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요셉 대축일] 두려움의 끝

요셉이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굳혔을 때 (마태 1,20)

by 어엿봄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치밀하게 계산하며 분투한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나의 뜻을 꺾어야 한단 말인가.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탄생하셨다.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요셉이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굳혔을 때,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하였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하였다. (마태 1, 18-21)


마리아의 불러온 배를 본 요셉의 당혹감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해 본다. 그녀의 침묵에 요셉의 속은 짓물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미래를 함께 그렸던 여인의 배신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끓어오르는 화와 분노를 그만의 의로운 방식으로 풀어낸다. 그가 보일 수 있는 예의와 배려로써 남몰래 파혼을 하는 것. 그것이 요셉의 최선이었다.


한밤중 꿈에 나타난 천사를 만나고 요셉은 생각을 바꾼다. 결정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천사는 요셉에게 두려워하지 말라 하였다.


두려움은 사랑을 막는다. 달리 말해 두려움을 넘어가면 사랑에 닿는다.

파혼하기로 한 요셉의 선택은 두려움의 결과였다. 물론 여기에는 인간적으로 그가 베풀 수 있는 사랑의 최선도 담겨 있었다. 마리아가 공개적으로 단죄받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이 요셉의 사랑이었다. 그러나 이는 두려움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한다. 그저 거기서 도망칠 뿐이다.


진정한 사랑은 두려움을 뚫고 지나가야만 만날 수 있다. 성령으로 잉태된 백성의 구원자의 아비가 된다는 것, 얼마큼의 고난이 따라올지 예상할 수 없다. 불확실한 미래로의 투신!

요셉은 그렇게 자신을 더 큰 사랑을 위한 두려움 속에 던져버린다. 한순간에 자신의 결정을 바꿔버린다. 그렇게 두려움을 뚫고 자신의 구원을 향해 나아간다.


두려워하지 말라는 천사의 말은 내게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초대로 들린다.

두려워도 괜찮다. 그 너머의 사랑을 보아라.


때론 두려움을 마주할 때 그를 느껴볼 새 없이 두려움을 느끼는 나에 대해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린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한다. 침착해지자. 그렇게 떨 일이 아니다. 자, 처음부터 찬찬히 살펴보면 답이 보일 것이다. 내 얼굴은 이미 새파랗게 질려있는데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적이 참 많았다.


마음이 느끼는 두려움을 안아본다. 폭풍의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내 얼굴을 만져본다.

아, 다 지나갔다. 밤새 온몸 웅크려 지킨 작은 꽃 한 송이가 살았구나.

새로운 사랑이며 구원이다. 나도 너도 그 큰 두려움을 지나왔으니 참으로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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