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1 출장 복귀 후 적응하기

- 낭만과 현실, 그 사이 어딘가 -

by Yun

첫 출장을 무사히 다녀온 후, 베테랑인 K 차장님 덕에 보고까지 무사히 끝난 후 한동안은 출장이 주는 새로움에 빠져 지냈다. 건설업의 해외 생활에 대해선, 타 부서 H 과장님이 '낭만에서 시작해서, 현실로 끝난다'라는 말을 남기셨는데, 출장은 딱 낭만 초입에서 멈추는 느낌이랄까.


각국 공항에서 느꼈던 현지의 정취, 현지에서 만나 뵈었던 분들과 나누었던 대화들... 모든 것들의 여운이 시차와 함께 남아 당분간은 정신 못 차리는 본사 생활이 다시금 이어졌다.


돌이켜 보면, 화상 회의와 가히 괄목상대라 할만한 AI의 발전이 10여 년 전과 지금의 회사 생활에 큰 차이를 만들어 낸 듯하다. 당시만 해도 국제전화, 이메일이 소통의 전부였고, 전화로 해결이 안 되는 일은 단기 출장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자료를 화면에 띄우고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얘기할 수 있는 화상 회의 프로그램이 많이 도입이 되어, 어느 회사나 출장에 대해선 '꼭 가야 하는가?'라는 챌린지를 넘어야 한다. 또한 당시만 해도 구글과 네이버 파파고 번역의 정교함에 놀랄 때였지만, 전문적인 용어와 내용에 대한 번역은 하나씩 손을 대야 했고,

대화를 나누어야 할 때의 통역 기능은 당연히 없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연사가 말하는 언어에 대해 실시간 번역된 프롬프트가 화면에 뜨기도 하고, 앞서 언급한 회의 프로그램에서 통역을 지원하는 분이 참여해 각자의 언어로 통역을 들을 수도 있다.


이런 신문물이 없을 때를 겪은 나로서는, 소위 '사다리 걷어차기'가 직장에서도 적용이 되는구나를 소름 돋게 체감한다. 비행기를 타고 현지에서 이동하여, 현지 직원 또는 전문가를 방문하여 소통하는 과정 자체는 직군을 불문하고 소중한 경험이자 자산이 된다.


이러한 과정들이 화상 회의로 대체되면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정보에 대해 다른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게 되고, 직원이 그만큼 경험과 자산을 쌓을 수 있는 기회도 적어진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만 변화를 우리가 선택할 수는 없으니, 우리는 그저 어떻게 적응하고 살 지를 생각할 따름이다.


모두가 출장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후로도 무수한 출장 기회가 많았는데, 두 번째 출장은 비교적 수월한 업무의 인근 국가(대만) 출장이어서 다소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었다.


이후 출장들은 꼭 내가 갈 필요가 없는 건들도 많았지만, 육아, 새로운 환경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출장을 굳이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직원분들도 있었고, 이때 손을 들어 꼭 내가 가야 하는 건들보다 더 많은 출장을 가볼 수 있었다.


이때의 경험으로 당시의 여권은, 여권의 속지가 각국의 날인과 사인으로 가득 차게 되었고,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경험과 추억의 집합체이다. 그 나라에서만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고, 여러 국가를 다니게 되면 이 경험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여기서 또 새로운 걸 배우게 된다. 지금 몸 담고 있는 곳에서 어디든 겪어볼 기회가 있다면, 최대한 많이 & 적극적으로 겪어보길 권한다.


건설업 첫 출장기가 길었습니다. 다음 화부터는 다른 이야기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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