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환생
예전에는 책을 내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작가라는 직업이다.
지금도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작가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글을 써서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온라인 매체가 증가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글쓰기가 가능해졌다.
글쓰기 강의가 넘쳐나고 유명 작가가 운영하는 카페에서는 일정 기간 매일 글쓰기 챌린지를 제공한다.
최근에 교보문고 유튜브 채널에서 김영하 작가가 첨삭을 해주는 콘텐츠도 새로 오픈을 했다. 지금은 전국민의 글쓰기 르네상스 시대가 되었다.
브런치를 한 번 겪어봤더니 글쓰기를 대하는 자세가 일회차 때 와는 조금 달라졌다.
지나치게 의욕을 앞세우지 말 것
자기 감상에만 도취되지 말 것
적당히 퇴고할 것(예술은 끝이 있는게 아니라 '그만'하는 것이다)
완벽한 글이란 없음을 인정할 것
이번에 브런치와 재혼을 하면서 한 가지 주제로 계획적인 글쓰기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주제를 하나 선정해서 10편 쯤 썼더니 소재가 고갈되었다.
침묵. 더 글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내 아이디어, 창의성의 한계를 이렇게나 빨리 만나게 될 줄 몰랐다.
그래서 계획적인 글쓰기가 가능할 소재가 나타날 때까지 책을 읽고 관찰을 하며 살기로 했다.
얼마간 고민의 시간이 흘렀고 그러던 중 한 가지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
미혼인 커플에게 왜 결혼을 안 하냐고 물어보면 아직 결혼 준비, 즉 자금이 준비가 안 되었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때면 어른들은 말씀하신다.
준비 다 하고 결혼하려면 결혼 못해. 단칸방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지.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비슷하다. 3년 뒤, 5년 뒤 이민을 계획하고 있다며 영어 공부와 돈을 모으려고 계획 중이라고 한다. 그러면 먼저 이민을 간 선배들은 말한다.
준비 다 하고 이민 가려면 그 전에 지쳐. 일단 떠나고 거기에서 시작하는 거야.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계획을 다 해서 언젠가 완성도가 높은 글쓰기를 하겠다고 생각하면 언제도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다.
일단 쓰고 보기로 했다.
브런치의 [글쓰기]창을 열었을 때 나타나는 하얀 공간이 점점이 글자로 채워지는 쾌감을 느끼는 걸 우선 목표로 해보자.
계획없이 떠난 여행에서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것을 발견했을 때 더 큰 재미가 있다.
무계획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