도 등장합니다. 

2CV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스토리가 많은 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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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C를 와작와작 씹어 먹었던 도깡터보의 낭만이 살아 있는 란치아 델타 HF 16V 에볼루치오네2도 볼 수 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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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칼투어 일행 분이 사랑에 폭 빠져버린 피아트 X1/9도 볼 수 있었습니다. 

마르첼로 간디니의 디자인으로 유명한 X1/9은 1972년부터 1982년까지는 피아트에서 만들고 1982년부터 1989년 단종될 때까지는 베르토네에서 만들었습니다. 

피아트의 소형차를 기반으로 마르첼로 간디니의 디자인이 더해졌다고 할 수 있죠. 

경량, 미드십, 타르가 톱까지 멋스러운 스포츠카의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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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한국에서 만났던 노다 다이스케 아즈씨의 데보네어 V도 만났습니다. 

이 차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다시 일본으로 왔다갔다 많이 했죠. 

한국에 왔을 때 조수석에 잠시 탔었는데.....

걍 죽여 줍니다. 

1980년대에 저런 차를 만들었다는게 그야말로 놀랄 노자 입니다. 

울 나라에서는 엔진 크기만 다르게 나왔다는데 일본에서는 오너 드라이브용 슈퍼 투어링과 쇼퍼 드리븐용 버전이 따로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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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칸야마의 츠타야는 다양한 서적으로도 유명한 곳 입니다. 

자동차 서적만 모아놓은 공간이 굉장히 컸는데 양질의 단행본과 전문 서적을 비롯해 매뉴얼, 잡지 등등 자동차에 관한 다양한 서적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같이 간 일행 분은 여기서 책만 20만원 어치 넘게 구입하셨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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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마르첼로 간디니 특별판으로 나온 카그래픽 네오 클래식을 구입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저희가 방문했을 때는 싱어 포르쉐를 전시 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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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나와 카미팅을 보고 서점에서 자동차 서적을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중간에 시간이 좀 뜰 줄 알았는데 11시에 오픈하는 와쿠이 뮤지엄에 딱 맞게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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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쿠이 뮤지엄은 일본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벤틀리, 롤스 로이스 컬렉션 입니다. 

폭스바겐이랑 BMW에 인수된 이후 나가요 언니나 주식 사기꾼의 성공 신화(?)에 등장하는 벤틀리, 롤스 로이스가 아닌 진또배기 영국산 시절의 차들 입니다. 


벤틀리는 롤스 로이스의 스포츠 버전이라는 전통(?) 꽤 오래 유지했지만 이면에는 상당히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벤틀리의 투자자이자 르망을 주름 잡던 벤틀리 보이즈를 이끌던 울프 바나토, 항공 기술장교 출신으로 벤틀리를 설립한 월터 오웬 벤틀리의 스토리를 살펴 보면 '세상물정 모르는 기술자들 통수를 이렇게 치는 거다'라는 걸 알 수 있죠. 

벤틀리는 자동차 뿐 아니라 영국 공군에 공급했던 알루미늄 피스톤도 유명합니다. 

롤스 로이스는 항공기 엔진으로 유명한데 지금은 롤스 로이스 카는 BMW가 소유하고 있고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롤스 로이스는 전혀 별개의 회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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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롤스와 헨리 로이스가 설립한 롤스 로이스는 철저하게 영업과 마케팅, 기술 개발이 분리된 회사였습니다.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에 도전했던 찰스 롤스가 귀족들을 상대로 판매할 차를 만든 게 롤스 로이스 입니다. 

찰스 롤스는 헨리 로이스를 만나 의기투합하는데 헨리 로이스가 기술 개발을 담당하게 되죠. 

두 사람의 콤비네이션은 최강이었는데.....

1910년 항공기 사고로 찰스 롤스가 세상을 떠나게 되죠. 

이 사고는 영국 최초의 항공 사고라고 합니다. 

지금의 롤스 로이스가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걸 보면 어느 정도 그 정신이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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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쿠이의 공간은 총 3곳 입니다. 

와쿠이 뮤지엄, 스토리지, 리스토어숍인데 모두 근처에 있어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날은 뮤지엄만 오픈한 날이라 나머지 두 곳은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예전에 나머지 두 곳도 방문했었는데 볼거리가 정말 다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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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번 자칼투어의 가장 큰 성과가 코브라와 슈퍼포먼스의 일본 딜러인 버즈 팩토리 방문이었습니다.

국내에 코브라라고 자랑하는 차들이 대부분 염가(?)의 레플리카인데 반해 몇 년 전 미국에 갔을 때 진퉁 코브라의 조건에 대해 배워왔습니다. 

슈퍼포먼스에서 제작한 CSX 시리얼을 포함해 내용이 좀 복잡했는데 현대 코브라라는 이름은 포드가 상표권을 포함해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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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만 비슷하게 생겼다고 코브라라고 부를 수 없다는 의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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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에는 슈퍼포먼스에서 제작한 섀시에 코브라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걸 봤는데 버즈 팩토리에서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쉘비에서 튜닝한 427 엔진 대신 포드 퍼포먼스에서 튜닝한 427 엔진의 이름이 코브라였습니다. 

제가 국내에서 코브라라고 해서 본 차들은 안타깝게도 전부 레플리카였습니다. 

엔진만 427이라고 해서 코브라는 절대 아닙니다. 


도쿄로 돌아오는 길에는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 핫 하다는 어 피트 슈퍼오토박스 시노노메에 들렀습니다. 

역시나 오토살롱 기간이라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물건도 많이 떨어지고 계산하는데만 최소 30분 이상 걸릴 정도니 그야말로 호황이라고 할 수 있었죠. 

이 날은 한국에서 온 지인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다이칸야마의 카미팅에서도 만났고 슈퍼오토박스에서도 만났습니다. 

외국 나와서 같은 분야에서 일 하는 자동차 마니아들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올해 첫 자칼투어 일정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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