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성공하는 남자의 양말 컬러

by 이호정

조류를 비롯해 동물은 수컷이 암컷보다 아름다운 경우가 많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성 선택(Sexual Selection)‘ 이론에 따르면 수컷의 형질은 생존보다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아름답게 진화해 왔다.


이것은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에 소개되었던 ’ 자연선택‘ 이론에 반하는 또 다른 다윈의 이론으로 1871년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에서 처음 언급되었을 때 많은 학자들로부터 반박을 일으켰다. 하지만 생존에는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수컷 공작새의 지나치게 길고 화려한 깃털은 그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성적 매력에 기여할 뿐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숫컷 공작의 선명하고 아름다운 깃털은 유전적 우수함을 보여준다.


예일대학교 조류학과 교수 리처드 프럼(Richard Prum)의 저서 『아름다움의 진화(The Evolution of Beauty)』에서는 조류 세계에서 암컷의 미적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더 컬러풀하고 더 아름답게 진화한 수컷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 세계에서도 여성의 성적 자율성 보장과 함께 심미적 관점에서의 배우자 선택이 남성의 강제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감소시키는 진화를 이끌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여러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적으로 굵은 윤곽의 남성적인 얼굴보다 중성적이거나 약간 여성적인 꽃미남 타입의 얼굴에 대한 여성의 선호도가 더 높다. 체형도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강한 남성적인 타입보다는 스키니 하면서 적당한 근육과 넓은 어깨를 가진 약간 남성적인 타입을 더 좋아한다. 최근 배우 차은우와 할리우드 배우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Chalamet)의 인기는 이런 현상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샤넬 광고 모델 티모시 샬라메


과거와 비교해 남성들은 스스로 외모를 더 많이 가꾸고, 여성보다 아름다운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이러한 남성의 변화는 동물 세계에서처럼 여성의 선택을 받기 위한 진화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남성의 외모는 사회적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 남성은 자신의 능력과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더 다채롭고 더 화려한 색으로 외모를 치장할 수도 있다.

남성에게서 드러나는 컬러 감각은 더 매력적이다.



양말 컬러와 남자의 사회적 지위


옷차림과 관련된 남성의 컬러 선택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드러낸다. 2014년 하버드 대학 실비아 벨레짜(Silvia Bellezza) 외 연구진에 따르면 특정한 규범이나 프로페셔널한 매너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색다른 옷차림을 한 사람들은 전통적인 옷차림을 한 사람보다 더 높은 지위와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빨간 스니커즈 효과(The Red Sneakers Effect)’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사회적 규범을 깨고 의도적으로 선택한 눈에 띄는 옷차림이 자신의 지위나 권력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고급 부티크 점원들은 정장을 입고 나타난 고객보다 운동복 차림의 고객이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졌을 것이라고 추측했고, 대학 강의실에서 학생들은 넥타이를 매고 깔끔하게 수염을 깎은 교수보다 티셔츠를 입고 수염을 기른 교수가 더 높은 프로페셔널한 지위와 능력을 가졌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이 색다른 옷차림이 자율성에 따른 의도적인 선택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장에 회색이나 감색 혹은 검은색 양말은 슈트의 정석인데 이러한 규범을 깨고 알록달록한 양말을 신는 사람은 비순응적인 태도로 자신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예상치 않았던 순간 바짓단 아래로 보이는 화려한 양말은 눈에 잘 보이는 화려한 넥타이보다 더 재치 있고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알록달록한 양말을 신는 남성은 사회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폴 스미스 양말


9년간 집권 끝에 올해 초 사임을 발표한 캐나다 총리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는 ‘양말 외교(sock diplomacy’로 유명하다. 그는 다양한 행사에 맞추어 알록달록하고 재미있는 양말을 신었다. 그는 정치인들의 보수적인 패션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신선한 방식으로 그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했다. 양말의 다양한 패턴과 컬러는 그가 전하는 메시지와 일치했다. 그가 신은 양말은 언제나 현장에서 이야깃거리가 되었고 대중에게는 화젯거리가 되었다.


화려한 양말을 즐겨 신는 것으로 유명했던 미국 41대 대통령 조지 HW 부시(George HW Bush)가 세상을 떠난 날 사람들은 알록달록한 양말을 신는 것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그는 다채로운 양말과 함께 더 찬란하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떠났을 것만 같다.

성공의 시그널 같은 남성의 양말 컬러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 남자


독특함은 화려함이라기보다 남들과 다른 색을 선택하는 것으로 만들어진다. 남다른 색은 그 사람만의 독창적인 아이덴티티가 된다.


메타(Meta)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항상 회색 후드티 혹은 반팔 티와 청바지만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0년대 초반 비즈니스 정장 차림이 보편적이었던 시대에 캐주얼한 복장으로 나타난 마크 저커버그의 패션은 꽤 파격적이었다. 이후 실리콘밸리의 상징처럼 된 후드티는 IT 업계 프로그래머들이 즐겨 입는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하지만 평범한 듯 파격적인 그의 패션은 늘 관심과 논란을 동시에 일으켰다. 2012년 미국 뉴욕에서 페이스북의 기업공개(IPO)를 위해 투자로드쇼에 참석한 마크 저커버그가 후드티 차림으로 나타난 것에 대한 월가의 비난이 쏟아졌다. 그의 옷차림은 투자자들을 존중하지 않는 미성숙한 태도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그가 늘 티셔츠 차림으로 공식적인 자리에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2009년 1년간 그는 매일 넥타이를 매는 것을 통해 경제 침체로 인해 페이스북이 겪고 있는 심각한 상황을 진지한 태도로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2018년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미국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마크 저커버그는 남색 정장에 파란색 넥타이를 맨 모습으로 나타났다.


2016년 그가 공개한 자신의 옷장에는 동일한 회색 티셔츠와 회색 후드티가 가득 걸려있었다. 특별한 디자인이랄 것이 없는 회색 반팔 티셔츠는 이태리 명품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 제품이다. 마크 저커버그만을 위해 맞춤 제작된 옷으로 이탈리아산 최고급 코마면을 사용해 제품 가격은 300달러(약 40만 원) 정도이다.

마크 저커버그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그레이 (이미지 출처: One India News)


왜 항상 똑같은 옷을 입느냐는 질문에 매일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결정 외에 다른 모든 결정은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대답했다. 업무 외에 불필요한 다른 결정으로 인해 시간과 에너지 낭비하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의 패션 철학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도 줄곧 이세이미야케 검정 터틀넥에 리바이스 청바지 그리고 뉴발란스 스니커즈만을 신었다.


성공하는 남자는 사회적 규범을 깨고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때로는 다채로운 컬러로 때로는 변함없는 컬러로 자신을 표현하고 당당하게 세상을 이끌어간다. 남성의 컬러 선택은 성공의 시그널이 될 수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