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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내는 편지(6)

자동차 마니아 미국 한 달 살기 

by 자칼 황욱익 Mar 10. 2025

이곳 생활이 일주일에 접어들었다. 

내가 묵고 있는 모텔은 다양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장기 투숙객들은 나름의 흡연 포인트를 만들기도 하고 서로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인데 멀리 동양에서 온 나를 보면 늘 먼저 인사를 건네거나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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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타코마에 있는 르 메이 박물관에 다녀왔는데.....

이곳에는 메탈리카의 제임스 햇필드 컬렉션을 전시 중이었다. 

국제 미디어 담당자와 큐레이터의 안내를 받아 간단하게 박물관을 둘러봤는데 이제 어디 가서 자동차 박물관 도슨트라고 못 할 것 같다. 

나이 지긋한 큐레이터인 르네 크리스트는 자동차에 대한 지식도 매우 해박하고 설명을 엄청 잼 나게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녀는 시트로엥 2CV를 타고 북경 파리 랠리를 다녀오기도 했으며 자동차 그 자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지식은 달달 외운 것이 아닌 경험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시종일관 엄청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야 영어도 짧고 가진 지식이 미천한 지라 듣는 것만으로도 벅찼지만 동행한 Samuel Chang 역시 매우 즐거운 시간인 듯했다. 

역시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카가이 내지는 자동차 마니아는 통하는 부분이 많다. 


우리는 나를 포함해 총 4명이었다

국제 미디어 담당자 리나, 큐레이터 르네, 나, Samuel Chang이 시종일관 끊어지지 않는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2시간 가까이를 보냈다. 

이곳에 온 가장 큰 이유는 메탈리카 제임스 햇필드가 피터슨에 기증한 컬렉션 10대를 보기 위함이다. 

워낙에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가 소유한 커스텀카 컬렉션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가끔 메탈리카의 뮤직 비디오에도 등장하는 차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지만 동경했던 락스타와 간접적으로 연결되는 느낌이 더욱 나에게는 크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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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laimed RUST라는 이름의 제임스 햇필드 컬렉션은 총 10대로 구성되었으며 클래식카를 기반으로 만든 커스텀카다. 

전통적인 의미의 클래식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워낙에 개성이 강하고 대중적인 콘텐츠가 힘을 갖는 곳이다 보니 커스텀카나 모디파이, 레스토모드를 미국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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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역시도 굉장히 엄격하다.  

실제로 이곳에서도 제임스 햇필드 컬렉션은 클래식카가 아닌 커스텀카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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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메이는 여러 컬렉터, 기업, 사업가들의 기부로 만들어진 곳이다. 

입구에는 기부자들과 기부기업의 명판이 가득하고 박물관 측은 이들의 지원에 늘 감사한 마음을 표한다고 한다. 

큐레이터인 르네의 말에 의하면 미국에 있는 자동차 박물관은 서로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부분이 많은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녀는 나에게 미국에서 어느 곳을 다녀 봤냐는 질문을 했는데 그동안 다닌 곳을 이야기하니 미국인도 미국을 비롯해 그렇게 다니는 것 자체가 가능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정에 가 볼만한 다른 지역의 자동차 박물관을 추천해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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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메이의 구성이나 큐레이팅 극과 극이다.

메인 전시장은 널찍널찍하지만 상설 전시장은 차고 느낌에 가깝다. 

공간과 공간은 슬로프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매우 갈릴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지난주에 방문했던 스티브의 아우토반에 들렀다. 

역시나 스티브는 매우 반갑게 맞아 주었으며 이번에는 아우디 S4 왜건 사고차가 들어와 있었다. 

스티브는 돈도 돈이지만 사고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이야기했다. 

워낙에 차와 사람을 좋아하는 친구라 그 역시도 진성 카가이들이 갖는 열정이 가득하다.  


늦은 오후부터 저녁 시간은 모처럼 개인정비를 하면서 보냈다. 

어둑어둑 해 지는 시간이 저녁 9시가 훌쩍 넘어라 하루를 길게 쓰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만큼 잊어버리면서 미루는 일이 많다.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빨래도 하고 데이터 정리도 하다 보니 저녁 먹을 시간도 놓쳤다. 

저녁 9시에 끝나는 음식점이 대부분인데 밥을 먹을까 하면서 시계를 보니 8시 반이 넘어가고 있었다. 

초반에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아 좀 여유가 있는 것처럼 느꼈지만 이곳 생활에 적응하다 보니 늘 시간이 부족해진다. 

나름 하루를 알차게 보낸다고 생각하려고 하는데 시애틀에서 보내는 2주+4일은 매우 부족하다. 


자동차 이벤트는 정말 많다. 

갈 곳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지만 시간이나 주변 요건에 따라 취사 선택하는 일이 일상다반사가 됐다. 

나름 행복한 고민이기도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성격상 놓친 이벤트나 장소는 두고두고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한국에 벌려놓은 일만 없으면 그냥 서너 달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미국 생활에 늘 큰 도움을 주는 가장 큰 스폰서, 시애틀 혈맹이자 함께 다니면 즐거운 정통 카가이 Samuel Chang에게 오늘도 감사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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