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루카 16,25)
그는 더 이상 기댈 곳 없이 병든 몸으로 쓰러져 있다. 이보다 더 한 가난도 없다. 의지할 자신의 부, 건강, 명예가 없으니 세상의 바닥에 널브러진 인생이다. 의지할 사람 하나 없이 하루하루 버텨가는 그 인생이 처량하다. 아무것도 없는 그의 가난함은 텅 비어있음으로 갈망한다. 가난함의 끝에 간절한 소망이 차오른다. 세상이 그의 가난에 값을 치르지 않을 것이다. 바라고 바란 위로와 희망은, 텅 비어있음으로 언제나 준비된 그 가난한 존재를 가득 채울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는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루카 17,19-31)를 들려준다. 부자는 평생 즐겁고 호화롭게 살면서도 그의 집 문간에 누워 병들어 있는 라자로를 돌보지 않았다. 그는 자기 자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죽어서 고통을 받으면서도 그는 자기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라자로를 보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자신의 혀를 식히게 해달라고 아브라함에게 청한다. 자신이 외면했던 라자로에 대한 미안함은 털끝만치도 없다. 그는 라자로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그에게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 살아생전 내내 그러했듯이 말이다. 자기로 꽉 차 있는 그의 마음에 자비와 위로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 자기의 부, 건강, 명예를 의지했던 삶. 그 누구에게도 마음 쓰지 않았던 삶. 안타깝지만 스스로 가난해지지 않는다면 참된 복을 누릴 수 없다.
사람에게 의지하는 자와 스러질 몸을 제 힘인 양 여기는 자는 저주를 받지만 주님을 신뢰하고 그의 신뢰를 주님께 두는 이는 복되다. 사람의 마음을 살피고 속을 떠보는 주님이 계신다. 그분은 사람마다 제 길에 따라, 제 행실의 결과에 따라 갚으신다. (예레 17,5-10 참조)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 그것은 내가 투자한 시간과 노력의 결과다. 대가 없는 인생은 없다. 하지만 내가 치른 대가에 갇혀 종기투성이 몸을 한 이웃에게 내 삶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면 자기로 가득 차 있던 인생에 대한 대가 역시 결국 치루게 될 것이다. 나의 능력과 가치에 감사하다. 꾸준히 달려올 수 있었던 나 자신에 감사하다. 그런 나를 알아봐 주고 신뢰해 준 세상에 감사하다. 내게 이 모든 것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하다. 그러니 그 감사함에 마음이 살며시 열린다. 내 삶을 가득 메운 향기에 즐거워 콧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가 당신을 즐겁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가난한 당신의 마음에 작은 기쁨이어라. 아무것 없는 당신의 삶에 하나의 희망이어라. 내가 건네는 위로가 그대에게 닿는다면 그것은 또한 받아들일 당신의 빈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가난으로 이미 값을 치렀다. 걱정 없이 위로를 받기에 충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