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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내는 편지(9)

자동차 마니아 미국 한 달 살기

by 자칼 황욱익

미국에 온 이후 가장 힘든 일정을 보냈다.

오늘 방문한 곳만 4곳.

첫 식사는 저녁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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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마운트의 르 메이 패밀리 컬렉션은 상상이상으로 규모가 컸다.

공개된 차들만 500대 보관 중인 차까지 합치면 2000대 규모라고 한다.

미국은 멀 해도 넉넉하고 넓고 크다.

육군군사학교였던 자리에 만들어진 르 메이 패밀리 컬렉션은 미국차의 역사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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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엄청 내려서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좋은 것들을 눈과 기억에 담을 수 있어서 일단 그걸로 만족.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에 시애틀에 오면 좀 더 자세하게 둘러보고 싶은 곳이다.

참고로 워싱턴 주에는 르 메이라는 이름의 자동차 박물관이 두 개다.

메탈리카 제임스 헷필드 컬렉션을 전시했던 곳도 르 메이 자동차 박물관이고 이곳은 르 메이 패밀리 컬렉션이다.

원래는 르 메이 패밀리에서 기증한 차들로 르 메이 자동차 박물관을 설립했는데 지금은 두 곳의 사이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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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마 공항 근처 보잉 공장 옆에 있는 더 뮤지엄 오브 플라이트는(이곳은 보잉이 처음 설계 사무실을 연 곳이며 보잉뿐 아니라 전 세계의 유명 항공기를 전시한 곳이다) 시간이 부족에 중간에 쫓겨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보고 싶은 것들(후기형 SR71이나 F14, 메사슈미트 BF109, 보우트 크루세이더 등등) 다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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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매버릭이 개봉하면서 톰캣에 대한 관심이 예전에 비해 더 높아졌는데 역시 톰캣은 톰캣이다.

웅장하고 날렵함도 있지만 기체가 가진 포스가 다른 전투기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다다음주쯤이면 멤피스에서 블루 엔젤스의 에어쇼를 볼 수 있으니 일단 항공기 관련 위시리스트는 거의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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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들른 SY인도어 카트 트랙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첫 주행에 그룹 1등을 끊었고 다음 주행에는 나름 동네에서 빠른 축에 속한다는 친구들과 달렸는데 2등으로 마무리.

첫 주행에 비해 1초 정도를 줄였다.

아마 좀 더 익숙해지면 1초 정도 더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카트는 언제 타도 즐겁다.

레저든 레이싱이든 스포츠든 탈탈 거리는 진동과 앞에 있는 경쟁자를 따라갈 때 맡을 수 있는 기름 냄새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오늘 둘러본 곳은 나름 미국에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느낀 점은 전통이나 계승에 관한 부분이다.

어른들 말에 따르면 미국이 근본이 없어서 무식(어렸을 때 그렇게 배웠다 얘나 어른이나 유 유 거리고 집안에 신발을 신고 들어고 기타 등등) 하다고 하는데.....

박물관들을 둘러보면서 가장 많이 보이는 사람은 발룬티어(무보수 자원봉사자)이다.

이미 은퇴를 했거나 관련 업계에 오랫동안 몸 담았던 사람들의 경험은 관람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 자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역사기 때문이다.


오늘 본 광경 중에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나이가 무지하게 많고 남루하고 몸이 불편한 월남전 참전 용사가 월남전 당시 사용했던 이로코이즈 헬기(UH-1) 앞에서 아주 어린아이에게 그때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젊은 시절을 회상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며 남루한 노인분은 누구보다 애국심이 투철하지만 전쟁의 비극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가 짧아 다 알아 든기는 힘들었지만 전쟁의 고통과 비극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 주는 방식으로 이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잠시 후 나이 지긋한 발룬티어까지 합류하면서 그 꼬마는 우연한 기회에 아주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울 나라에는 왜 발룬티어가 없을까?

결과 위주, 새 물건 위주의 압축성장이라는 핑계를 대지만 설득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내일은 또다시 장거리에 나선다.

지난주에 다녀온 만큼의 거리를 다녀와야 하는데 점점 시간이 빨리는 가는 것 같아 살짝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전체 일정의 3분의 1이 끝난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경험을 생각해 보면 완전 나이스라는 말 외에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카메라의 배터리가 정말 소진될 때까지 사진을 찍었고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했던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오늘도 수련은 즐거웠으며 배우는 게 많았고 좋은 책도 한 권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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